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등록 2024.10.03 1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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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문학100리길 제5-2구간 답사기 (2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낮 11시에 데크길이 끝나는 지점(종부리)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는 평창읍의 북서쪽에 있는 옥고개를 넘어 다수리에 있는 돌탑정원으로 갔다. 주인장인 전희택 회장은 올해 나이가 87살이다. 전 회장은 평창 토박이인데 60살에 농사일을 그만두고 10여 년 동안 평창 지역에서 수석과 정원석을 모았다. 집 마당을 아름다운 돌탑정원으로 만들고 일반인에게 공개하였다. 모두들 감탄사를 쏟아낸 멋진 정원이었다. 자녀들도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부친의 사후에도 돌탑정원을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전 회장님이야말로 고향인 평창을 사랑하는 훌륭하신 분이다.

 

우리는 다시 종부리로 돌아와 정오에 점심을 먹고 이날 답사를 마쳤다. 효석문학100리길 소책자 지도에 그려져 있는 제5-2구간은 평창전통시장에서 끝난다. 일행은 종부리에서 식사한 뒤에 모두 귀가하였다. 그러나 나는 답사기를 완성하기 위하여 혼자서 나머지 구간을 걸어서 답사하였다.

 

 

평창강을 건너는 큰 다리가 종부교인데, 차량은 못 다니고 사람만 다니는 인도교다. 조금 걷자 평창전통시장이 나타났다. 원래 전통 평창 5일장은 5, 10일 열리는데 2018 평창 올림픽 이후에는 상설종합시장으로 탈바꿈하였다.

 

 

 

상설종합시장은 크게 지붕을 씌워서 비를 막을 수 있게 해놓았다. 종합시장 북쪽 길에 큰 비석이 하나 서 있다. 이효석이 평창초등학교를 1920년 3월 25일에 졸업한 제6회 졸업생임을 알리는 비석이다. 비석의 오른편에는 이효석의 금속판 사진과 평창초등학교 졸업 년월일, 이름, 생년월일, 주소가 기록되어 있다. 왼쪽에는 이효석의 연보가 기록되어 있다.

 

 

효석문학100리길은 이효석 졸업 기념비 지점에서 끝난다. 종부교에서부터 졸업기념비까지 천천히 구경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는데 15분이 걸렸다.

 

이제 답사가 모두 끝났다. 이날 효석문학100리길 5km 정도를 걷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효석문학길 제1구간을 4월 8일에 걷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제5-2구간을 7월 1일에 걸었다. 모두 7회 걸었는데, 12주간이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100리길을 걸으면서 한 번도 비를 맞지 않았다. 이효석 선생이 저승에서 우리를 도와주신 것으로 생각된다. 가산 선생님 감사합니다!

 

[답사 후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제는 무엇일까? 문학평론가들은 ‘애욕의 신비성’이 소설의 주제라고 말한다. 시골 물방앗간에서 여름날 달밤에 장돌뱅이와 동네 처녀가 우연히 처음 만났는데, 조금 후에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신비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소설 가운데 ‘애욕의 신비성’을 주제로 한 유명한 소설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길을 잃은 사진작가가 낯선 집에 들어가, 가족이 여행을 떠나고 혼자 있는 주인 여자에게 길을 묻는다. 이혼한 돌싱 남자와 평범한 가정주부인 여자는 만난 지 하루 만에 육체적으로 결합하며 사랑(또는 불륜?)에 빠진다.

 

지난 2022년 3월에 필자는 <메밀꽃 필 무렵>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비교한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아래 주소에서 그 글을 읽어볼 수 있다.

https://m.cafe.daum.net/suwonprofessor/RJe1/1008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잘 어울리는 <장돌뱅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1988년에 최종욱 작사, 이종만 작곡, 이종만 노래로 처음 발표되었다. 20년이 지난 2008년에 장사익이 다시 불러서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해마다 9월 초에 봉평에서 열리는 ‘효석문화제’의 주제가로 선정할 만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 가사와 노래를 소개한다.

 

<장돌뱅이>

 

메밀꽃이 피어날 무렵 타박타박 나귀를 타고

장을 따라 사랑 따라서 오늘도 떠나가네

 

어느 사이 둥실 달은 뜨고 저 건너 빨간 등불이

쓸쓸한 장돌뱅이 마음만 설레이누나

 

어여 가자 내 사랑아 딸랑딸랑 방울 울리며

저 산 넘고 개울 건너서 님을 따라 사랑 따라서

 

(간주)

 

산허리로 달님은 걸쳐 메밀꽃잎 푸르게 젖어

푸른 달빛 숨이 막힐 듯 옛사랑이 그리웁구나

 

애달픈 이 내 사랑이 꽃잎 속에 떠 울고

딸랑딸랑 방울소리만 달빛 속에 흩어지누나

 

메밀꽃이 피어날 무렵 타박타박 나귀를 타고

장을 따라 사랑 따라서 오늘도 떠나가네

 

오늘도 떠나가네

오늘도 떠나가네

 

장사익 노래 <장돌뱅이>

https://youtu.be/PVFrPNXokGI

 

(끝)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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