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데린쿠유 — 지하 횃불이 비춘 신앙의 거울 횃불을 치켜들고 굽은 등으로 파 내려간 눅눅한 침묵의 성소 거친 손끝에서 짓이겨진 돌가루는 비명 대신 삼킨 기도의 파편이었으리라 햇살 한 줌 허락되지 않는 천 길 심연 속에서 처절한 생을 이어가던 초기 신앙자들의 검은 피눈물을 더듬다가 문득, 바벨탑처럼 솟아오른 오늘날 교회당의 종소리가 허공 중에 길을 잃고 흩어지는 잔영을 본다 박해를 이겨낸 그 푸른 의지는 박제되고 스스로 판 동굴보다 더 깊은 탐욕의 수렁으로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오늘의 교회들 나는, 어두운 동굴 속을 말없이 걸으며 이름 모를 고결한 영혼의 거울 앞에 차마 고개 들지 못한 채 침묵했다. 터키(트루키예)에 있는 데린쿠유(Derinkuyu)란 어떤 곳인가! 데린쿠유는 튀르키예 중앙 아나톨리아,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척박한 대지 곧, 인류 처음으로 철기를 사용하며 오리엔트를 호령했던 고대 히타이트(Hittite, 기원전 18~12세기경)의 터전에 초기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위해 일구어낸 거대 지하 동굴(이를 지하도시라고 하지만 오늘날의 도시개념이 아님)이다. 이곳은 처음에는 로마의 기독교 박해를 피하고자 초기 기독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이스탄불에서 차로 40여 분 달리면 나오는 '발랏(Balat)'은 금각만((金角灣, 튀르키에말 '할리치')의 잔잔한 물결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오래된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들이 자리한 역사적인 지역이다. 이곳은 과거 유대인 집단 거주지였던 독특한 배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낡은 건물을 오색빛깔로 단장하여 이스탄불에서 색채감 넘치는 동네로 손꼽힌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파스텔톤 낡은 주택들이 줄지어 늘어선 풍경은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최근에는 감성적인 카페와 고풍스러운(빈티지) 소품가게, 예술가들의 공방이 대거 들어서 도시의 예술적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이 거리를 걸으며 통영의 벽화마을 동피랑을 떠올렸다. 튀르키예의 발랏과 한국의 동피랑은 낙후된 주거 지역이 색채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예술 마을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깊은 공통점을 지닌다. 발랏이 금각만의 해안 풍경을 배경으로 비록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역사적 건축물을 뽐낸다면, 동피랑은 강구안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기자기한 벽화마을로 서민적인 정취를 전한다. 두 곳 모두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이 특징이다. 하지만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기치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한 달여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딸아이의 삶이 깃든 미국을 거쳐, 칠레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잠시 머물고 남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서 발디비아, 푸콘, 칠로에, 파타고니아 차이텐을 여행하고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와 칠레 여행을 끝맺었다. 나이 들어 별 탈 없이 귀가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시차 적응하느라 잠을 설치다 깨니 목이 칼칼하다. 칠레에서 사 온 벌꿀을 개봉해서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며 이번 여행 마무리 글을 쓰고있다. 남부 칠레의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풍미 가득한 수제치즈, 요구르트, 꿀 등이 벌써 그립다. 체리 블루베리 따위 과일과 연어 같은 해산물도 풍요로웠다. 칠레는 정말 멀고도 먼 나라다. 현지인들은 K-POP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와 드라마는 잘 알지만,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도 드물고 한국을 가 보기는 더욱 힘들다고 했다. 또한 남북으로 길고도 긴 나라였다. 남북으로 무려 7,000km나 길게 뻗어있는 지형의 칠레를 여행하는 동안 사계절을 모두 경험했다. 특히 푸콘에서 맞이한 여름 크리스마스트리가 이채로웠다. 여행 중 들른 어느 식당에서는 재미있는 문구를 보기도 했다. "와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멀리 아련하게 안데스산맥의 여명이 밝아오며 동쪽 하늘이 트이더니, 시끌벅적한 산티아고의 아침이 찾아왔다. 숙소 베란다 아래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모여 국기를 흔들며 외치는 소리와 지나는 차들의 경적 소리가 뒤섞여 들려온다. 타국의 불안한 정국이 이 먼 땅까지 일렁이는 것이 못내 마음 쓰이면서도, 새로운 정치를 향한 그들의 집회가 아침 공기를 뜨겁게 달군다. 길을 나서 '산타루시아언덕'으로 향하는 길. 거대한 벽화 하나가 발길을 붙잡는다. 남미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미스트랄'을 기리는 벽화다. 그녀는 시인이자 외교관이었고 무엇보다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머니 같은 교사였다. 벽화 속 그녀의 눈빛에는 소외된 이들을 향한 애정과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강인한 정신이 깃들어있다. '산타루시아 '언덕은 시내 중심에 보석처럼 박힌 작고 예쁜 공원이었다. 마푸체족 전사의 조형물과 고즈넉한 성벽, 그리고 잘 가꾼 푸른 식물들 사이를 거닐며 시민들은 저마다의 휴식을 누린다. 언덕을 내려와 들른 가브리엘 미스트랄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80년 전 노벨상의 영광보다 더 깊게 뿌리내린, 한 나라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무게를 실감한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칠레 산티아고 여행 중, 생각지도 못한 '점입가경'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오른 ' 산크리스토발' 언덕길, 낯선 타국 땅에서 들려온 정겨운 한국말이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부산 청년예술단원이었습니다. 이틀 후 열리는 공연 <틀에디션; 일장춘몽(Life is but a dream)>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연이 열리는 도시 외곽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지하철 벽면에는 '어린이의 도시'란 이름에 걸맞게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벽화들이 가득해 공연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공연장 앞에는 이미 현지 주민들이 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이국적인 공간에서 우리 한글이 가득한 무대배경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속에서 깊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공연은 현대인의 무기력한 출근길 풍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무심하게 손말틀(휴대전화)만 바라보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군상들 위로 "내리실 문은 당신 '속'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흐르며, 순식간에 분위기는 환상과 유희의 세계로 전환되었습니다. 전통 탈춤과 힙합, 판소리, 전자댄스음악, 무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칠로에섬의 카스트로에서 차를 페리에 싣고 물길을 가르길 5시간. 드디어 남위 40도 아래, 거친 야생의 에너지가 살아 숨쉬는 파타고니아의 관문 차이텐(Chaiten)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차이텐에서의 여정은 울창한 숲속 방갈로에 짐을 푸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먼저 칠레의 고대나무 '알레르세'를 만나러 원시림 트레킹을 했습니다. '알레르세'는 5,000년이나 살 수 있는 지구 최고령 침엽수입니다. 한때 배와 집을 짓기 위한 과도한 벌목으로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귀한 존재입니다. 깊은 숲속에서 만난 알레르세는 신령스러운 기운마져 느껴졌습니다. 이끼를 가득 머금은 거대한 몸체 위로 이름 모를 식물들이 예쁜 꽃을 피우고 그 사이로 검정빛 달팽이와 도마뱀, 엉덩이에 가짜 눈이 달린 희귀한 곤충들이 분주히 오가는 생명의 보고였습니다. 이어진 발걸음은 '푸말린 국립공원(Pumalin national park) '으로 향했습니다. 운좋게 맑게 갠 하늘 아래, 안데스산맥의 웅장한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뾰족하게 솟은 '코르코바도 '화산과 빙하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미친마우리나'화산 정상은 그야말로 압권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어느덧 삶의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 이제는 화려한 명소보다 바람의 결이 느껴지는 호젓한 풍경에 마음이 머뭅니다. 칠레 남부 태평양의 파도를 품은 칠로에섬의 중심도시 '카스트로'에 머문 이틀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갯벌 위에 튼튼한 나무 기둥을 박아 세운 수상가옥들입니다. 밀물 때면 집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을 자아내지요. 알록달록한 이 집들의 외면은 마치 생선 비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습기를 방지하기 위한 이 지역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풍경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문고리 하나 벽의 장식품에서 정성스럽게 깎아 만든 목공예술의 정수를 마주하며, 이곳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봅니다. 칠로에섬의 상징과도 같은 16개의 목조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전설과 깊이로 저를 압도했습니다. 예수회 선교사들의 손길로 세워진 이 성당들은 해안선을 따라, 혹은 이름 모를 섬들에 흩어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동물의 등뼈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칠레의 중 남부 도시들을 여행하며, 어디를 가나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안데스산맥은 마치 거대한 병풍처럼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뾰족뾰족하게 이어진 산맥의 능선을 바라보며, '칠레의 알프스'라 불리는 '푸콘'에 도착했습니다. '푸콘' 여행의 정점은 단연 '비야리카화산' 등반이었습니다.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눈덮힌 설산은 신비로운 위용을 자랑했지요. 화산을 오르며 마주하는 풍광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과거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용암이 흘러내린 계곡과 호수, 그리고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검은 토양의 대조가 강렬했습니다. 정상 부근에서 내려 본 푸른 호수와 끝없이 펼쳐진 안데스 자락은 등반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화산의 거친 대지 위에서도 생명은 강인하게 피어나고 있었지요. 나뭇가지에 실타래처럼 매달려 늘어진 '송라'(다른 이름 '노인의 수염')는 이곳의 공기가 얼마나 맑은지 몸소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습도가 적당하고 청정한 지역 에서만 자라는 이 독특한 식물은 안데스의 원시적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구요. 또한, 토양 사이로 노랗고 빨간 꽃잎을 틔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길 위에서 생의 이정표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코요테의 땅'이라는 뜻을 품은 멕시코시티의 '코요아칸'. 거리를 걷는 내내, 제 마음은 이름 모를 설렘으로 일렁였습니다. 거리마다 뿌리를 깊게 내린, 오래된 가로수들은 그늘을 드리우며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다정하게 다독여 주더군요.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이었습니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곳의 강렬한 푸른 벽은 그녀가 겪어낸 고통보다 더 선명한 생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굽이치는 골목마다 노랗고 분홍빛을 띤 예쁜 집들이 줄지어 서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가 표지판 위에 조용히 앉아있는 코요테 조형물은 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지요. 그곳에서 20분 남짓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인 레온 트로츠키 박물관과 마주하게 됩니다. 머나먼 소련에서 온 혁명가는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고, 이제는 고요한 정원 돌비석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디에고와 프리다 부부의 따뜻한 손길이 머물렀던 그곳에서, 100여 년 전 뜨거웠던 혁명의 열기를 가만히 가늠해 보았습니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한성백제박물관(관장 김지연)은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에서 3.8.(금) <백제학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백제학회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회의는 최근 3년(2021년~2023년)간의 연구성과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백제 관련 연구성과를 알리기 위해 매년 상반기, 백제학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학회를 개최해왔다. 이번 학술회의는 백제학 연구성과와 과제를 지역과 시대별로 구분하여 고고학과 문헌학의 관점에서 집중 조명한다. ▴서울·경기·충청지역 백제 고고학 연구성과와 과제 ▴호서·호남지역 백제 고고학 연구성과와 과제 ▴한성·웅진기 백제 문헌학 연구성과와 과제 ▴사비기 백제 문헌학 연구성과와 과제 총 4개의 주제로 나누어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마지막은 질의 응답 및 총평을 통해 발표자와 청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첫 번째 발표는「2021~2023년 서울·경기·충청지역 백제 고고학 연구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이보람(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이 발표한다. 최근 백제고고학의 핵심 주제인 백제 도성과 경관의 관점에서 발굴조사 성과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이슈와 과제를 함께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