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방총(龐蔥)이라는 고위 관리가 태자와 함께 조나라 서울 한단에 인질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떠나기 하루 전 방총이 임금을 찾아가서 묻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시장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니요. 믿을 수 없소"
"그러면 두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글쎄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믿을 수는 없을 것 같소."
"그럼 세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믿지 않을 수 없소."
방총은 시장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세 사람이 말하면 이처럼 그럴듯해 보인다고 임금에게 말하지요.
그리고 자신이 조나라에 가면
세 명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게 될 것이지만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임금은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방총이 조나라로 간 다음 날부터 임금에게 방총을 험담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방총은 결국 임금의 의심을 받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방총의 위처럼 비유로 말했음에도 자신을 스스로 구해내지 못한 것이지요.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도 있습니다.
옛날 증자(曾子)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살인하였습니다. 이웃 사람이 증자 어머니에게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말했지요. 증자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살인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태연히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조금 뒤 어떤 사람이 똑같이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태연자약하였습니다. 얼마 있다가 또 한 사람이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두려워서 베 짜는 북을 내던지고 담을 넘어 도망갔습니다.
심리학에 '진실성 효과'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개인이 같은 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점점 익숙해지면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세뇌가 무서운 까닭입니다.
요즘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놓은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짜가 더 진짜 같다는 것이지요.
악의적인 목적을 지닌 가짜 뉴스는
사기성 뉴스, 기만성 뉴스, 허위 날조성 뉴스로 불리는 것이 옳습니다.
요즘을 탈진실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맹목적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또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가 보도되면 일단 가짜 뉴스라고 우기는 일도 있습니다. 진실 검증이 필요한데 가짜 뉴스 생산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산사에 가면 풍경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풍경의 추는 대부분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지요.
물고기는 잠을 자면서도 눈을 감지 않습니다.
늘 깨어있으라는 의미이겠지요.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기 어려운 시대지만
우리도 늘 깨어있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