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며칠 뒤면 한 해 가운데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大寒)’이다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는데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은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곤 했다. 아침 녘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지난 경진년ㆍ신사년 겨울에 내 작은 초가가 너무 추워서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우리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낄까. 젊음의 한가운데 있을 때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마음이 닿는 순간일까. 손원평의 『젊음의 나라』는 이러한 단순한 질문의 답을 낯선 미래의 풍경 속에서 찾아간다. 소설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세대 구조가 역전되면서 오히려 청년들이 소외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배우를 꿈꾸던 주인공 유나라는 노인복지시설 ‘유카시엘’에서 상담사로 일하게 되고 이 경험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 속에서 유나라는 노인과 청년, 이주민과 내국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마주하며, 각 세대와 계층이 겪는 갈등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유나라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젊음의 나라』가 건네는 메지시는 명확하다. 화려한 성공이나 안정된 미래 같은 피상적인 행복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이해하고 함께 견디는 과정에서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진실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의 좌표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바람 부는 방향으로 휘어진 큰 나무 아래 등 굽은 저 할머니 자박자박 걸어가는구나. 거친 손등처럼 탱탱 오이 박고 늙어 가는 나무, 온몸으로, 온 뿌리로 하늘 향해 서 있는 팽나무라네. 제주 말로 ‘폭낭’이라지. 짭조름한 소금 바람 먹고도 단단하기만 한 제주섬 같은 나무, 사각사각 바람의 말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바람의 나무 말이지.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책 제목 그대로,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제주도에 살고있는 시인 허영선이 쓴 이 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는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연작으로 나온 그림책이다. 제주도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시처럼 아름답게 들려준다. 제주도는 고려 중엽까지 독립된 국가였다. 그때의 이름은 ‘탐라국’이었고, ‘섬나라’라는 뜻을 가진 탐모라, 탁라로 불리기도 했다. ‘덕판배(제주 전통의 목판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던 탐라국 사람들은 마침내 1105년 고려왕조의 일부가 되었다. ‘바다를 건너는 고을’이라는 뜻을 담은 ‘제주’라는 지명도 그때쯤 생겨났다. 1270년 고려 원종 시기, 삼별초군이 제주로 들이닥쳤다. 뒤이어 이들을 토벌할 몽고군도 몰려왔다. 삼별초를 토벌한 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