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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글에서 떠오른 생각, 정사로 옮겨진다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1)

[우리문화신문=김광옥 교수]

 

 

수원대 김광옥 명예교수는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진행한 '세종실록 강독'에 참여한 뒤 세종에 천착해오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세종의 철학”을 톺아내 《세종 이도의 철학(생생의 길, 생민과 변역)》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김 교수는 학술서적인 이 책을 대중을 향해 쉽게 다듬어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위대한 성군 세종은 어떤 철학으로 정치를 했는지 함께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 말)

 

 

“세종은 누구인가”라는 한 여론 조사에서 제일 많은 응답은 첫째 과학자였고 둘째가 정치가였다고 한다. 여기서 앞으로 세종의 철학가,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살펴보려고 한다. 세종의 과학이나 정치적 업적은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은 말이나 행동 속에서 잘 읽고 찾아내야만 한다. 말과 일 그리고 생각으로 나나타는 ‘글’ 속에 생각의 고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세종의 말ㆍ일ㆍ글

 

정치학연구에서 정윤재 교수는 말로서의 교지와 일로서의 정치 시책 등을 간결하게 ‘말과 일’로 표현한 바 있다. “정치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을 통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일’한다. 그리고 그가 특정 정책들을 왜 채택하고 추진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또 정당화 한다.”(정윤재, 《정치리더십과 한국민주주의》, 나남출판, 2003.)

 

세종에게 있어 ‘말’은 계(啓), 전지(傳旨), 교지, 대화 등이고, ‘일’은 직접 행하는 효유(曉諭, 알아듣게 타이름), 시책, 제도 등이다. 그리고 여기서 생각한 내용인 언명(言明, 말이나 글로써 의사를 분명히 나타냄), 회고, 교서 등을 ‘글’로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은 바로 세종의 ‘생각’ 또은 ‘뜻’이나 ‘의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교지는 말이며 동시에 글이 되기도 한다.

 

 

글과 생각 : 내가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는 보지 않은 것이 없고, 또 지금은 늙어서 능히 기억하지 못하나 지금에도 오히려 글 읽는 것을 치우지 않는 것은, 다만 글을 보는 동안에 ‘생각이 일깨워져서[因以起意]’여러 가지로 정사에 시행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세종실록》 20/3/19)

 

위 세종의 말에서 ‘생각이 일깨워 지는 일[기의, 起意]’은 ‘글을 읽고 이해하며 자기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실천으로 이르게 되는’ 과정 가운데 첫 시발점이다. 일깨워지는 일은 대상에 대한 의지와 의심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글은 생각을 위해서이고 생각은 실천으로 이어진다

 

세종의 말ㆍ일ㆍ글은 현대 문화 이론으로 보면 그 사람의 말이나 글은 물론 광고나 간판 심지어 몸짓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현상의 담론으로 볼 수도 있다.(독일의 공시학-公示學/publizistik이나, 프랑스의 의미론의 재구성으로서의 담론(談論/discours)과 연관하여 생각할 수 있음.)

 

세종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단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다. 왜 생각이 필요한가? 세종의 말은 소리말에 머물지 않고 말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제도로 현실에서 실현된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말이 현장에서 일로 이루어진다면 생각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을까? 세종의 길이라 할 행도(行道)는 생각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세종은 생각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인 책을 읽고 그 생각이 현실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민족성과 생각에 대한 한 비유가 있다. 어떤 일을 계획하면 영국 사람은 걸어가며 생각하고 프랑스 사람은 뛰어간 뒤 생각하고 독일 사람은 생각한 뒤 돌진한다고 한다. 생각과 일 수행에 대한 태도에 대한 견줌이다. 세종은 어떤 유형일까? 앞으로 하나 둘씩 풀어보도록 하자.

 

 

김광옥 교수

서울대문리대, 서울대신문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동양방송 프로듀서, 중앙일보 동경지사장ㆍ부국장을 지냈다. 이후 경희대에서 ‘조선후기 민중공론에 관한 연구’라는 언론사 연구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대 법정대학장, 씨티대(런던) 방문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수원대명예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