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동작골의 봄 - 김상아 노래를 불러주세요 꽃다지 광대나물 샐쭉대는 밭두렁에서 그거면 돼요 밭은 내가 갈게요 기타도 퉁겨주세요 호박씨 손톱으로 그 박자 따라 쇠똥거름 곰배질*은 내가 할게요 낮은 하늘 홍매화 가지 위 종다리 날고 조릿대 숲 마른 댓잎 왕지네 기어가는 영상을 시로 적어주세요 꿀벌들 털 다리에 시간은 묻어가고 남녘 바람 비질로 자투리 햇살마저 골 안에 쓸어 넣고 문 닫아버리면 달그림자 팔베개에 뉘이고 꼬깃꼬깃 주머니 속 그 시를 읽어주세요 저 깊은 뱃속에서 들려오는 씨앗 트는 소리 들으며 꿈결인 듯 잠들래요 멍머구리*도 짝짓는 밤 동작골에서 * 곰배질 : ‘고무래질’의 사투리 ‘고무래’는 곡식을 그러모으거나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는 데 쓰는 ‘丁’자 모양의 기구 *멍머구리 - 참개구리의 사투리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피 붙 이 - 김상아 서녘 하늘이 아련히 물 들면 아내의 손을 잡습니다 먼 곳에 아내 모르는 깊은 그리움 하나 있습니다 새소리가 처연히 들려오면 아내와 산길을 걷습니다 내겐 들꽃 씨 같은 여문 그리움이 있습니다 콧등이 시려와 아내를 꼬옥 안습니다 가여운 내 업 하나가 찬 바람에 나뒹굽니다 아내가 알지도 모릅니다 내 핏줄 속으로 애달픈 그리움이 흐른다는 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설악산 뱃사공 - 김상아 아무 말 못 했습니다 남들이야 하마 비선대부터 기암에 단풍에 탄성이 터져 나오지만 귀면암을 지나 천불동에 이르도록 좋단 소리 한마디 안 했습니다 이제 슬슬 고뱅이에 기름 빠질 때도 되었건만 힘으로야 이 젊은 아내가 나을 수도 있으련만 스틱은 내게 주고 물이며 도시락이며 과일이며 한 짐 짊어지고 앞서 오르는 당신 작대기 삿대로 바윗길을 저어나가는, 내게 한 치의 소홀함도 없는 당신의 뒷모습에 나 헤피 웃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가을 절경을 본다지만 나는 영원으로 함께 건너갈 사공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