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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독립 독립혁명가 김산의 아리랑

님 웨일즈, 불화살 같이 살아간 김산을 이야기 하다

조선인 독립혁명가 김산의 아리랑 1

   
▲ 《아리랑》, 김산ㆍ님웨일즈, 동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아리랑을 읽었습니다. 책 표지의 아리랑제목 밑에는 <폭풍의 시대, 역사가 명하는 바에 따라 불화살 같이 살아간 한 조선인 독립혁명가 김산의 고뇌, 좌절, 사랑, 열정, 사상의 피어린 발자취!!>라고 쓰여 있네요.  

이 책은 1937년 죽음을 각오하고 장개석 국민당 군대의 삼엄한 포위망을 뚫고 중국 연안의 중국 공산당을 찾아간 푸른 눈의 여인 님 웨일즈(본명 : 헬렌 포스터 스노우)가 김산(본명 장지락, 1905-1938)에 대해 쓴 전기입니다. 님 웨일즈는 그곳에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새로 결성한 조선 민족해방동맹을 승인받기 위하여 대표로 파견된 김산을 만나, 김산의 파란만장한 삶을 듣고 글로 풀어냈습니다. 당연히 1941년에 먼저 영문으로 책이 나왔고, 나중에 우리말로 번역된 것입니다.  

김산! 자기의 꿈과 이상을 바쳐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바친 공산당에 의해 오히려 일본 스파이, 트로츠키 주의자로 몰려 1938년 억울하게 총살당한 순결한 김산!  

책에는 민족주의자에서 무정부주의자를 거쳐 공산주의자로 변하는 김산의 삶이 생생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광동코뮌에 참여하였다가 3일 천하로 끝난 뒤 해륙풍 소비에트로 후퇴하였다가 홍콩으로 탈출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간, 두 번씩이나 체포되어 일경에게 넘겨져 혹독한 고문을 받던 시간, 고문 후유증으로 생긴 폐결핵으로 죽음 직전까지 간 일 등이 사진처럼 그려집니다. 님 웨일즈는 책에서 김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산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리고, 가장 추악하고, 가장 혼란스러운 대변동 속으로 내던져진 한 명의 민감한 지식인,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상주의적인 시인이요, 작가인 한 사람의 지식인이었다. 그는 아무런 환상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냉소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했지만 또한 변화와 진보를 확신하였다. 고통과 패배는 그의 꿈을 없애버리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사상이 한층 깊은 의미를 지니고 타오르도록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님 웨일즈가 죽음을 무릅쓰고 연안으로 찾아가지 않았던들, 또 님 웨일즈가 노신 도서관에서 김산이 수십 권의 영문 책과 잡지를 빌려가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김산을 만나지 않았던들, 조선 청년 김산의 삶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책 제목이 왜 아리랑일까요?  

김산은 님 웨일즈에게 우리 민족의 혼과 한이 담긴 노래 아리랑에 대해 들려주는데, 그래서인지 책의 첫 시작도 김산이 부르던 아리랑부터 시작합니다. 김산은 당시 만주 벌판 어디서나 조선인 의용병이건 중국인이건 모두가 이 아리랑을 불렀다고 얘기해줍니다. 김산은 감방에 갇혔을 때에도 감방의 벽과 기둥에 손톱으로 아리랑을 새겼다는군요 

 

   
▲ 불화살 같이 살아간 김산, 님웨일즈 찍음(1937년)

님 웨일즈는 다른 중국 혁명가들에 대해서는 하나의 책에 묶었는데, 유독 김산에 대해서만은 독립하여 책 한 권으로 펴냅니다. 책머리에 아리랑과 나라는 추천의 글을 쓴 리영희 선생은 아무래도 님 웨일즈가 인간적으로도 김산을 깊이 사랑한 것 같다면서, 님 웨일즈의 사신(私信)들 속에서는 그런 심정이 더 역력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헬렌 할머니 - 리영희의 표현 - 는 지난날의 김산을 회고하는 대목에서 언제나 진실로 사랑했던 애인에 대한 애절한 연정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리영희 선생은 1959년 가을 합동통신사 외신부 기자로서 미국무성 후원을 받아 노스웨스턴 대학 대학원 신문학과의 6개월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동경의 어느 서점에서 일본어로 된 아리랑을 처음 만났답니다. 그러면서 선생은 아리랑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은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무슨 표현의 수단과 방법으로도 다 그릴 수가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님 웨일즈의 본명에 스노우가 들어갔지요? 그렇습니다. 님 웨일즈의 남편은 그 유명한 중국의 붉은 별을 쓴 에드가 스노우입니다. 중국의 붉은 별은 리영희 선생의 전환 시대의 논리와 함께 저의 대학생 시정 의식을 깨우는 책이었지요. 군사정권 시절이라면 공산혁명가의 삶에 대해 쓴 아리랑과 같은 책은 지하에서나 도는 책이었을 텐데, 이제 이 책이 햇빛을 보고 제 손안에까지 들어와 저에게도 감동을 전하는군요.  

중국 공산당은 김산의 아들과 님 웨일즈의 노력으로 1983127일 김산의 처형은 잘못된 조치였음을 인정하고, 김산의 명예를 회복시켜줍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2005년도에 김산의 독립운동가로서 공훈을 인정하여 훈장을 추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