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창판소리 4월 <주운숙의 흥보가-동초제>

2023.03.16 11:26:29

극적인 짜임새가 뛰어난 동초제 ‘흥보가’의 진면목 느끼는 무대
고수 조용복의 장단, 유영대의 해박한 해설로 풍성함 더해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완창판소리-주운숙의 흥보가>를 4월 8일(토)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주운숙이 타고난 목구성과 탄탄한 소리 내공을 바탕으로 동초제 ‘흥보가’를 들려준다.

 

주운숙은 안숙선 명창의 첫 스승이었던 주광덕 명인의 딸로, 전라북도 남원의 ‘판소리 가문’에서 태어났다. 예술가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주운숙은 소리꾼의 길을 택하지 않고 스무 살 무렵 경상북도 대구에 정착했다. 하지만 서른세 살에 취미로 민요를 시작하며 이명희 명창을 만나게 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 덕분에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이일주 명창에게 동초제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를, 신영희 명창에게 만정제 ‘춘향가’를 배웠고, 2대에 걸쳐 소리꾼의 길을 걷고 있다.

 

 

뒤늦게 소리를 시작했지만, 열정이 남달랐던 주운숙은 온종일 득음을 위한 소리 연습에만 매진했다. 그 결과, 소리를 시작한 지 11년 만인 1996년 제2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거머쥐었으며, 2017년에는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1992년 자신의 이름을 딴 ‘주운숙 판소리연구소’를 열고 후학을 양성하는 등 지역 판소리의 전승과 발전에도 힘써왔다.

 

주운숙 명창이 들려줄 판소리 ‘흥보가’는 권선징악과 형제간 우애라는 주제를 담아 다섯 바탕 가운데서도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사설이 우화적이고 익살스러운 대목과 아니리(일상적인 어조로 말하듯이 표현하는 것)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가운데서도 동초제는 동초(東超) 김연수 명창이 여러 바디(창자 개인이나 유파에 따라 짜임이 다른 판소리 한바탕)의 장점을 모아 새롭게 정립한 판소리 유파로,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해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몸동작)가 정교하며, 부침새(장단)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창극단 초대 단장이었던 김연수 명창이 재구성한 소리인 만큼, 사설 그대로를 창극 대본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인 짜임새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착하고 부지런한 흥보와 욕심 많고 게으른 놀보의 대조적인 면을 강조해 선이 악을 이기는 과정을 부각했다. 더불어 흥보네 가난의 비극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골계미를 추구하면서도 한시문구로 사설의 격을 높여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는 동시에 소리꾼의 품격을 보여주도록 구성했다.

 

주운숙 명창은 통성(배 속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목소리) 위주의 성음을 깊이 있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보가’ 특유의 해학적인 대목을 기품 있는 발림(몸동작)과 표정 연기로 소화해내며 동초제 ‘흥보가’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 명창은 “이번 <완창판소리> 무대를 통해 동초제 ‘흥보가’를 알리게 되어 뜻깊다”라며 “동초제 소리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상임단원인 조용복이 고수로 호흡을 맞추며, 해설과 사회는 유영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맡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값어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국립극장 대표 상설공연이다. 1984년 시작한 이래, 39년째를 맞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를 포함해 당대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이 출연했다. 2023년에도 전통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득음을 위한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명창들이 판소리 값어치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귀명창들과 만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5월 전인삼의 ‘춘향가’, 6월 염경애의 ‘심청가’가 예정돼 있다. 전석 2만 원.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 02-2280-4114

 

 

정석현 기자 asadal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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