[화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손기정의 투구

2021.08.18 11:48:59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1936년 독일은 독재자 히틀러의 세상이었다. 그 무렵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정점에 놓여 있었으며 한국인은 희망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일제감점기, 전국의 평야에서 생산된 곡식은 일제를 위한 군량미로 공출되어 정작 농사를 지은 농민들도 하루 3끼조차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청년기 운동선수인 손기정도 배불리 먹을 밥도 없어 굶어가면서 마라톤에 전념하였고, 선수로 뛰는 것조차 공정하지 못하여 어렵게 대표팀에 선발되었으며, 올림픽에서는 쳐다보기도 싫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뛸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여건 속에서 손기정은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 당시 마라톤 전구간을 인간 한계라 여기던 2시간 30분의 기록을 깨고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하였다.

 

손기정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기 전, 한국에서 전국적으로 모인 선수들 대상의 선발전을 거쳐 조선인 대표로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일본에서 일본인 선수들과 여러차례 선발전을 거치는 동안 우승하여 출전권을 얻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한국인 손기정 대신 일본선수를 출전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편법의 선발전을 하였다.

 

하지만 달리는 시간기록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는 마라톤인지라, 대회가 열릴때마다 탁월한 실력으로 우승한 덕에  손기정은 선발선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다며 일본인 예비선수들을 함께 베를린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선발전을 다시 하였다. 그런데 그때마저도 일본선수는 손기정에게  패하여, 결국 손기정이 일본을 대표하여 출전하게 된 것이다.

 

손기정은 올림픽 경기에서 당시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승하였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 기뻐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치고 서있어야 했다. 그에게는 올림픽 우승의 기쁨보다는 나라를 잃어버린 국민으로서의 한스러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는 시상대에서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꽃다발로 가렸다. 그나마 우승한 사람은 꽃다발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함께 출전하여 3등으로 들어와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승용은 자신에게는 꽃다발이 없어서 일장기를 가릴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한다.


마라톤의 시작은 고대 그리이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그리이스가 당시 거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그 승리의 소식을 그리이스 아테네 시민들에게 전해주기 위하여 전투현장인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쉬지않고 뛰어와 승리의 소식을 전해준 병사가 뛰었던 거리에서 비롯되었다.

 

그 거리는 42.195km로 훈련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그 먼 거리를 뛴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모험이다. 그리이스 병사는 그 먼거리를 뛰어와  "우리가 이겼다"는 말만 남기고 그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후 승리의 소식을 전해준 병사를 기리며 그가 뛰었던 거리를 뛰게 하다가, 근대 올림픽에 마라톤이 도입된 뒤에는 같은 거리만큼의 코스를 정하여 달리게 된 것이 마라톤이다.

 

손기정은 일제강점기를 살면서 식민지 국민으로 차별받으면서 일본과 싸울 수 없는 처지에 마라톤 선수로 일본국을 대표하여 출전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출전하여 우승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일제의 식민지 하에 살아야하는 조선을 알리고자 하였다. 당시 독일 중계방송에는 손기정이 조선인(KOREAN)이라고  분명히 방송하였다.

 

그런데 이 투구는 그리이스 아테네 브라드니 신문사가 베를린올림픽을 기념하여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副賞)으로 내걸었던 것이나, 당시에는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별도의 부상(副賞)을 줄 수없다'는 규정이 있어서  손기정에게 수여하지  못했다. 이후, 독일 올림픽 위원회가 베를린 새포텐브르크 박물관에 보관하게 하였다가, 50년이 지난 뒤 본래 수여하고자 하였던 그리이스 정부의 주선으로 1986년 베를린올림픽 개최 50돌 기념행사에서 우승자인 손기정에게 수여하여 한국으로 오게되었다. 그렇게 돌아온 2년 뒤인 1987년 한국정부는 투구가 그리이스의 유물이지만 그 역사적 가치와 일제강점기 한국민의 기개를 드높인 것으로서의 값어치를 더하여 '대한민국 보물 제904호'로 지정하었다. 

 

손기정은 1936년 올림픽 당시에는 그리이스 투구가 자신에게 주어진다는 사실도 모른채 살다가, 나중에 알게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투구는 나의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국가에 흔쾌히 기증하였고, 그 뜻을 받아들여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손기정 기증관에 보관하고 있다. 이 투구는 기원전 7세기무렵 그리이스의 코린트지역에서 만들어진 투구로 눈과 입을 제외한 머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태로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이 투구는 1875년 그리이스 올림피아의 제우스신전 발굴할 때 발굴된 것으로, 27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진품이며 그리이스 병사가 썼던 유물이다.

 

 

최우성 기자 cws01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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