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치과병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다

2022.08.23 11:18:08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8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온고작신(溫故作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풍물에 참여하는 악기들은 대부분 쉽게 폐품이 되게 마련인데, 악기의 기능을 잃게 되면, 이를 쓰레기로 버릴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원으로 활용해 보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온고作신>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앞에서도 잠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음악에는 대략 60여 종의 악기들이 쓰여 왔는데, 이 악기들을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음악의 계통, 재료, 소리 내는 방법 등에 따른 분류가 있다. 악기재료는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 등 8종인데 이를 8음(八音)이라고 한다.

 

이 8종의 재료 가운데 풍물놀이나 타악 공연에 사용되어 온 악기들은 대체로 금(金) 곧 쇠붙이, 혁(革), 곧 가죽 악기들이 중심이 되는데, 이런 재질은 쉽게 찢어지고 깨지기 마련이다. 특히 타악기의 경우에는 마찰과 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자칫하면 깨지거나 찢어지기 쉬워 그 수명이 더더욱 짧다고 하겠다. 맑고 건강한 소리를 자랑하던 악기들이 깨지거나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찌 되겠는가?

 

악기로서의 존재 값어치는 그 즉시 끝나버리고 수선이 어렵게 될 경우, 쓰레기로 취급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폐국악기가 한 해만 해도 수천 개라 하니, 그 악기와 함께 한때 마음을 주고받던 연주자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수명을 다한 폐국악기를 쓰레기로 처리하지 말고, 이를 활용하여 또 다른 예술 작품을 제작해 보는 활동이나 사업이 바로 온고작신의 과정이며 사업이다. 서광일 대표의 신선한 아이디어는 이렇게 시작한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본다.

 

“폐국악기를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만든다는 이 신선한 기획은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해마다 이루어졌습니다. 폐기된 악기를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되살린다는 독특한 발상과 그것을 통해 실제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우리 국악기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경이를 느끼게 됩니다. 이 과정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었어요. 매번 버려지는 악기를 재활용함으로써 쓰레기의 양도 실질적으로 줄어들었으니까요.”

 

<온고작신>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은 모두 100여점 이었는데, 그 가운데는 서예대전의 대통령상 수상 작가를 비롯, 현역으로 활동하는 10여 명 예술인이 참가했다고 한다. 폐기된 악기를 새로운 예술품으로 되살린다는 독특한 발상과 그것을 통해 실제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국악기의 모습을 보면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된다면, 이 운동은 앞으로 펼쳐볼 만한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자원의 활성화와 더불어 예술의 끊임없는 생명력을 창조해내는 힘을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예술가의 창작 욕구를 촉구하고, 동시에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풍물인들이 가져야 하는 환경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그린(Green)'이 화두가 되는 요즈음, 폐품의 재활용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폐품을 처리할 때도 종류별로 분류하지 않고 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몰지각한 행위로 받아들여진 지 이미 오래지요. 지금은 어떤 물건이든 버릴 때는 지금 넣는 쓰레기통이 이 물건에 맞는가를 은연중에 확인해 보는 과정이 습관처럼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잔치마당은 ‘온고作신’ 사업을 통해 인천지역 시각 예술가들의 일자리 문제와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 의식 등이 지역 언론에 큰 호응을 얻었기에, ‘온고作신’ 예술품의 순환과 유통으로 예술인들의 고용과 수익 창출의 기회를 보다 넓혀 나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품이 된 타악기들은 ‘온고作신’을 통해 다시 태어나도록(Re-sign) 활성화를 도모하면 어떨까? 자원의 활성화와 더불어 예술의 끊임없는 생명력을 창조해내는 힘을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예술가의 창작 욕구와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숙고 끝에 실제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국악기의 변모된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풍물인과 시민들은 뿌듯함과 경이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통의 문제도 매우 중요했다.

 

예술인들의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미술품 빌려주기 사업도 더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이 창고 안에만 박혀 있어서는 그 아름다운 값어치를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일이다.

 

잔치마당은 이들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고자 했다.

 

 

그 첫 번째 사업이 <라이브 치과병원>과의 상생 협력인데,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라이브 치과병원>에서는 부평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작품전시와 비용을 지급한다.

2. 부평구 <문화예술인 협회>와 사회적 기업 <잔치마당>은 3개월 단위로 미술품들을 바꿔서 병원에 전시한다. 지속적인 임대로 작가들의 창작 욕구와 감상자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준다.

3. 작품전시 비용에 대해서는 <잔치마당>이 <라이브 치과병원>에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3달에 한 번씩 그림을 바꾸기 때문에 때를 맞춰 새로운 작품을 생산해 내야하고, 기업으로서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병원이라는 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 잔치마당의 역사에서도, 경제적인 원리에서도, 상생의 길을 추구할 가능성을 발견한 좋은 일례라고 할 수 있다.(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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