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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눈물 흘리며 먹었던 엄마의 고추장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13]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조선족하면 고추장은 빠질 수 없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아니니? 하기에 파, 마늘, 고추는 우리의 식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저항력을 키워주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어릴 때 체질이 약했던 나는 냄새가 나는 마을, 파, 당근, 썅채* 등은 무조건 싫어했고 고추장은 맵다고 그 언저리에도 안가는 나쁜 습관이 있었단다. 엄마가 아무리 말해도 이 습관만은 고칠 수 없었단다.

 

엄마는 알뜰하기로 마을에서 소문 높았고 음식솜씨도 누구한테 짝지지* 않은 분이었단다. 늘 음식을 만들 때면 하얀 앞치마를 꼭 두르고 머릿수건을 쳤는데 고추장을 만들 때에도 잘 말린 고추를 씨를 털어내곤 잘 찧었단다. 그리고 눅게 한 하얀 찰밥과 물엿을 넣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빨갛고 달콤한 고추장이었지 이것을 작은 항아리에 꼭 넣고 조금씩 꺼내어 먹군하였단다.

 

엄마표 고추장은 색깔도 맛도 좋아서 동네 엄마들이 늘 칭찬을 하셨고 종지를 가지고와선 좀씩 빌어가면서 “이 고추장 하나면 다른 반찬 필요 없겠는데. 이집 저 새끼는 안 먹는다면서요? 저 새끼 몫을 우리 다 먹자구……”하면서 나를 놀려도 주었단다. 엄마는 봄이면 달래, 세투리*, 민들레, 반짜개* 등도 고추장에 묻혀주고 여름이면 파, 마늘, 오이등도 고추장에 찍어 먹곤 했지만 나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여 간장만 똑똑 찍어 먹었단다.

 

엄마는 따로 해주는 습관이 없고 늘 모르는 척 하더구나. 나는 “엄만 정말 나쁜 사람, 난 먹을 것이 없잖아……” 하면 고추장이며 김치며 그릇 채로 내 앞에 밀어 놓으면서 많이 먹으라하면서 안 먹으면 저항력이 약하여 점점 더 않는다는 것이라 하였단다. 그래도 난 까만 눈을 데록거리면서 뾰루퉁하군 하였단다.

 

또 어느 하루 마을에서 돼지를 잡아 우리집에서도 고기들 많이 삶았었다. 한 해에 한두 번이나 먹는 고기여서 나도 고기 삶는 냄새에 취하여 언녕*부터 손가락을 감빨며* 기다렸단다. 엄마는 삶은 살고기를 썩썩 썰어서 나를 보란 듯이 고추장에 비벼 오빠네들을 주면서 “많이 먹어라, 오늘은 이렇게 먹어볼까?” 하더구나. 나는 눈이 둥그래서 멍하니 이렇게 물었단다.

 

“엄마, 나는?”

“오빠네와 같이 많이 먹어라.”

“나는 매워서 어떻게 먹어?”

“그럼 넌 맘대루 하렴, 할 수 없지……”

 

 

이때 큰 오빠가 큰 고기 하나를 짚어 물에 씻어 가만히 나를 주었단다. 엄마는 “이런 나쁜 습관을 왜 하니? 넌 이후에도 이 애 뒤를 따라 다니면서 이 애 하자는 대로 하겠니? 나둬……” 하면서 도로 고추장에 넣어 “먹겠으면 먹구, 안 먹겠으면 트집부리지 말아……”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엄마에게 더는 대답질 안하고 큰 오빠 옆에서 절을 휘저어 대강 고추장을 털어 버리고 밥 한술 크게 먹고 고기를 넙적 먹어 보았단다. 정말 세상 먹어 못 본 별맛이 더구나. 엄마와 오빠들은 나를 바라보더구나. 나는 이 세상 그 어디에 가서도 그 때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구나! 나는 좋아서 히히 웃었지만 너무도 매워서 눈물이 줄줄 흘렀단다. 큰오빠는 물을 떠다 주더구나! 나는 눈물을 쓱 닦고 물을 마시곤 “실, 실……”하면서도 또 한 번 고기를 먹었단다. 엄마가 웃으며 칭찬하시더구나!

 

“너 참 용감하구나! 그래야지……”

나는 엄마의 칭찬에 무슨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좋아서 이번엔 더 큰걸 넙적 먹었단다. 세상 못 먹어 본 그런 별미였단다. 엄마는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곤 고추장에 묻히지 않은 고기를 나에게 주더구나.

 

“그만하면 댔다. 많이 먹어라.”

“아니, 고기두 맛있구, 고추장도 맵지만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슴다.” 하면서 또 한 번 매운 것을 먹었단다. 우리집은 웃음으로 활기가 넘쳤단다. 이렇게 고기를 먹기 위해 처음으로 고추장을 먹었지만 그때 그 고추장은 정말 먹고도 또 먹고 싶었단다.

 

엄마의 고추장 이야기는 그 후 마을에 소문이 났었고 엄마의 자식교육방법이 특이하다고 칭찬도 하시더라. 그 뒤부턴 점차 크면서 다른 반찬 없으면 고추장 하나만 있어도 비빔밥으로 밥 한 공기 꿀떡 밑굽*도 내였단다. 냄새나는 마늘을 안 먹을 때에도 “이 마늘밭 한 이랑은 네 마음대로 간식으로 먹어라”고 하셨단다. 그땐 간식이래야 누릉지와 풋마늘대가리였지, 강변으로 놀러 갈 때면 마늘 하나 쑥 뽑아서 속만 먹던 데로부터 점차 습관이 고쳐졌단다. 이렇게 되어 나는 편식도 없었고 신체도 건강히 자라날 수 있었단다.

 

내가 어른이 된 다음에도 엄마는 달콤하고도 빛깔 고운 매운 고추장을 꽃밥통*에 들고 와선 먹으라하셨단다. 나는 그때마다 “고기 넣은 고추장”하여 엄마와 나는 마주서서 한바탕 웃곤 하였단다.

 

세월이 흘러 엄마는 저 하늘나라에 가셔 엄마의 손맛을 그대로 날려 맛있는 고추장을 만드시고 있을지도 모르나 우린 여기서 우리 선조들의 비법 아니, 엄마가 나에게 물려준 고추장맛도 길이 전해가고 있단다. 그리고 자식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는 엄마의 교육방법도 나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구나!

 

< 낱말 풀이 >

 

* 상채(香菜) : 고수풀, 푸성귀(채소) 종류

* 짝지다 : 뒤지다

* 세투리 : 토끼풀 씀바귀

* 반짜개 : 차전자, 질경이과의 풀인 길짱구의 여문 씨를 말린 것

* 언녕 : 벌써

* 감빨다 : 감미롭게 빨다

* 밑굽 : 그릇 바닥, 술이나 밥을 다 먹음

* 꽃밥통 : 꽃무늬를 새겨 넣은 밥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