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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봄, 차가운 바다서 떠오른 약속 '새깁니다'

굽은 등에 스민 바람, 가슴에 깊이 새기다 [오늘 토박이말]새기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그림 속, 차가운 새벽 물안개가 자욱한 바닷가에 홀로 선 남자의 굽은 등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수평선 너머로 이제 막 떠오르는 해는 수줍은 듯 온 세상을 귤색 빛으로 물들이고 있네요.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스치고, 모래톱 위 작은 노란 리본과 종이배는 그 바람에 실려온 듯 낮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의 눈길은 저 먼바다, 어쩌면 그날의 기억이 멈춘 곳을 향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두 번의 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이 계절의 바람은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꽃내음이지만, 그에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시리고 아픈 기억의 조각들을 실어 나르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그 아픈 시간을 건너온 우리 모두의 마음을, 그림 속 따스한 아침 햇살처럼 가만히 보듬어보려 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뚜렷이 '새기다' 열두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것은 우리가 그날의 약속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기억식에서 전해진 "국가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 소식은, 그림 속 떠오르는 해처

기름값은 올라도 당신의 가치는 깎이지 않습니다

시린 바람 속에 전하는 안부 [오늘의 토박이말]덜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보내드리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희망찬 아침 해가 떠오르는데, 우리네 삶을 상징하는 농부의 등은 거센 바람에 조금 굽어 있습니다.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마치 우리의 발걸음을 자꾸만 뒤로 당기는 '덜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길을 걷는 저 뒷모습이 참으로 눈물겹고도 든든하지 않나요? 오늘 우리는 이 그림 속 풍경을 닮은 토박이말 하나를 꺼내보려 합니다. 살림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덜미' 요즘 주유소 전광판의 숫자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셨을 겁니다. "고유가가 살림의 덜미를 잡는다"는 말이 참 아프게 다가오지요. '덜미'는 목 뒤편의 아랫부분을 말합니다. 누군가에게 덜미를 잡히면 우리는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뒤로 끌려가거나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지요. 고유가라는 불청객이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여러분의 일상을 뒤에서 꽉 붙들고 늘어지는 것만 같아, 그 답답함을 어떻게 다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덜미'라는 단어의 어감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삶의 긴장과 고단함이 서려 있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랍니다

거친 땅을 기름지게 바꾸는 땀방울

새로운 터전을 닦고 앞날의 자람을 불러일으키는 정성 [오늘의 토박이말]일구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봄기운이 가득한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뫼와 들에는 엊그제 틔운 것 같만 같았던 새싹들과 잎들이 몰라보게 훌쩍 자라 풀빛깔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나라의 큰 기업인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1조 8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기로 했다는 기별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장을 짓는 일을 넘어, 세계 시장이라는 넓은 들판에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고 앞으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힘찬 발걸음으로 보입니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우리 한어버이(조상)들께서 거친 땅을 가꾸어 기름진 밭으로 만들던 드높은 애씀이 떠오릅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앞날의 밑바탕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미덥습니다. 오늘처럼 맑은 하늘 아래, 우리가 새로운 앞날을 생각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토박이말 '일구다'를 꺼내어 봅니다. '일구다'는 논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서 일으키거나, 어떤 일의 바탕을 힘들여 이루어 낸다는 뜻을 지닌 참으로 부지런하고도 끈기 있는 움직씨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논밭을 만들기

여창가곡, 달 꽃을 피우다

월하(月荷)의 노래를 이어가는 제자들의 무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7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2026 방영일 국악상>의 수상자인 정순임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판소리 <흥보가>의 예능보유자로 해당 종목의 전승 및 공연 활동을 해 오며 판소리와 함께 외길 인생을 살아온 명창이란 이야기, 『한국전통음악학회』의 미국 UCLA《Korean Music Symposium, -한국음악 심포지엄》이라든가, 중국의 연변예술대학과의 《전통음악 실연(實演)교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또 그는 권위보다는, 순수함을 지닌 다정한 이웃, 누구나 좋아하는 친절한 할머니 같은 분이었지만, 무대에 오르면, 그 부드러우면서도 맑고, 높은 목소리, 구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사설 처리, 다양한 연기(발림) 등으로 청중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마술사로 변한다고 썼다. 그뿐만 아니라 연습으로 다져진 그의 소리는 일상의 소녀가 지니고 있던 순수하고 진솔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소리여서 그 울림의 반향(反響)도 크고, 아름답게 되돌아오기에 ‘그가 얼마나 판소리를 사랑하며 남다른 태도나 열정을 지니고 살아온 소리꾼이었는가?’ 하는 점을 알게 한다는 이야기, 그 소리의 울림이 그의 고

흔들리는 세상 속 든든한 밑거름

빗물에 젖은 흙이 제 몸을 조여 옹골차게 굳어지듯 [오늘의 토박이말]다지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비 온 뒤의 땅은 겉으로는 젖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흙 알갱이들이 서로 빽빽하게 맞물리며 그앞보다 훨씬 야무진 상태로 거듭납니다. 어제 들은 우리나라와 폴란드의 만남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힘을 보태줍니다. 두 나라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를 넘어, 이제는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멀리까지 함께 걷기로 다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이라는 주춧돌 위에 방위 산업과 에너지 같은 굵직한 기둥들을 세워 올리는 모습이 참으로 미더웠습니다. 나라 사이의 일이든 사람 사이의 일이든, 끝까지 가는 힘은 곱고 아름다운 말잔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단단하게 밑바탕을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른 아침,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이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겠노라 속으로 되뇌는 그 다짐 속에 우리 삶의 참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자리느낌(분위기) 속에서 우리 마음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려줄 토박이말 '다지다'를 꺼내어 봅니다. '다지다'는 누르거나 밟거나 쳐서 단단하게 만들고, 기초나 터전을 굳고 튼튼하게 하는 힘 있는 움직씨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누르거나 밟거나 쳐서

대물림해 온 보물, 또바기 이어갈 토박이말 사랑

아홉 돌 토박이말날을 맞아 온 나라가 함께 기리길 바라는 마음 [오늘의 토박이말]또바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무지개달 열사흗날 한날(4월 13일 월요일) 아침, 누리는 한결 맑고 깨끗한 속살을 드러내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오늘은 우리 겨레가 소중히 가꾸어 온 값진 토박이말을 아끼고 기리기로 다짐한 지 아홉 돌이 되는 '토박이말날'입니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토박이말날이 아홉 돌을 맞이했음에도 여전히 이를 아는 분들이 많지 않고, 오직 지역 신문과 방송에서만 작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우리네 서글픈 현실입니다. 요즘 나라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글 읽는 힘이 떨어진 것을 걱정하며 그 풀이로 다시금 어려운 한자를 깊이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들려옵니다. 하지만 저는 서른 해 넘게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우리 아이들이 배움을 어려워하는 참 까닭은 한자를 몰라서가 아니라 우리말의 뿌리인 토박이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왔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지키자고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토박이말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빠르고도 좋은 수라는 제 간곡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분이 적어 마음 한구석이 몹시 무겁기도 합니다. 이제는 지역을 넘어 온 나라의 신문과 방송이 이 뜻깊은 날을 함께 기리고,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봄비의 손씻이

빗물에 씻긴 땅처럼 맑고 정직한 속살을 드러내다 [오늘의 토박이말]보드득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나직하게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깨신 분도 계시지요? 온 나라 곳곳에 앞낮(오전)까지 내린다는 이 봄비는 메말랐던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뿌옇게 쌓였던 먼지들을 말끔히 씻어내어 세상을 한결 맑게 해 줄 것입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날씨가 부쩍 따뜻해져서 봄기운을 넘어 여름을 느낄 수도 있을 거라고 하니, 마치 하늘이 봄을 재촉해 보내려고 정성껏 몸을 씻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듯 보입니다. 빗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쓸며 깨끗한 둘레를 지켜낸 미화원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을 뭉클합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 세상의 때를 벗겨낸 그분들의 부지런한 손길 덕분에, 비 갠 뒤의 거리는 거울처럼 깨끗한 빛을 되쏘게 될 것입니다. 억지로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내 안에 쌓인 욕심과 고집을 맑은 빗물에 헹궈내고, 본디 있던 깨끗한 마음을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값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빗물에 씻겨 맑은 얼굴을 드러낸 길 위로,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을 때 들려올 그 야무진 소리를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세상의 거칠고 소란스러운 시끄러움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거짓없이 닦아내는 사람의 뒷모습은 참으로 아름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