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날도 더운데 일본에서는 얼마전 유명한 만화가의 예언이라면서 '7월 5일 대지진설' 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일본 국내는 물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 야단법석이던 7월 5일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대지진설’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듯 인터넷에는 별의별 걱정스런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학생 아들의 일본여행이 걱정된다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학부형의 글 가운데는 “대학생 아들이 7월 18일, 친구들과 일본 도쿄 여행을 계획하여 비행기표랑 숙소를 잡아두었는데 보내도 될까요? 몹시 불안하네요.” 와 같은 글도 눈에 띈다. 소동이 빚어졌던 7월 5일이 지났건만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론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설을 퍼뜨린 이는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竜樹 諒, 70) 라는 인물로 그는 1999년 펴낸 《私が見た未来(내가 본 미래)》에서 '2025년 7월 5일 대재앙이 온다'고 예언한 것이 확산되어 일본 여행 취소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온라인상에서는 '7월 5일 새벽 4시 18분'을 기준으로 한 카운트다운 영상이 확산되었으며, 일본 현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기상관측 사상 유례없는 불가마 더위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 41도, 스페인 44도를 찍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덥다는 대구가 아니라도 전국이 37~38도의 온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섭씨 40도를 오르내린다는 보도가 들려온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불가마를 넘어 ‘불지옥’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더운 계절에는 떨어져 사는 일가친척이나 이웃의 안부가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무더위철 안부를 묻는 풍습이 있다. 이름하여 무더위 속의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 더위 문안편지)가 그것이다. 쇼츄미마이는 대개 시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뿐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기도 한다.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는 때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반드시 이때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추까지 보내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귀하께서는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귀중한 기모노를 울산대학교 일본어일본학과에 기증해 주셨습니다. 이 일은 한일ㆍ일한 양국의 문화교류 촉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므로 그 고마운 마음에 깊은 감사의 뜻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 원문은 일본어이며 필자 번역- 이는 지난 23일(금) 낮 11시, 울산대학교 일본어일본학과(학과장 홍성목 교수) ‘나라방(다도교실로 쓰는 다다미가 깔린 방 이름, 아래 다다미방)’에서 있었던 <이토 노리코 씨의 기모노 기증식>에서 학과장인 홍성목 교수가 전달한 감사패에 적힌 문구다. 이에 앞서 아침 10시부터는 기모노 기증자인 이토 노리코(伊藤典子, 69) 씨의 <어머니와 기모노, 그리고 소중한 추억(母と着物、そして大切な思い出)>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은 울산대학교 일본어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통역 없이 진행되었다. 쉽지 않은 기모노 관련 용어들이 나왔지만, 학생들은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고 강연 뒤에는 다다미방으로 이동하여 기모노 시연과 다담(茶談)이 있었다. “이토 노리코 선생 일가의 귀중한 기모노를 우리 대학에 기증해 주어 기쁩니다. 절대 적지 않은 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제(27일) 나는 방한 중인 마츠자키 에미코(松崎 恵美子) 씨와 함께 지난해 돌아가신 오희옥 지사의 참배를 위해 국립현충원 충혼당(납골당)엘 다녀왔다. 지난해 11월 17일, 98살로 숨을 거두기까지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였던 오희옥 지사는 그를 아는 많은 분으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오던 애국지사였다. 국립서울현충원 제2충혼당 <616-023>에 계시는 오희옥 지사의 유해는 무궁화꽃이 돋을새김된 작은 청자단지에 모셔져 있다. “열네살 소녀 독립군이었던 나의 자랑스런 어머니 오희옥 지사”라는 글과 함께 청아한 한복차림의 오희옥 지사 사진은 지난해 영결식 이후 자녀분들이 만들어 붙여둔 듯했다. 마츠자키 씨와 나는 미리 준비한 꽃을 들고 고개 숙여 오희옥 지사의 명복을 빌고 또 빌었다. 워낙 한분 한분의 유해를 모신 공간이 좁아서 마츠자키 씨가 마련해 온 생화꽃은 망자에게 바치지 못하고 내가 가지고 간 붉은 카네이션만 유리에 붙여두고 충혼당을 나왔다. 밖은 화창한 봄이었다. 충혼당 주변의 벤치에는 삼삼오오 유가족들이 환담하고 있었다. 나는 집에서 나올 때 커피와 딸기 등 간단한 요기거리를 가지고 왔기에 오희옥 지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윤동주 시인의 일본 유학시절 하숙집이 있던 교토 타카하라(高原)에서는 시인을 추모하는 헌화식에 이어 ‘윤동주의 시’에 관한 세미나와 낭독회, 다큐영화 상영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있었다. 먼 고향 북간도의 조선 청년 윤동주(1917-1945)는 도쿄의 릿쿄대학을 거쳐 이곳 교토의 도시샤대학에 적을 두고 타카하라 하숙집에서 고독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그 쓸쓸한 하숙집 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식민지 조국의 광복을 꿈꾸며 모국어로 시를 쓰다가 잡혀가 스물일곱에 삶을 마감한 윤동주, 그가 교토에 머물렀던 하숙집은 헐렸고 그 자리에는 일본의 명문 예술대학인 교토예술대학(京都芸術大学)이 들어섰다. 그러자 ‘시인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하숙집 자리에 2006년 시비(詩碑)를 세웠고 교토예술대학에서도 해마다 윤동주 시인의 추모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맞아 교토예술대학에서는 지난 2월 14일, 추모행사를 이어갔다. 아침 10시, 국화꽃을 바치는 헌화식에 이어 윤동주 다큐 영화 <高原타카하라> 3회 상영, 문예표현학과 나카무라 준(中村純) 교수와 학생들의 세미나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고도 아키츠키 히나순례(古都 秋月 雛めぐり)’,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朝倉市) 아키츠키(秋月) 마을에 도착하니 길거리 사방에 펄럭이는 히나마츠리(雛祭り)를 알리는 홍보용 깃발과 전단이 넘쳐난다. 히나마츠리란 딸아이를 위한 잔칫날로 집안에 히나인형을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딸아이가 태어나면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건강하고 예쁘게 크라’는 뜻에서 히나 인형을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예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풍습으로 혹시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인형 장식 풍습인데 이때 쓰는 인형이 히나인형(ひな人形)이다. 히나마츠리를 다른 말로 모모노셋쿠(桃の節句) 곧 ‘복숭아꽃 잔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의 행사를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히나마츠리를 음력 3월 3일에 치렀지만, 지금은 다른 명절처럼 양력 3월 3일이 히나마츠리 날이다. 어제(18일), 아사쿠라시(朝倉市) 아키츠키(秋月) 마을을 찾은 것은 아키츠키박물관(秋月博物館)에 미리 요청한 자료 열람을 위해서였다. 낮 2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쿠오카 시내 숙소에서 일찌감치 출발하여 열차를 3번 갈아타고 아키츠키마을에 도착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월 13일(월)은 만 18살을 맞이한 청년들을 기리는 일본의 '성인의 날(成人の日)' 이었다. 메이지시대 (1868~1912)부터 약 140년 동안 일본에서 성인의 연령은 20살로 민법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민법이 개정되면서 2022년 4월 1일부터 성인 연령이 20살에서 18살로 바뀌었다. 따라서 20살 때 치르는 ‘성인식’의 나이도 18살로 낮아졌다. 일본의 ‘성인의 날’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새롭게 성인이 되는 미성년자들이 부모님과 주위의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던 시절을 마감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른이 되어 자립심을 갖도록 예복을 갖춰 입고 성인식을 치르는 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성인의 날은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県 蕨市)에서 연 ‘청년제’가 그 뿌리다. 당시 일본은 패전의 허탈감에 빠져 있었는데 그 무렵 청년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기 위한 행사가 바로 ‘성인의 날’ 시작인 셈이다. 이때 행한 성년식이 성인식의 형태로 발전하여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지금도 와라비시에서는 성년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열고 있으며 1979년에는 성년식 선포 20돌을 맞아 와라비성지공원 안에 ‘성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용띠해)이었다. 대한민국의 갑진년 12월 3일, 평온하던 일상을 깨트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지금 나라가 쑥대밭이다. 생애 3번의 비상계엄을 몸소 겪은 세대로서 이번 계엄의 놀라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 한 해의 끝에 서니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본의 연중행사인 12월의 오오소우지(大掃除, 대청소)가 떠오른다. 일본인들은 12월이 되면 집안팎의 묵은 때를 쓸어내고 새해를 맞이하느라 분주한 손놀림을 한다. 평소에도 쓸고 닦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지만 특별히 12월의 청소는 전국에서 하나의 ‘연중행사’처럼 행해오는 전통이다. 청소는 집안팎을 쓸고 닦는 행위지만, 요즘은 ‘인종청소’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것도 계엄 하에서 모 인사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싹 청소했으면...’이라고 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을 보고 ‘아,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일본의 12월 연중행사로 돌아가자. 집안팎을 깨끗이 마치고 나면 연말에 일본인들은 가족끼리 오손도손 둘러 앉아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해넘이 국수)를 먹는다. 뿐만아니라 집 대문에 시메카자리(注連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가 서경식 선생과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3월 5일, 고려박물관에서의 강연회 때였다. 강연 뒤 간담회 시간에 《회상과 대화》라는 책에 사인을 받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뒤 서경식 선생은 고려박물관 이사를 거쳐 공석으로 남아있던 고려박물관의 관장을 맡아 주셨다. 관장 취임 이전인 지난해(2023) 7월 31일(9월 전시를 앞둔 모임)에 실시한 <관동대지진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과거에 배우고, 미래의 공생사회를 만드는 교육>이라는 특별 전시계획을 앞두고 서경식 선생에게 전시 아이디어에 대한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선생은 “‘특별 계획이란 박물관 전체의 목표 가운데 개별 기획전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ㆍ 이성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는 등의 충실한 조언을 해주셔서 전시 기획에 대한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단체인 고려박물관에서 펴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 회보 제67호(2024.3.1.)에서 츠브라야 메구미(円谷 惠) 씨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작업 중 다이너마이트 불발탄이 폭발하여 눈앞에서 죽은 사람만도 10여 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손발이 갈가리 찢겨 나갔고, 바윗돌이 가슴을 덮쳐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래서 사체의 행방은 잘 모른다. 강제징용자들은 질병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상으로 죽었다. 터널 공사 중 나온 돌덩어리를 나르는 짐차에서 떨어지거나 터널 받침목을 제대로 설치 안 해서 죽어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공사장에서 죽은 사람을 끌고 나가는 것을 수백 번 이상 목격했다. - 나가노 히라오카댐(長野平岡) 강제연행노동자 김창희 증언, 경북 월성 출신, 160쪽 -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조선인 수는 얼마나 될까? 그들은 어디서 어떠한 극심한 노동을 하며 삶을 마감했을까? 조선인들의 강제노역지는 일본 전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만 특히, 발전소용 댐 건설지, 비행장 건설 현장, 도로 건설지, 군수용품 공장, 탄광 등이 유력한 곳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8일, 조선인 강제노역을 다룬 《본토결전과 외국인 강제노동》을 쓴 곤도 이즈미(近藤 泉, 73) 씨 일행과 대담을 했다. 곤도 이즈미 씨는 나가노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