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풍물과 함께 살아온, <남사당놀이> 지운하 명인의 입문(入門) 70돌을 기념하는 공연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남사당(男寺黨)놀이>는 국가가 지정한 무형유산의 한 종목이며, 평생을 몸담아 온 그를 위하여 동료와 후배, 제자들이 서울과 인천의 각기 다른 공연장에서 기념공연을 마련했다는 이야기, 그는 어려서부터 인천 도화동 풍물패의 상쇠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는데, 1950년대 말,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소속 단체가 대상을 받을 때, 어린 지운하는 12발 상모를 연출하여 최고의 인기상을 수상하였다는 이야기, 결국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인천 <대성목재> 농악단에서 활약하게 되었고, 이후 <남사당-男寺黨>에 입단한 뒤, 70여 년 세월을 다양한 기, 예능들을 익히면서 지내 왔다고 했다. 공연 당일, 예악당 무대의 마지막 순서는 <흥, 멋, 한의 놀판>이었다. 이 대형 무대, 전체를 지휘하는 지운하 상쇠를 비롯하여 그 판굿에 참여한 모든 출연자의 기량이나 율동은 말 그대로 신명의 한판 무대였다. 특히, 이날 무대에 우정 출연자도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집앞 뜰에 있는 모과나무가 며칠 사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겨우내 마른 뼈처럼 앙상하던 가지 끝에 아기 손톱보다 작은 연둣빛 잎사귀들이 올망졸망 돋아난 것이지요. 그 보드라운 잎들이 차가운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면서도 기특한 마음이 앞섭니다. 사람들은 흔히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만을 떠올리지만, 참일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저 여린 잎사귀들조차 샘을 내며 매섭게 몰아치곤 합니다. '잎샘'은 봄에 잎이 나올 무렵에 찾아오는 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꽃샘'이나 '꽃샘추위'와 짝을 이루는 말로, 이 둘을 한데 묶어 '꽃샘잎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은 이 무렵 추위가 얼마나 매서웠던지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셨지요. 이는 변덕스러운 봄날의 추위가 한겨울 못지않게 매서우니 마음 놓지 말라는 가르침이자, 새 생명이 돋아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자연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과나무의 여린 잎이 잎샘을 견디며 짙은 풀빛으로 익어가듯, 우리 삶도 무언가 자라날 때마다 시린 바람을 맞기 마련입니다. 새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얽히고설킨 나날의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하고 깊은 골짜에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가 마음을 먼저 씻어내립니다. 느긋하게 흐르던 물줄기가 갑자기 좁아지거나 얕아지는 곳, 그곳에서 물은 비로소 제 목소리를 드높이며 하얗게 부서집니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 없고 즐거운 삶만을 바라지만, 정작 우리 얼이 가장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때는 삶의 바닥이 드러나거나 거친 돌멩이를 만났을 때일지도 모릅니다. 거침없이 흐르다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끝까지 멈추지 않는 그 힘찬 물결을 마주하며, 사람들은 모두 삶을 배우곤 합니다. '여울'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서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깊은 곳에서는 고요하고 흐름을 어림하기 어렵던 물이, 여울을 만나면 갑자기 빨리 흐르며 거칠게 소용돌이칩니다. 이때 물은 바닥의 돌멩이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하얀 거품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머금어 더욱 맑고 깨끗해집니다. 곧, 여울은 물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곳이자 스스로를 맑히고 생명력을 되찾는 힘이 넘치는 탈바꿈의 장소입니다. 이 말은 그저 땅모양의 특징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을 만났을 때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