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청주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해먹었을까?

2013.11.17 07:32:06

《반찬등속》을 바탕으로 한 음식체험 마당 열린다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가물치 살을 발라 술에다가 빨고 좋은 유장에 주물러서 아랫목에 덮개를 덮어 넣어두었다가 먹으라”, “전복을 돈짝만치 저며 좋은 간장을 안동하여 짠지를 담되...”, “좋은 고추를 실같이 오리고 달걀을 잘 부쳐 또 실같이 오리고 하여서 두 가지를 잘늠작하게 잘라서 인절미에다가 털같이 색을 섞어서 부치고...”, “북어대강이 하여 먹는 법은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 술술어져 관불에 바싹 말려 먹으라” 

이 낯선 조리법들은 100년 전 청주 식생활 문화를 기록한 《반찬등속》에 실린 글이다.  

《반찬등속》 겉표지 맨 오른쪽에는 문자책이라고 쓰여 있고 그 옆으로 계축납월 이십사일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1913년 12월 24일로 이 책의 펴낸 연대로 보인다. 그러니 올해가 이 책을 펴낸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책 표지의 왼쪽 편에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려주는데 ‘반찬 하는 것을 엮은 책’이라는 뜻의 한자어 ‘饡饍繕冊(찬선선책)’. ‘반찬을 만드는 일 등’으로 해석되는 고한글 ‘반찬하난등속’ 이라고 쓰여 있다.  

   
▲ 《반찬등속》 표지

   
▲ 《반찬등속》의 지은이는 책 뒤표지 안쪽에 적힌 ‘청주서강내일상신리’라는 글귀로 보아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에 살던 누군가가 썼을 것으로 짐작

《반찬등속》의 지은이는 책 뒤표지 안쪽에 적힌 ‘청주서강내일상신리’라는 문구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상신리는 현재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의 옛 마을이라 이 마을에 살던 누군가가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책의 내용이 요리책이고 한글로 쓰인 점, ‘아버님께 글을 올리옵니다.’라는 편지글이 친정아버지께 올리는 글로 보여 상신리에 살던 한 집안의 며느리가 쓴 걸로 보인다. 상신마을은 청주시의 서북쪽에 위치한 마을로, 당시 진주 강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던 곳이다. 따라서 저자는 시기와 정황상 진주 강씨 며느리인 밀양 손씨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찬등속》은 30장에 걸쳐 김치류, 짠지류를 비롯해 안주류, 과자, 떡, 술, 음료 등 46가지 음식이 종류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이 쓰여 있다. 이에는 무김치, 깍두기1, 깍두기2, 오이김치1, 오이김치2, 고추김치1, 고추김치2의 김치류 7가지, 짠지, 무짠지, 고춧잎짠지, 마늘짠지, 파짠지, 박짠지, 콩짠지, 북어짠지, 전복짠지의 짠지류 10가지, 참등나무순․토란줄거리, 북어무침, 북어대강이, 가물치회, 오리고기, 육회, 전골지짐, 만두의 안주류 8가지, 산자, 과줄, 중박기, 주악, 박고지, 정과의 과자류 6가지, 증편, 백편, 꿀떡, 곶감떡, 화병, 송편, 염주떡, 약밥의 떡 8가지, 수정과, 식혜의 마실거리 2가지, 과주, 약주, 연잎술의 술 3가지와 고추장 맛나게 먹는 법, 흔떡을 오래두려면 등이 기록되어 있다.  

   
▲ 《반찬등속》을 바탕으로 재현한 과즐 1

   
▲ 《반찬등속》을 바탕으로 재현한 과즐 2

음식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곧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음식이다. 옛날 며느리는 손님이 갑자기 와도 밥상을 차려야하니 밑반찬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했을 것이고, 제사를 받들기 위해 술을 빚어야 하고 안주류를 했을 것이다. 또 집안에 대소사에 쓰일 과자․떡 등을 마련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일상적인 음식은 접어두고 집안에서 전수되는 특별한 음식들을 기록으로 남겼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고향이 충북인 음식연구가로써 다른 지역의 화려한 음식문화를 이야기 할 때면 기가 죽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반찬등속》을 연구하여 세상에 내놓고 우리지역의 음식문화를 기록에 바탕하여 자랑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반찬등속》에 기록된 낯선 조리법을 실제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11월 27일부터 3달 동안 충북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청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가서 확인해볼까?

 

지명순 교수 jms568@yd.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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