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3년 7월에 폭우가 내려서 낙동강 상주보 제방 일부가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8월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치수의 제1번은 하천 준설”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니, 환경부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준설 사업을 시작했다.

환경부에서는 2020년 8월에 집중 호우로 홍수 피해가 발생했던 낙동강의 제1지류인 황강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 하천정비사업을 시작하였다. 황강 정비 사업 구간은 합천군 용주면 용주교에서부터 청덕면 청덕교까지 총연장 50km이며 사업비는 2,600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환경부에서는 준설과 수목 제거가 2027년까지 끝나면 황강의 홍수위가 최대 93cm, 평균 30cm 낮아져 홍수 피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래 하천정비사업은 국토교통부 소관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하천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였는데, 그 이유는 환경 보호를 주 업무로 하는 환경부에서는 4대강 사업 같은 무모한 하천 생태계 파괴 공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적인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대로 치수에서 제일 중요한 방안은 하천을 준설하는 일인가? 백경오 한경대학교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하천은 ‘평형 하천’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강바닥이 해마다 1cm라도 깎인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골짜기인 협곡이 생기게 된다. 미국 콜로라도강에 의해 깎여서 만들어진 그랜드캐니언이 그렇다. 반대로 1년에 1cm라도 모래가 계속 쌓인다면 그 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흘러왔다. 강바닥이 깎이지도 않고 쌓이지도 않는 평형 하천이라는 증거다. 그러므로 강바닥을 준설해도 시간이 지나면 흙이 퇴적되어 도로 바닥이 메워진다. 준설이 치수 정책 가운데서 가장 하책이고 임시방편인 까닭이다. 준설로 홍수를 예방하려면 계속 준설을 반복해야 한다.”
준설의 문제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퇴적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하천 준설 이후 재퇴적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까? 2018년에 발표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추진 실태 점검과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뒤 5년 (2011~2016) 동안 금강은 준설 구간의 29%, 그리고 영산강은 27%가 다시 메워졌다. 5년 동안 1/4 이상으로 재퇴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속도라면 20년이 지나면 4대강 사업의 준설 효과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강에 퇴적된 모래를 파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홍수위를 낮추는 편익이 있지만 강 생태계에는 회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
첫째, 강바닥과 모래톱은 수서곤충과 물고기들의 서식지다. 강에서 모래가 사라지면 민물고기의 산란장과 서식지가 사라지게 된다. 이완옥 민물고기보전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천 준설은 인간으로 본다면 아파트를 짓기 위해 동네를 철거하는 것과 같다. 자기가 살던 공간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준설 전과 후를 견주면 살아남은 물고기가 30% 이하로 떨어졌다가 회복되더라도 80%로 돌아갈 수 없다. 10종이 있던 곳에 1~2종만 남고, 회복되더라도 8종이 되지 않는다.” 강을 준설하는 일은 민물고기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준설은 강둑의 안정성을 낮추어 홍수가 발생하면 붕괴 등 위험성이 커진다. 준설로 인해 하상이 낮아지면서 하상 경사도 변화, 침식 등이 발생하여 제방 붕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본류를 준설하면 지류에 역행 침식이 일어나 제방 붕괴와 교각 파괴 등 구조물 손상을 초래할 수가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준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셋째, 준설을 하게 되면 모래의 수질정화 기능이 사라지면서 수질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준설을 하면 바닥에 퇴적되었던 유기물을 떠오르게 하여 수질을 악화시키게 된다. 준설로 혼탁해진 오염수는 식수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강바닥을 준설하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강의 본류보다 농업용 저수지를 준설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저수지를 준설하면 퇴적으로 줄어진 저수용량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가뭄도 막고 홍수도 막는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5년에 전라남도에서는 모두 16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도내 39곳의 저수지를 준설하고 있는데, 사업이 끝나면 90만m3의 저수용량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왜 환경부에서는 황강의 모래를 대규모로 준설하려고 할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모래를 파내어 골재로 판매하려는 속셈이 있지 않을까? 현재 파내고 있는 모래는 농지성토용으로 사용하겠다고 야적장에 쌓아두고 있다. 그러나 강에서 파내는 모래는 천연 골재로서 바닷모래나 재생 골재에 견줘 값이 싸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눈독을 들일 것이 분명하다.
준설이 홍수를 막는 방법으로써 가장 하책이라면 어떠한 대안이 좋을까? 여러 가지 좋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우선 홍수가 둑을 넘지 못하도록 제방을 높이거나 뒤로 물리는 방안도 괜찮다. 제방이 낮은 곳을 찾아서 부분적으로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하면 효과가 좋은 홍수 방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저류지(배수로를 따라 모이는 물을 다른 곳에 쓰기 위하여 다른 곳에 모아 두는 곳)를 만들어 홍수의 양을 줄이는 방법도 좋은 방안이다. 2006년에 발표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홍수 대책으로서 강변에 저류지를 많이 만들어 홍수가 천천히 흐르게 조절해 주는 방안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이론상으로는, 피해 지역 상류에 적지가 있다면 홍수조절용 댐 또는 다목적댐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황강에는 이미 합천댐이라는 다목적댐이 있으므로 수문 관리를 잘하면 홍수를 방지하는 데에 유리하다. 여기서 이론상이라고 했지만, 황강 유역에 추가로 홍수조절용 댐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댐을 만드는 것은 수몰지역 생태계의 파괴가 일어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와 수몰민이 생긴다는 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결론을 말하면 황강 준설 사업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홍수 방지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재퇴적 작용이 일어나면 주기적으로 준설을 계속해야만 한다. 강을 준설하면 홍수위는 낮출 수 있어도 홍수의 양을 줄이지는 못하므로 지속가능한 홍수 방지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굴착기가 모래를 파내고 트럭으로 모래를 실어 나르는 황강의 준설 현장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다시 보는 듯하다. 환경부가 환경파괴부라는 오명을 받지 않으려면 황강 준설 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