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어느 날 경기도 화성군 송산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ㄹ 사장이 학교로 찾아 왔다. ㄹ 사장은 대학 동창이 소개해서 K 리조트에서 골프를 한번 같이 친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골프 접대를 한번 받은 것이다. ㄹ 사장은 사업이 잘되어서 공장을 하나 더 지으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K 교수의 학과에 근무하는 ㅁ 교수가 심사위원 명단에 있는데 소개를 좀 해달라는 것이다. 심사를 잘 받기 위하여 미리 로비하려는 모양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ㅁ 교수는 총장 아드님의 고등학교 후배라고 한다. ㅁ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S 대학에 영입되어 오자마자 중요한 보직을 맡아 잘 나가고 있었다. 마침, 전화해 보니 ㅁ 교수가 연구실에 있었다. K 교수는 ㄹ 사장을 데리고 가서 ㅁ 교수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야기가 잘 끝나고 그날 점심은 ㄹ 사장이 사겠다고 제안했다. 세 사람은 연구실을 나서서 ㄹ 사장 차로 갔다. ㄹ 사장이 승용차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정하세요.” “그래도 교수님들이 편한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럼 미스 코리아가 있는 식당으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잡초(雜草)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하다. 잡초는 일부러 심지 않아도 씨앗이 날아와서 뿌리를 잘 내리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잦은 외침과 지배 계급의 착취로 민중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잡초처럼 잘 살아왔다. 그래서 백성을 뜻하는 다른 말로서 민초(民草)라는 표현이 있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백성을 잡초로 비유한 것이다.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이 잡초도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먼저, 잡초의 나쁜 점은 무엇일까? 잡초는 농부에게는 아주 귀찮은 존재다. 텃밭을 가꾸거나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이름도 모르는 온갖 풀이 땅에서 솟아난다. 잡초는 얄밉게도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제때 뽑아내지 않으면 잡초는 2주일만 지나면 논밭을 쉽게 점령한다. 논밭에서 잡초를 뽑아내는 것을 ‘김매기’라고 말한다. 전통 벼농사에서는 벼가 자라는 동안에 세 번 정도 김매기를 했다. 처음 김매기를 초벌, 두 번째는 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체육대학의 ㄱ 여교수와 ㄴ 교수를 초대하여 미녀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ㄱ 교수는 무용학과 교수여서 무용을 전공한 미스 K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날 미스 K는 또 서울 갔다고 자리에 없었다.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미스 K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혹시 아느냐고 ㄱ 교수에 물어보니, 학교 다닐 때 1년 후배로서 예쁘다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나중에 미스 코리아 진에 뽑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어서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다. 어쨌든 미스 K가 학교 가까이에 왔다니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 주로 무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ㄱ 교수는 얼마 전에 경기도 안성군의 죽산면에서 열린 국제예술제에 다녀왔다고 했다. 죽산국제예술제는 ‘웃는 돌 무용단‘의 홍신자 씨가 1994년부터 시작한 연극축제였다. 무용가인 홍신자 씨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인도 철학자 라즈니쉬의 제자가 되었다. 그녀는 인도에서 3년 동안 머무는 동안에 봄베이 근처 라즈니쉬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 푸나에서 생활하였다. 홍신자 씨가 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도올 김용옥은 K 교수보다 2살 위이다. 도올은 고려대 생물학과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한국신학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신학대학 역시 중퇴하고 고려대 철학과에 편입하여 졸업하였다. 그 뒤에 그는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 교수는 도올을 학자로서 존경한다. 그의 책을 대부분 읽었다. 도올은 동양철학자로서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다. 김용옥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자였고 매우 박식하였다. 그는 매우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책을 썼다. 연극, 영화, 미학, 태권도, 기철학, 중국의 고전, 기독교 성서 등등 수많은 주제에 관하여 수많은 책을 썼다. 그가 1999년 11월에 교육방송(EBS)에서 시작한 <노자와 21세기> 강의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3개월 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경상남도 마산에 살고 있던 평범한 주부 이경숙 씨가 도올의 노자 해석을 비판하였다. 이경숙 씨는 자기의 주장을 2000년 11월에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전문 학자가 아닌 평범한 주부가 당대 최고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전화기에 부인의 이름 대신 별칭을 입력해 놓은 남자들이 더러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친구 몇 사람에게 전화 걸어 물어보니 처, 마누라, 00엄마, 내사랑, 여왕벌 등 여러 가지 호칭이 등장한다. 나는 각시의 이름 대신 ‘사자예각’이라는 네 글자를 입력해 놓았다. 사자예각은 사자성어 같은 느낌을 주는데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예쁜 각시”라는 표현에서 앞 글자 네 개를 뽑아내어 내가 만든 별칭이다. 사자예각의 뜻을 묻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번째 글자 ‘자’에 대해서 “무엇이 자랑스러운가?”라고 궁금해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각시는 세 가지가 자랑스럽다고 대답한다. 하나씩 설명해 보자. 첫째로, 술 잘 먹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술 마시는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술을 많이 먹지는 못한다. 소주 3잔이 최대 주량이다. 소주 3잔을 넘으면 나는 장소를 불문하고 쓰러져서 잠을 잔다. 나의 이러한 기행을 몇 번 본 친구들은 절대로 3잔 이상은 권하지 않는다. 그런데 각시는 놀랍게도 소주 2병까지 마실 수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각시는 50살이 될 때까지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해에 새로 이사 온 옆집 아파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임동창은 1956년에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첫 음악 시간에 여선생님이 친 피아노 소리가 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 왔다. 피아노의 신내림이다. 그날 당장 헌책방에서 바이엘 교본 한 권을 사 들고 교회로 갔다. 피아노가 있는 곳은 교회뿐이었으므로. 수업도 팽개치고 잘나가던 짱(?)의 생활도 접고 미친 듯 피아노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 가난한 어머니를 졸라 수강료 삼천 원을 들고 이길환 선생을 찾아갔다. 그의 재능을 인정한 선생님이 자기 집에서 숙식하며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임동창은 하루 16시간 이상 피아노를 쳤다. 미친 듯이 피아노를 쳤다. 어느 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피아노를 치는데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더란다. 이 무슨 조화? 도통? 그날 이후 독주회를 할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고1 때는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했다. 피아노만 쳐댔으니 학교 성적은 '양'과 '가'가 전부. 그러나 서류상으로 졸업은 했다. 어느 날 괘종시계가 땡땡땡 세 번을 치길래 "선생님 세시예요?"라고 물으니 "야 이놈아, 열두시다."라는 답을 들었다. 그는 분명 세 번을 들었는데. 그 후 "무의식이란 무엇일까? 자아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26기가 있고, 4기를 건설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1월 26일 대형 원전 2기와 소형 원전(SMR) 1기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새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계승하지 않고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러한 친원전 정책의 밑바탕에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엄청나게 늘어날 전기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자리 잡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바람과 날씨 변화에 민감해서 안정적인 전기를 계속 공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 미래 산업으로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그리고 수출 주역인 반도체 생산 시설을 늘리려면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도 친원전 정책의 근거로 작용하였다. 정부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의 추진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2026년 1월에 전 국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하였다. 환경단체에서는 문항이 편파적이라고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신규 원전 찬성 여론이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환경운동 역사를 살펴보면 쓰레기 매립장, 쓰레기 소각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고압 송전선 등은 이른바 혐오시설에 관한 것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교수 골프대회에는 약 40명(10팀) 정도가 참석한다. 어쩌다가 총장님이 고문 자격으로 교수 골프대회에 참석하면 그날은 매우 즐거운 날이 된다. 총장님은 매번 큼직한 부상을 기부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총장님이 참석하기를 은근히 바랐다. 언젠가 총장님이 교수 골프대회에 참석했는데 전날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교수들의 그날 골프 비용 전부를 자기가 내겠다고 해서 교수들이 크게 손뼉을 친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에서는 사립대학의 소유가 세습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연세가 많으신 총장님의 아들은 S대학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데, 말하자면 차기 권력이기 때문에 모든 교수가 그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누가 기획실장과 한 팀이 되어 골프를 치느냐는 것은 교수들에게는 매우 궁금한 사항이 된다. 기획실장이 자기 팀으로 지명하는 사람은 그만큼 신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기획실장은 항상 자기 팀에 타 교수를 지명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때그때 바뀐다고 한다. 그러므로 타 교수는 기획실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고 모든 교수가 믿고 있었다. 타 교수는 기획실장과 함께 골프를 치면 나이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음악대학의 국악과 타 교수, 피아노과 파 교수와 미녀식당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타 교수는 유명한 국악인이었는데, 국립국악원에서 지휘자로 오래 근무하다가 몇 년 전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금의 명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파 교수는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얼마 전에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교수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교수로 바꾸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타 교수와는 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K 교수는 대금을 배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져왔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어디에선가 들은 대금 소리가 운명처럼 항상 K 교수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공부하느라고 바빴다. 교수가 되어서는 연구 논문 쓰느라고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연구하여 논문을 내고 책을 쓰고, 열심히 강의 준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취미 생활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교수가 된 지 7년쯤 지나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에서 2010년에 지구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를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를 보면 부탄이 1위를 차지하였다. 대한민국은 68위, 미국은 114위로 발표되었다. 이 조사는 경제적 소득보다는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행복한가를 중요하게 평가하였기 때문에 부탄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2024년의 지구행복지수 조사에서는 한국은 76위, 부탄은 데이터 수집의 한계로 공식 순위에서 제외되었다. <표1> 우리나라의 국민소득과 지구행복지수 순위 변화 위 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은 2010년부터 14년 동안 크게 늘었지만, 지구행복지수는 오히려 추락하였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하락한 원인으로서는 과도한 경쟁과 외로움, 자살 증가가 지적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율은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급증하여 2003년에 OECD 국가 가운데 자살율 제1위를 기록하였다. 자살률 세계 제1위라는 불명예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24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제13위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은 너무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