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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만 샅샅이 뒤지는 그대에게, '톺다'

남을 깎아내리는 갈고리가 아닌, 나를 다스리는 빗질 [오늘 토박이말]톺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많은 기별들을 보고 듣기가 무섭습니다. 서로 손가락질하고 깎아내리거나 상대방이 한 실수나 작은 잘못을 이 잡듯 뒤져서 누리에 까발리는 모습들 때문입니다. 나랏일을 서로 꼼꼼히 살피겠다는 다짐은 간데없고, 오직 상대방을 무너뜨릴 빈틈만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서른 해 가까이 우리말을 갈고닦아 온 저는, 오늘 이 서글픈 바람빛 앞에서 아주 날카로운 낱말 하나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톺다'입니다. 본디 '톺다'는 삼베를 짤 때 껄끄러운 껍질을 훑어내어 부드럽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손길을 뜻했습니다. 또는 험한 산길을 한 발 한 발 더듬으며 꼭대기를 향해 나아가는 끈질긴 마음을 말하기도 했지요. 참으로 귀하고 단단한 마음이 담긴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남을 마주하는 '톺기'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상대의 참마음을 살피는 대신, 상대의 못난 모습과 허물만 '톺아'냅니다. 먼지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 눈을 부라리고, 빈틈만 보이면 샅샅이 뒤져서 기어이 상처를 내고야 마는 칼날 같은 말들. 이제 '톺다'는 누군가를 돕기 위한 손길이 아니라,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말의 갈고리'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겨울의 묵은 때를 벗기고 마음을 맑게 하는 힘

묵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헹궈주는 기분 좋은 우리말 [오늘 토박이말]가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창문을 열면 어느새 바람의 끝이 부드러워졌음을 느낍니다. 벌써 봄을 맞이하기 위해 가게 안팎 바닥을 물청소하고,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이불을 빠는 이웃들의 바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먼지를 털어내고 물을 뿌리는 그 모습만 봐도 가슴 속이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이처럼 지저분한 것을 없애거나 상태를 깨끗하게 바꾸는 일을 두고, 우리 할머니들은 참 살가운 말을 쓰셨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알려드릴 말은 바로 '가시다'입니다. 우리는 흔히 "입가심한다"거나 "매운 기운이 가셨다"는 말을 자주 씁니다. '가시다'는 단순히 닦아내는 것에서 나아가, 물로 깨끗하게 헹구어 내어 원래의 맑은 상태로 되돌리는 힘이 있습니다. 얼룩진 그릇을 맑은 물에 '가실' 때의 그 가뿐한 소리를 떠올려 보세요. 더러운 것뿐만 아니라, 우리를 힘들게 했던 나쁜 기운이나 걱정거리까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이 담겨 있습니다. '세척'이나 '제거' 같은 한자말과는 다른 우리말만의 개운한 맛입니다. 묵은 마음을 가시고 새봄을 맞이하세요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가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묵은 때를 가시는 일입니다. 겨우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작은 거인들, '안차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보다 깊고, 야무지다는 말보다 단단한 우리말 [오늘 토박이말]안차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얀 눈 위를 거침없이 가르며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한 소녀의 모습에 온 국민이 숨을 죽였습니다. 열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스노우보드의 최가온 선수 이야기입니다. 자기 키보다 몇 배는 높은 눈 벽을 타고 날면서도 얼굴에는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어디 최가온 선수뿐인가요? 띠동갑도 넘는 선배들을 앞에 두고도 싱글벙글 웃으며 매서운 공을 날리던 탁구의 신유빈 선수,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나도 끝까지 셔틀콕을 쫓아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도 떠오릅니다. 이 어린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입안에 맴도는 딱 알맞은 우리 말이 있습니다. 바로 '안차다'입니다. '안차다'라는 말을 가만히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겉으로만 센 척하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이 옹골차게 꽉 들어차서 웬만한 바람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말집, 사전에서는 이 말을 '겁이 없고 야무지다'라고 풀이합니다. 덩치가 작아도, 나이가 어려도, 상대가 아무리 무시무시한 실력자라도 기죽지 않고 제 실력을 다 발휘하는 모습이지요. "그 녀석 참 안차게 대드네!"라는 말속에는, 작지만 결코 얕볼 수 없

밀어주고 이끌어준 그 손길이 '가름한' 금메달

[오늘 토박이말]가름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새벽 밀라노의 얼음판 위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하나된 마음의 본보기였습니다. 마지막 바퀴에서 김길리 선수가 번개처럼 튀어 나가며 금메달을 따냈을 때, 온 나라가 환호성으로 가득 찼지요. 하지만 그 열매는 마지막 주자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 선수를 힘차게 밀어주며 제 힘을 모두 실어준 덕분이었고, 함께 땀 흘린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버텨준 덕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럿이 엉켜 있는 곳에서 우리 편의 자리를 정하고 등수를 나누는 것을 우리 토박이말로는 '가름하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가름하다'라는 말을 가만히 읊조려 보세요. 엉클어진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 혹은 뒤섞여 있던 여러 선수 사이에서 우리 선수들의 자리를 시원하게 나누어 정해놓는 기분이 듭니다. 어제 경기는 그야말로 '가름'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누가 1등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여러 나라 선수들이 엉켜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의 믿음이 마침내 승패를 가름했습니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이끌어준 그 뜨거운 손길이 엎치락뒤치락하던 흐름을 딱 끊

오늘은 김선달이 대동강물 판 절기 '우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20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2월 19일)은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냇물이 풀리고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스물네 철마디(절기) 가운데 하나인 '우수'입니다. 한자로는 '비 우(雨)'에 '물 수(水)'자를 씁니다.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킴이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이 오랜 철마디(절기)를 조금 더 살가운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싹비'라고 합니다. 예부터 이 싹비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아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봄은 이제 시골집 사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