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회상의 변주곡, 평조회상(平調會相)

2021.10.26 11:36:12

[서한범 교수의 국악속풀이 54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관악영산회상》제1곡 <상령산(上靈山)>을 무용반주 음악으로 변주시킨 음악이 바로 향당교주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변주방법은 각 장고점간의 시가(時價)를 규칙적으로 만들고, 가락이 없는 시작부분에 피리 가락을 채워 넣으며, 낮은 선율은 옥타브 위 음으로 올려서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세 번째 영산회상인 <평조회상 平調會相>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영산회상이란 곧 <현악영산회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를 변주시킨 음악이 바로 <평조회상>이다. 어떻게 변주시켰을까? 전체적으로 4도 아래로 이조(移調)시킨 음악이다. 낮은 악조로 옮겼기에 이름도 <평조 영산회상>, 줄여서 <평조회상>으로 부른다.

 

 

<현악영산회상>이 높은 조, 즉 웃조(羽調)이고 그에 반하여, 낮은 조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평조회상은 현악영산회상과 동일한 음계이며, 다만 그 중심음이 영산회상보다 4도 낮은 곡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곡을 4도 낮게 연주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악기에 따라서는 음역의 제한으로 인해, 내릴 수 없는 가락들은 한 옥타브 올리게 되는데, 이런 부분은 5도 위로 자리바꿈한 선율이 상당부분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가락을 변화시키기도 하였는데, 피리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한다.

 

즉 현악 영산회상의 <상령산>은 㑣(Bb)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평조회상에서는 당연히 4도 아래음인 㑀(F)로 시작되어야 하는데, 피리의 최저음은 㑖(Ab)이어서 그 아래 음인 㑀를 발음할 수가 없어 옥타브 위의 太로 시작하게 된다. 즉 4도 내리지 못했기에 오히려 5도 올라간 셈이다. 서양음악에서의 이조(移調)개념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많다. 각 악기가 지니고 있는 음역이 제한되어 있어 더 내릴 수 없는 경우에는 오히려 5도 위로 올려서 연주하는 부분도 상당부분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내려야 하는 부분을 악기의 음역으로 인해 올리는 과정에서 선율의 진행이 자연스럽도록 앞뒤로 잔가락을 넣거나, 또는 장식음이 첨가되는 시김새 처리를 하고 있기에 동일곡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곡처럼 들리는 것이다. 아마도 평조회상에서 제6곡인 하현도드리가 빠진 이유도 이 곡이 다른 악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각 악기들의 연주법에서 빚어지는 난점으로 인해 생략한 것은 아닐까 한다.

 

 

다음은 악기 편성과 그 주법의 차이점이다. 현악영산회상은 현악기 중심의 실내 음악이어서 관악기들은 현악기의 음량에 따라 조절되어야 한다. 즉 피리는 소리가 작은 세피리를 써야 하고, 대금도 한 옥타브 아래로 부는 저취(低吹)법으로 연주해야 하며, 장고의 경우도 변죽을 치는 주법이어야 현악기들과 합주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현악기들의 음량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현악영산회상>과 <평조회상>은 참여 악기의 주법이나 연주자 수(數)에 있어서 크게 비교가 되고 있다. 먼저 음량의 조절로 세피리 대신 음량이 큰 향피리로 연주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음량의 차이가 크다. 대금은 저취법(底吹法)이 아닌, 평취(平吹)나 역취(力吹)법이고, 해금은 원산을 중앙으로 위치하여 음량을 확대시키며 이에 따라 거문고나 가야금 등의 현악기들은 악기의 수(數)를 배가시켜야 균형이 맞는다. 또한 장고는 변죽 대신 복판을 치며, 영산회상에서 쓰지 않던 좌고(座鼓)나 소금(小笒)을 편성하여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규모가 큰 편성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평조회상의 아명은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이다. 줄여서 <유초신>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두 8곡의 구성이며 관악영산회상과 동일하게 제6곡인 하현도드리가 생략되어 있는 점도 동일하다. 영산회상이란 음악은 현악, 관악, 평조회상 등 다양하고 여러 악기들의 합주곡이지만, 그러나 동시에 독주가 가능한 음악이다. 

 

그 중에서도 <평조회상>의 제1곡 <상령산>은 피리나 대금의 독주곡으로 유명하다. 일제시대 대금의 김계선이나 그의 제자 김성진, 피리의 김준현 등이 남긴 상령산 독주곡은 유명하다. 이 곡은 악보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락의 골격은 충실히 살리면서도 정간(井間)이라는 박자의 틀을 벗어 버리고, 풀어서 연주하기 때문에 <상령산 풀이> 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다. 자유로운 리듬과 가락으로 재구성하여 독주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곡이다. 

 

지금도 많은 연주자들이 이 곡을 독주곡으로 연주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기존의 악곡에서 새롭게 변주하거나, 발전시켜 독주곡으로 만들어 연주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영산회상의 또 다른 악곡에서도 새로운 변주곡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 :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

 

서한범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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