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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다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3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의 공부하고 생각하는 습관은 단지 600여 년 전의 일일까? 독서의 습관은 오늘날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여러 책을 한번 씩 읽는 방법이 있고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방법이 있다. 다독이냐 정독이냐 하는 방법이다. 이는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고 보아야 하겠다. 세종은 어느 편일까? 세종의 목적은 학습을 위해서는 알 때까지 거듭 읽어야하겠지만 윤리학에 가까운 경서(經書)는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뜻을 현실에 비치어 해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은 즉위 2달째에 접어들 즈음에 대군 시절의 스승 이수를 포함해 14명을 경연관으로 하여 10월 17일부터 경연을 시작한다. 교재는 제왕학이라 일컫는 《대학연의(大學衍義)》였다. 그리고 새해 1월 들어 말한다.

 

읽기는 다 읽었으나, 또 읽고 싶다

 

임금이 말하기를, “읽기는 다 읽었으나, 또 읽고 싶다.”고 하니, 동지경연(同知經筵) 이지강이 아뢰기를, “읽고 또 읽는 것이 성의(誠意)의 공부를 다 하는 것이옵니다.” 하였다.(《세종실록》1년 3월 6일)

 

읽기를 마친 뒤 ‘또 읽고 싶다’고 하자, 신하는 그것이 ‘성의의 공부를 다 하는 것’이라고 호응한다. 그 임금에 그 신하다운 대화가 오간 것이다. 《대학연의》의 1차 강독은 세종 1년 3월 27일 종강하고 30일에 2차 강독을 시작하여 3달이 지나 마친 뒤, 세종 8년 7월 18일에 3차 강독을 시작한다. 이후 세종 16년에는 이 책을 종친과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다.

 

 

20년에 이런 대화가 있다.

 

경서와 사기는 체와 용 : 경연에 나아가서 임금이 말하기를, “경서(經書)와 사기(史記)는 체(體)[본체]와 용(用)[작용ㆍ활용]이 서로 필요하여 편벽되게 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학자들은 혹시 경서를 연구하는 데 끌려서 사학(史學)을 읽지 아니하고, 그 경서를 배우는 자도 제가(諸家)의 주석한 것에만 힘쓰고, 본문과 주자의 집주(輯註)한 것을 연구하지 아니한다.” ... 시강관 안지가 대답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을 시행하는 데에는 사기(史記)가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세종실록》 20년 12월 15일)

 

경서는 체(體)고 사기는 용(用)이다. 곧 경서는 원리이고 사기(史記)는 ‘실제’로 세종은 경과 사를 병립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경서를 연구하며 실제 사례[case study]인 사(史)를 읽지 않는데다가 그것도 남이 해석한 모범 해석집만 읽을 뿐 원자료를 읽으며 스스로 생각해 읽지는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마침내 시강관 안지가 설명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을 시행하는 데에는 사기(史記)가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역사 공부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의논으로 마무리 한다’

 

경(經)은 이론일 뿐 실제 응용사례는 역사서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세종의 실용 정신은 이런 데서 나타나고 있다. 세종은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처음 하는 말은‘어떻게 생각할까’(이위하여-以爲何如)다. 첫 언급은 즉위년 8월 13일 명나라에 세종에게 전위(傳位)한 일을 알리는 일에 대해서다.

 

이위하여 : “세자 책봉을 청하였을 때에 인준을 받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전위하였으니, ‘중국 조정에서 어떻게 생각할까요.(朝廷以爲何如)” 하니 ... 상왕이 말하기를, “마땅히 다시 의논토록 하라(當更議之) 했다.” (《세종실록》 즉위년 8월 13일)

 

‘어떻게 할까(이위하여)’는 묻는 것을 통하여 토론으로 이끄는 길인 셈이다. 신하에게 묻고 다시 묻고 토론으로 유도하였다. 세종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337건 가운데 66건을 차지하여 ‘이위하여(以爲何如)’의 임금이다. 이에 대한 답은 ‘당갱의지(當更議之)’ 곧 ‘마땅히 다시 의논하여야 한다.’다. ‘이위하여’에 이어서 ‘당갱의지’는 《조선왕조실록》 전체 36건 중 세종 조 11건이다. 우선 이런 통계 만으로라도 세종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대화의 절차’에 대해 조선조에서 한 규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종은 일을 맞아 ‘어떻게 할까’에 대해 ‘마땅히 다시 의논하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