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의 국제 교류사업을 펼치다

2022.08.30 12:02:32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9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예술품의 순환과 유통에 관한 이야기로 폐품이 된 타악기들을 되살려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유통과 지속적인 임대 사업 이야기, 그리고 인천에 있는 <라이브 치과병원>과의 상생 협력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였다. 특히 상생 협력은 예술가, 병원, <잔치마당>이 각기 상생의 길을 추구한 선례가 되었으며 이를 본보기로 삼아 다양한 방법의 전통문화 확산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창단 이래 30여 개 나라, 50여 도시에서 초청을 받고, 세계무대로 진출하여 한국을 빛낸 연희집단, <잔치마당>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부평 풍물축제》가 시작되었을 당시만 해도, 한국의 전통문화는 현대인들에게 도외시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행사를 주관하던 주최자들이나 전문가들도 ‘우리의 전통놀이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 방법이나 방향을 논의할 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은 당시 축제 준비위원의 한 사람이었던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의 말로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러나 정작 길놀이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신명 나는 타악기 연주에 모두가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사를 주관해 온 당사자들 모두는 용기를 얻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아마도 이러한 경험들이 연희집단 <잔치마당>을 설립하고, 유지해 온 구성원들과 제가 지금까지 굳세게 버텨 올 수 있었던 내적인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이 풍물 가락의 흥겨움과 공동체 정신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끊임없이 풍물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보상이라고 할까? 2000년 5월, 나라 밖 진출의 길이 열렸다. 첫 번째 나라 밖 공연은 중국의 후루다오시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인천시 부평구와 중국 후루다오시가 자매결연을 하였는데, 두 나라는 해마다 상대국의 예술단체를 초빙한다는 약조에 따라 이루어졌다.

 

부평구에서는 <잔치마당>의 풍물놀이를 포함, 전통의 소리와 춤을 후루다오시에서 선보였는데, 이를 시작으로 해서 동 연희단은 30년 동안 30여 개 나라 50여 도시에 초청되어 풍물의 멋을 선사하였다고 한다. 유럽 쪽으로는 프랑스를 비롯하여 덴마크, 터키, 그리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에서 초청 공연을 하였고, 아시아권에선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 호주, 미국, 멕시코, 브라질, 이집트, 등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다니면서 공연을 하였는데, 공연 내용은 주로 ‘삼도풍물가락’, ‘설장고 놀이’, ‘진도 북놀이’, ‘판굿’, ‘아리랑 연곡’ 등이 중심이었고, 간간이 개인놀이를 보여주거나 2~3인의 병주(竝奏) 등이 중심이었다고 한다. 공연소감을 서광일 대표는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 <잔치마당> 공연은 국내 공연무대에서도 많은 호응을 받아왔습니다. 그렇지만, 나라 밖 무대에서의 열렬한 호응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덕분에 더더욱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풍물이었으며 홀로 애정을 갖고 시작한 풍물이었는데,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그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그들이 만족해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특히 2009년도, 프랑스 몽뜨와르 세계민속축제 조직위로부터 <잔치마당>만 독자적인 초청을 받았을 때, 우리는 벅찬 감동에 차 있었습니다. 동 축제의 주관자는 한국인 기획자로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한국적인 공연을 기획하던 중이었는데, 그 축제에 한국이 유일하게 참여하여 각국의 음악인들로부터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깊은 관심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나라 밖 공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사업활동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예술 각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높은 실력 수준이고, 민간사절인 만큼 교양이 절대적이다. 실력과 교양을 갖춘 개인이나 단체가 해외 공연을 기획할 때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항공료와 체재비 등 필요 경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가령, 풍물놀이팀이 초청되었을 경우, 기본적인 악기들의 무게나 부피도 상당했고, 참여 인원도 최소 꽹과리, 북, 장고, 징 등 필수 4명 이외에 소고(小鼓)나 가락악기인 태평소(太平簫)나 보조 인력들도 필요하다. 악기의 파손을 대비해서 예비악기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게 갖추어졌다고 해도 나라 밖 연주에 필요한 여비나 현지에서의 체재비용도 만만히 않다.

 

그런데도 전통음악인들이나 무용인들이 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악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줌으로써 한국은 매우 수준 높은 문화강국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큰 의의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교류사업은 수익의 정도를 떠나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알리는 매우 뜻있고 중요한 행사임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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