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릴 적 집 앞엔 Y자형 개울이 흘렀습니다.
버들치, 깔딱 메기, 가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 가재가 사라졌으니,
전기와 가재는 역상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은 심심산골 1급수나 되어야 가재를 볼 수 있으니
그 많던 가재가 희귀종이 되었습니다.
가재는 잡식성으로
죽은 생물의 사체나 물속에 가라앉은 썩은 나뭇잎과 유목, 수초 등의
식물성 유기물들을 주로 섭취하는 편이지만
때때로 옆새우, 플라나리아나 살아있는 물고기나 올챙이 등도
사냥하는 포식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싸리나무를 삽 한 자루 길이만큼 잘라내서
개구리를 잡아 몸통을 제거하고 다리 부분을 막대 끝에 칭칭 동여매어
가재가 있을 만한 돌 밑에 넣어두면 가재들이 몰려들곤 했습니다.
그다음은 가재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지요.
살살 잡아당기면 먹이에 눈이 먼 가재가 딸려 나옵니다.
양재기에 담아놓으면 호기롭게 집게발을 벌리고 달려드는 것이
마치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연상시키지요.
* 당랑거철 : 사마귀가 수레를 멈추려고 앞발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
가재는 갑각류입니다.
먹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잡아 온 가재를 불에 구워 먹곤 했지요.
불에 구우면 껍질이 빨갛게 익었는데 그리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가재잡이는 단순히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렵과 채집의 유전자를 만족시켜 주는 재미있는 일과였고
자연과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이었으니까요.
안타깝게도 가재를 본 것이 10여 년이 넘었습니다.
등산하다가 가재가 있을 만하여 돌을 들쳐 보아도 가재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멸종은 아니라는데…. 그만큼 서식 환경이 나빠진 것이 이유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굴레 속에서의 일이고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해로운 종이 인간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