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분명히 들었다. 미스 K는 이번에는 ‘아저씨’ 대신에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미스 K는 남편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거나, 별거 단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앞으로 K 교수가 미스 K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암시를 주는 바가 크다. 간단히 말해서 K 교수가 미스 K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언젠가 데이트는 물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더라도 유부녀가 아니므로 위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물론 아내를 속이는 일은 미안하지만, 상대가 유부녀는 아니므로 저쪽 남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로맨스(나쁘게 말하면 불륜)에 대한 위험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서 K 교수는 매우 고무된 기분이었다. 며칠 뒤, K 교수는 신문을 읽다가 경기도 이천군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해마다 열리는 도자기 축제인데, 올해에는 특히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모아 대규모로 전시회를 한단다. K 교수는 기사를 읽고서 멋진 계책을 생각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연금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 대비책이다.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 군인 연금, 주택 연금 말고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연금이 햇빛 연금이다. 햇빛 연금은 2021년에 전라남도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연금이다. 신안군은 행정구역 전체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은 광활한 갯벌과 천일염 생산으로 유명하며 홍도, 흑산도 등 아름다운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1969년에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으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으나 2025년 8월 기준으로 인구수는 38,930명으로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신안군의 염전은 전국 염전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천일염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2006년에 처음 당선된 박우량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우리에겐 중동의 기름과 같다”라고 말하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주민들과 전력 이익을 공유하는 연금 제도를 구상하였다. 태양광 사업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연금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 대비책이다.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 군인 연금, 주택 연금 말고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연금이 햇빛 연금이다. 햇빛 연금은 2021년에 전라남도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연금이다. 신안군은 행정구역 전체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은 광활한 갯벌과 천일염 생산으로 유명하며 홍도, 흑산도 등 아름다운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1969년에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으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으나 2025년 8월 기준으로 인구수는 38,930명으로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신안군의 염전은 전국 염전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천일염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2006년에 처음 당선된 박우량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우리에겐 중동의 기름과 같다”라고 말하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주민들과 전력 이익을 공유하는 연금 제도를 구상하였다. 태양광 사업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일요일 K 교수는 친구들과 K리조트에서 골프를 쳤다. K 교수는 작년에야 겨우 골프를 시작해서 아직은 108타 수준이었다. 골프라는 것이 쉽게 실력이 느는 운동이 아니다. 또 골프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필드에 나가기도 어렵다. 욕심 같아서는 보기 플레이(90타)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싶지만, 재력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대학 동창들과 즐겁게 5시간을 보낸 후 K 교수는 호기심에 찬 친구들과 미녀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K 교수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예약했는데….”라고 소리쳤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일행은 할 수 없이 미녀식당 근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날 친구들은 K 교수를 한껏 놀려댔다. 여자에게서 바람맞는 것이 대학 다닐 때부터 너의 주특기였다고. K 교수는 놀리는 친구들에게 대항하지 못하였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할 뿐이었다. 이틀 뒤 화요일, 야간수업이 끝난 후에 K 교수는 미녀식당에 갔다.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미스 K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가 일어서더니 정중하게 사과부터 한다. 일요일에 약속을 못 지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홍신자의 기이한 실험은 <푸나의 추억>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인도는 가정에까지 종교적 금욕이 파고 들어가 있는 나라다. 성에 관한 한 철저히 폐쇄적인 이 나라에서 그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결혼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가 갔다. 다음 날 저녁 무렵, 우리는 아슈람(주, 라즈니쉬의 가르침을 따르는 국제명상센터) 밖 시내 한 지점에서 만났다. 릭샤(주, 인력거의 하나)를 타고 얼마를 간 후, 나는 그를 따라 작은 여관 비슷한 곳으로 들어갔다. 거울 하나 걸리지 않은 방 한쪽엔 옹색한 세면실이 딸렸는데 수도꼭지 하나와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만 달랑 놓여 있었다. 그는 준비해 온 향불을 피운 다음 전등을 끄고 대신 촛불을 켰다. 조금씩 나오는 수돗물에 몸을 씻고 나온 그는 긴 천 하나로 몸을 감더니 가부좌를 하고 벽에 등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명상에 들어갔다. 나도 몸을 씻고 나와서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곧 바잔(주, 신을 찬양하고 헌신을 표현하는 힌두교의 노래)을 부르기 시작했다. 종교적이고 성스럽고 평화로운 가락, 나도 그를 따라 흥얼거렸다. 그렇게 바잔 만을 부르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용산 대통령실을 과거 청와대 자리로 옮기겠다고 공약하였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두 달이 지나, 일반인에게 공개되던 청와대는 2025년 8월 1일부터 관람이 중단되고 보수작업과 보안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공사가 늦어지면서 청와대 복귀는 2026년 상반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10월 2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색적인 시위가 열렸다. 녹색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환경단체는 용산 어린이정원 폐쇄 촉구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하였다. 참여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제대로 된 오염 정화 없이 미군 반환 터에 졸속으로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그대로 개방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용산 어린이정원이 있는 터는 과거 미군 기지의 일부였다. 미군은 1945년 광복 직후 일본군이 사용하던 용산 기지를 접수하고 주둔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6.25 전쟁을 거치며 1953년 미8군 사령부가 용산으로 이전하였다.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던 금단의 땅은 넓이가 약 60만 평(200만m2)에 달하였는데, 넓은 잔디 마당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홍신자 씨가 1993년에 쓴 <푸나의 추억>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느냐고 미스 K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책은 읽어 보지 않았다고 한다. 푸나는 홍신자씨가 인도의 명상 철학자 라즈니쉬의 제자가 되어 머물렀던 도시 이름이다. 푸나는 인도의 서쪽 해안 도시 봄베이(1995년에 뭄바이로 이름이 바뀜) 근처에 있는데, 구글 지도에는 도시 이름이 푸네(Pune)로 표기되어 있다. K 교수는 <푸나의 추억> 책에 나온다고 말하면서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불교의 한 지파로서 탄트라(tantra)가 있다. 우리말로는 밀교(密敎)라고 번역된 탄트라는 절대자인 신(神)은 남성 원리를 나타내는 쉬바(shiva)와 여성 원리를 나타내는 샥티(shakti)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쉬바는 순수한 존재로서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로고스(logos)라고 볼 수 있다. 샥티는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에너지이며 자기실현의 기쁨과 사랑을 나타내는 에로스(eros)라고 볼 수 있다. 서양철학적으로 해석하면 쉬바와 샥티는 이성과 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양철학적으로 해석하면 절대자인 신이 양과 음의 양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마침, 손님은 하나도 없고, 미스 K 혼자서 빈 식당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알바생은 이미 퇴근했다. 혼자서 심심하던 차에 K 교수가 방문하니 미스 K는 반갑게 맞아준다. 손님이 없더라도 12시가 넘어서 식당 문을 닫는다고 한다. 미스 K의 숙소인 K리조트는 식당에서 3분 이내 거리에 있다. 이해가 된다. K리조트 방에 가봐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썰렁할 것이다. 차라리 식당에서 마무리 일을 하면서 음악이라도 듣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K 교수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서 미스 K가 묻는다. “술 드셨어요?” “네, 서울에서 열린학회 모임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1차로 저녁식사, 2차는 맥주, 3차는 노래방 가서 최신곡을 세 곡이나 불렀답니다.” “운전은 어떻게 하셨어요?” “나는 모범생이잖아요. 모범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택시를 1시간 동안 문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택시를 돌려 보내세요. 이따가 제 차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그러지요 뭐. 잘 되었네요.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인가 봐요.” K 교수는 택시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환경운동의 기본 전제는 모든 생명체와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말은 지구의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1972년 6월 5일 소집된 제1차 UN인간환경회의의 구호이었다. (세계환경의 날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6월 5일로 정하였다.) 이러한 구호를 채택한 까닭은, 인류가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지구를 오염시켜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향이 싫으면 고향을 떠날 수 있고, 자기 나라가 싫으면 다른 나라로 이민 갈 수 있다. 그러나 지구가 오염되어 못 살겠다고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갈 수는 없다. 모든 동식물과 인류의 거주지가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소중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하나기 때문에 소중하다. 나의 어머니가 소중한 것은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하나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오직 하나뿐인 외동딸이나 외아들은 얼마나 소중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체육대학의 가 교수와 스파게티를 먹으러 미녀식당으로 갔다. 가 교수는 축구해설가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축구에도 관심이 많은 재단이사장이 다른 대학에서 스카우트 해 온 가 교수는 축구 선수 출신의 유명한 해설가였다. 그런데 체육대학에는 아직 미스 K의 소문이 알려지지 않았나 보다. 가 교수는 미스 K를 보자마자 “대단한 미인이십니다”라고 면전에서 칭찬의 말을 했다. K 교수가 “사장님은 실제로 1978년 미스 코리아 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 교수는 깜짝 놀라면서 “아, 그래요? 그러면 아마도 40대 아닌가요? 저는 20대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남자들이 잘하는 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날은 손님이 많아서 미스 K가 합석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가 교수는 미스 K를 바라볼 수 있었으니 여복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안식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가 교수는 학교에 온 지 6년이 되지 않는데도 작년에 안식년을 6개월 갔다 왔다고 한다. 안식년이란 지적 노동을 하는 교수들이 6년 동안 근무하고 재충전을 위해 1년간 쉬는 제도이다. 그러나 S대학 총장은 안식년을 교수들에게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