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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의 사악한 기운을 없애는 홑잎나물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31]

[한국문화신문 = 지명순 교수]  어릴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에는 꼬리 아홉 개가 달린 구미호, 천년 묵은 이무기, 처녀귀신 따위가 꼭 등장한다. 그날 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화장실을 가는 것을 꾹 참고 자야할 정도로 무서웠지만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시간만 나면 할머니께 귀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청나라의 명의 서영태(徐靈胎)가 본인이 진료한 경험을 기록한 책 의화정화(醫話精華)에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이 화살나무를 약으로 써서 귀신 들린 병자를 고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주월량이라는 노인의 며느리가 새해가 되어 시아버지께 세배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성문 밖 뱀사당에 가서 향을 피우면 일 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뱀사당을 찾아갔다. 사당 앞에 가니 순식간에 뱀 남녀 귀신이 며느리의 몸에 들어갔다. 며느리는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미친 말을 하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귀신 들린 사수(邪祟, 제정신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되는 증세)가 들었다. 

서영태에게 왕진을 부탁하여 지보단(빛깔이 붉고 광택이 나는 광석 곧 주사-朱砂가 주성분으로 되어 있는 약물)을 처방하였으나 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니 시어머니가 약을 먹고 며느리에게 품었다. 그러자 며느리가 한 여자가 그것 때문에 불에 타 죽었다.”라고 말했다. 주사를 불로 여겼기 때문이다. 다음날 약에 귀전우(鬼前羽)를 넣어 다려 먹었더니 며느리가 한 남자가 화살에 맞아 죽었다.”라고 말했다. 귀신은 귀전(鬼前)을 화살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어 한 달 만에 병이 완쾌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부터 주사와 귀전우는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어 귀신 들린 병에 처방되었다. 

 

   
▲ 홑잎나물

귀전우는 노박덩굴과에 속한 낙엽관목인 화살나무이다. 그 줄기에 3개의 깃이 달려 모양이 화살깃 비슷하다. 일명 귀전이라 하는데 우리나라 곳곳에서 난다. 봄이 되면 새순이 예쁘게 나오는데 어린잎을 뜯어 나물로 먹는데 홑잎이라 한다.  

동의보감에는 위모(衛矛, 화살나무)라 하고 성질은 차고 맛은 쓰다. 사기(邪氣, 요사스럽고 나쁜 기운)나 귀신 들린 것과 가위 눌리는 것을 없애 주고 뱃속의 회충을 죽이고, 월경통을 멎게 하며, 오랜 체증으로 뱃속에 덩어리가 생긴 것을 부수고, 대하산후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하며, 사람들은 이것을 태워서 좋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고 했다. 또한 낙태시킬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화살나무 약리 주요 성분인 싱아초산 나트륨은 혈당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효과도 있음은 물론, 동맥경화고혈압피부질환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임상을 통하여 검증되고 있다.  

산에서 나는 나물 가운데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르는 것이 홑잎나물이다. 부지런한 며느리도 홑잎은 세 번 뜯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홑잎나물은 새순이 돋았다 싶으면 순식간에 다 피어버려서 나물로 먹을 수 없게 된다. 새순을 살짝 데쳐서 쌈 싸먹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진하지 않은 간장들기름깨소금으로 양념해 무치면 부드러운 홑잎나물이 되며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쳐도 맛이 좋다. 

홑잎나물도 별미인데 밥이 뜸이 들어갈 무렵 나물을 넣으면 된다. 나물무침에 밥을 넣고 섞어 주먹밥을 만들면 나들이 할 때 도시락 대신 편리하다. 또 화살나뭇잎을 그늘에 말려 차를 만들어 녹차 우리듯 찻주전자에 2~3g 넣고 3~4분 우려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도 좋다.  

부지런한 며느리가 되어 홑잎나물 해먹고, 몸 안에 있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건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