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 한나 아렌트가 '사르트르의 철학서 중 단연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한 사르트르의 대표작 '구토'가 역자 임호경의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다. 문예출판사의 '구토'는 '에디터스 컬렉션' 시리즈의 열 번째 책으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정식 계약해 출간하는 완역본이다. 원문의 의미를 살리면서 가독성을 높인 번역으로 20세기 걸작 '구토'를 제대로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국내 사르트르 전문가 변광배 교수의 풍부한 해설을 첨부하여 작품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사르트르의 '구토'는 독특한 글쓰기와 참신한 문제의식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걸작',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구토'의 이런 혁신성이 세기가 바뀐 지금 퇴색됐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르트르가 '구토'를 통해 그린 인간의 모습은 오히려 21세기에 더 어울린다. 사르트르는 '구토'에서 쓸데없는, 남아도는, 잉여적 존재들의 모습, 그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낯설고 부조리한 감정을 그렸다. '구토'에서 인간은 '신을 닮은 존재'와 같은 존재의 필연성이 없다. 이를테면 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덤'이거나 남아서 문제인 '잉여'로 존재한다. 사르르트는 우리가 이런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영국의 소설가이자 SF 역사가인 J. G. 발라드는 50년 전에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이처럼 ‘시대를 앞서간 현실’인 SF를 만들어낸 작가와 미래학자, 발명가들에 대해 알아보고 SF적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미지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1966년 프레더릭 폴이 소개한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시대』에서 예견된 일이며, 휴고 건스백의 1925년 작 『랠프 124C 41+: 2660년의 로맨스』에서 예견된 ‘텔레포트’는 2006년에나 대중에게 보급된 ‘영상 통화’와 다르지 않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1964년에 “2014년이면 로봇들이 그리 흔하지도,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존재는 할 것이다”라며 소비자 로봇 기술에 대해서 언급했다. 돌아보면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지금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고 대답하는 로봇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昨冬雪如花 지난 겨울 꽃 같던 눈 今春花如雪 올 봄 눈 같은 꽃 雪花共非眞 눈도 꽃도 참(眞)이 아닌 것을 如何心欲裂 어찌하여 마음은 미어지려 하는가. 조선 후기 문인화가 전기(田琦)의 <매화서옥도>를 본다. 저 그림 속은 꽃은 매화일까? 눈꽃일까? 물론 화제에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라 하였으니 화원의 붓끝으로는 분명 매화를 그렸음이다. 그림에서 매화는 눈송이처럼 보일 만큼 그 순정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눈 덮인 산, 잔뜩 찌푸린 하늘, 눈송이 같은 매화, 다리를 건너오는 붉은 옷을 입은 선비가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림이다. 전기는 매화가 활짝 핀 산속 집에 앉아 있는 선비고, 그의 절친한 벗 붉은 옷의 선비 오경석은 거문고를 메고 다리를 건너 초가집을 찾아온다. 그런데 여기 만해 한용운 선생이 옥중에서 쓴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란 한시도 있다. 겨울엔 눈이 꽃 같았고, 봄엔 꽃이 눈인 듯하단다. 눈도 꽃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닌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 눈과 꽃에 마음을 뺏기고 미어지려 한다. 만해 선생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눈과 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