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漢挐山以下 한라산에서 아래로 흘러
松盤奇古節 도사린 소나무는 빼어난 옛날의 절개로
南北正方淵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정방연
巖謝倒流川 바위에서 물러나 흐르는 시내에 넘어질 듯하네
碧海蒼天外 파란 바다는 푸른 하늘 밖에 있고
夕照浮雲擁 저녁노을은 떠도는 구름에 에워졌는데
青山白雪邊 푸른 산은 흰 눈 가장자리에 있네.
西歸昨夜煙 서귀진은 어젯밤 안개에 쌓여있구나

이 시조는 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李衡祥, 1653~1733) 목사가 쓴 정방연(正方淵)」이란 한시입니다. 이형상은 제주에 목사로 부임하여 곳곳을 돌아보고 남긴 중요한 순간들을 1703년 화공(畫工) 김남길(金南吉)에게 그리게 하여 보물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란 화첩을 남겼습니다(국립제주박물관 소장). 이 <탐라순력도>에는 정방탐승(正方探勝) 그림 말고도 귤림풍악(橘林風樂), 우도점마(牛島點馬), 제주조점(濟州操點), 건포배은(巾浦拜恩) 등 곳곳을 돌아보는 그림 28쪽 포함 모두 43쪽으로 구성되었지요.
이 가운데 이 ‘정방탐승(正方探勝)’은 서귀진(西)으로 가던 이형상 목사가 정방폭포에 잠시 들러 경치를 감상하는 장면입니다. 이형상 목사는 《남환박물》, 「지승」에 “정방연은 정의현에서 서쪽 68리에 있으며 위에는 소나무가 있고 밑에는 큰 물결이 이는 곳이다. 서쪽 바위에 80여 자나 되는 긴 폭포가 있어 바다로 쏟아지는 진실로 제1의 명승지라 할 수 있다"라고 감격합니다.
그림에는 윗부분에 다섯 그루의 소나무를 크게 강조해서 그렸고, 화면 왼쪽에 바다로 직접 떨어져 바위에 부딪히는 폭포의 물기를 그려 넣었지요. 화면 아래 기록에 보면 보아 당시 정방폭포를 길이 80여척, 넓이 5척으로 파악했으며, 폭포 앞바다에는 폭포를 감상하기 위해 띄운 배와 악공과 춤추는 무희들이 타고 있는 배가 함께 있습니다. 폭포 위쪽에 소나무가 있는 것과 함께 폭포 앞바다에 섶섬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은 오늘날의 모습과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