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화백의 작업실에서 만난 '여성독립운동가'

2022.01.15 11:48:25

100명의 여성독립운동가 초상화를 그리는 게 목표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그제는 춥더니 어제(14일, 금)는 조금 날이 풀렸다. “11시 반까지 와서 차 한잔 하고 우리 함께 식사해요” 윤석남 화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다정하게 들린다. 일주일 전에 전화 약속을 하고 화성시에 있는 윤 화백의 작업실을 찾았다. 두어 달 만이다. 언제나처럼 윤 화백은 앞치마 차림으로 천장 높은 작업실에서 그림에 몰두하고 있었다.

 

 

 

“화백님! 그림 그리세요?” 반쯤 열린 작업실 문을 삐죽 열고 들어서며 물었다. “오, 이 선생 왔구나” 한참 작업에 몰두하던 윤 화백은 틀어 놓은 클래식 음악을 끄고 작업실 한켠의 소파로 우리를 안내한다. 오늘 윤 화백 작업실에 함께 한 이는 우리문화신문의 양인선 기자다. 찾아뵙기 전에 미리 전화로 소개를 했던 터라 윤 화백과는 금세 구면인 듯 우리 셋은 소파에 앉아서 한 시간 가까이 환담을 나눴다.

 

동행한 양 기자의 증조부께서 발안 만세운동의 선구자이신 이정근 의사(義士, 1991.애국장)라는 점과 벌써 여러 해째 여성독립운동가를 그리고 있는 윤 화백, 그리고 나 역시 여성독립운동가를 취재하여 책을 쓰고 있는 입장이기에 우리의 주제는 단연코, 독립운동가였다.

 

 

윤석남 화백은 지난해(2021년, 2월 17일부터 4월 3일)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역사를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전시회를 서울 학고재갤러리에서 연바 있다.

 

화업(畫業) 44년째인 윤석남 화백은 마흔 살까지 가정주부로 살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성을 주로 그려온 윤 화백은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알려질 만큼 화단에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원로 작가다. 그런 그가 한국화 가운데서도 초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그 유명한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전시장에서 만난 윤 화백은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만났을 때 충격이었다. 그 뒤 조선시대 초상화를 공부하다가 남자들 모습만 그려지고 있음에 놀랐다. 그때부터 여성 초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서서히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그리게 되었다.” 면서 앞으로 100점을 그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모두 32점이 완성된 상태다.

 

 

“그림을 좀 보여 줄까요?” 라면서 윤 화백은 작업실 맞은 편 그림 창고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완성된 가네코 후미코(2018. 애국장), 차미리사(2002. 애족장), 조마리아(2008. 애족장), 최용신(1995. 애족장), 주세죽(2007. 애족장) 지사 등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의 크기가 모두 사람 키 보다도 큰 대작 들이라 압도적이다. 앞으로 100점을 완성한다면 웬만한 미술관보다도 큰 그림창고가 될 것 같다.

 

그림 감상을 마치고 우리는 윤 화백의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피자집으로 갔다. “밥은 날마다 먹는 거니까 우리 피자와 스파게티 어때요?” 라고 윤 화백이 권해서 “좋아요” 라고 맞장구를 쳤다. 팔순이 넘은 화백께서는 음식 감각도 젊을뿐더러 목소리도 우렁차고 나누는 대화도 청년 못지않은 감각과 센스를 갖고 있다. 노년이 아니고, 중년도 아닌 “청년 감각”이라고나 할까? 대단한 열정이다.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활기찬 기(氣)를 느낀다.

 

 

주문한 피자와 스파게티가 나올 때 까지 우리는 또 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식사 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면서도 우리의 주제는 단연 독립운동가였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어요. 생의 마지막 작업이라는 각오로 그릴 겁니다. 50명 씩 두 번에 걸쳐 전시회를 열려고 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하고 귀가 길에 오른 우리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윤 화백은 작업실 앞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는 공동의 주제인 독립운동을 위해 또 만나고 함께 손을 잡을 것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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