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슬기로움, 화장실이 없다

2022.12.12 12:54:26

[지구상 마지막 두메 동몽골 초원답사] 6
(7일 차 2022년 9월 24일) 이동 거리 196km

 

 

 

여행 내내 오문수 선생이 늑대가 보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이에 저리거 씨가 처남에게 물어보니 이 지역에 늑대가 자주 출몰한다고 하며,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막과 초원의 주인인 늑대를 보려고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중국 국경 지대로 가서, 늑대가 출몰하는 언덕 오보에서 망원경으로 늑대를 찾고 있다. 늑대는 해가 뜰 무렵에 출몰한다고 한다. 모기 씨 막냇동생이 총을 메고 오토바이를 몰고 앞장서 달린다.

 

우리는 새벽바람이 차서 방한모와 오리털 점퍼를 입었는데, 그는 델(전통 복장)을 입고 일반 모자만 썼다. 거친 사막을 바람처럼 달린다. 돌부리를 치고 달리는데,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맞다.

 

해 뜰 무렵에 망원경으로 저리거와 동생이 늑대를 보았다고 하여, 그 방향으로 가까이 가려고 차를 몰고 가는데, 늑대가 도망가버렸다. 워낙 빠르고 영리한 동물이라 쉽게 촬영하기 어렵다. 사막을 달리는 도중 가젤이 떼로 몰려가고 야생말 한 마리가 도망간다. 멀리서 지켜보던 모기 동생이 오토바이로 반대 방향에서 말보다 더 빨리 달린다. 야생마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다 잽싸게 방향을 바꾸어 사막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말몰이로 잔뼈가 굵은 유목민이 오토바이를 말을 몰듯이 좌우로 돌리며 몰아가는데도 우리 쪽과는 더 멀리 달아난다.

 

 

 

 

 

저리거 씨가 차를 몰고 예상되는 방향으로 앞질러서 거친 사막을 70~80km 속도로 달린다. 차 안은 쿠당탕 뒤집히고 바퀴에서 깨지는 소리가 난다. 어이쿠 정신이 없다. 그러는 사이 야생마가 우리 차 옆으로 질풍같이 달려온다. 마구 흔들리는 차 안에서 창문으로 200mm 렌즈를 끼고 연사로 찍는다. 달리던 야생마가 갑자기 방향을 180도 틀어 도망을 치는데 역동적인 모습 한 장면을 잡았다.

 

더 쫓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가까운 곳에 물이 나오는 계곡으로 갔다. 야산이 좌우로 쭉 연결된 골짜기가 500m 이상 길게 연결되고 물이 흘렀던 흔적과 투로이 나무가 연결돼 지하수가 나오는 지역으로 사막의 오아시스다.

 

 

 

 

가는 길에 소와 낙타가 계곡으로 걸어가 골짜기 막다른 곳에 당도하니 물이 3곳에서 스며 나온다. 동물들은 그 아래 여러 곳에서 물을 먹고 있다. 멀리서 사는 동물들도 이곳에 물을 먹기 위해 몰려든다.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는데 소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보니 소걸음이 무척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사방 50km 이내에는 이곳이 물이 유일하게 있는 곳이어서 주변에 늑대와 야생말, 몽골 가젤도 살고 있다.

 

아침에 늑대를 보려고 거친 사막 동물의 땅 사막을 4시간 45분간 좌충우돌 67km를 달려 머리가 띵하다. 우리는 체험하는 재미로 늑대를 보러 갔는데, 유목민이 총을 가져간 것은 늑대를 사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 준다.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중국 국경도시 자민우드 시로 갔다. 공동 샤워장을 찾아가서 4일 만에 양치질하고 수염 깎고, 샤워하였다. 샤워 꼭지에서 물이 찔찔 나와 시원하게 씻을 수 없다. 그래도 손톱에 낀 때는 빠졌다.

 

모기 씨 8자매 가운데 여동생 부부와 조카 일등바타르 어머니가 와서 7명이 커피숍에 가서 햄버거,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중국 국경과 면세점을 들렀는데 술과 담배를 팔고 있어 그냥 나왔다. 자민우드 시를 빠져나와 해 질 녘 57km 지점에서 목축하는 또 다른 동생 집을 방문하였다. 잘생긴 동생은 오축(몽골에서는 염소ㆍ양ㆍ말ㆍ소ㆍ낙타를 아울러 오축이라 부른다)인 염소와 양 1,000마리, 말 5가족 150마리, 소 100마리, 낙타 40여 마리를 키우는 부자다.

 

게르 안쪽에 늑대 1마리, 여우 3마리를 잡아 가죽을 걸어두었다. 어릴 때 나담 축제를 여러 번 참여하여 받은 동메달을 보여 주었다. 작고 가냘프게 생겨서 힘든 일을 어떻게 하는지 대단한 분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이 소고기, 감자, 칼국수를 끓여 내놓아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술 한 잔을 권하여 예의상 입만 대고 돌려주었다.

 

몽골 현지 가정을 방문하여 이틀 동안 이들의 생활을 직접 느껴보았다. 거칠고 황량한 사막을 바람처럼 달리며 사는 이들이 문화생활의 달콤함에 빠지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이들의 자식들은 거의 울란바토르로 공부하러 나가서 앞으로 이 땅을 지킬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 것 같아 염려된다.

 

이들에게서 유목민의 슬기로움을 봤다. 게르에는 게르에 회장실이 없고 멀리 가서 볼일을 보고 오라고 한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물어보니 동물이나 사람 모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하여 사막에서 똥을 누고 파묻거나 돌로 덮어 놓으면 자연히 분해되어 오염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구덩이를 파고 그냥 놔두면 파리가 많아 생활에 무척 불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접한 겨울 목장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화장실이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서 또 하나의 슬기로움을 배운다.

 

 

 

 

 

 

 

안동립 기자 emap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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