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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6- 하나치, 맞줄임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29, 4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9쪽 첫째 줄에 ‘작은 수’가 있습니다. ‘작은 수’라는 말은 여기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풀이말입니다. 일곱째 줄에 “작은 수는 다음과 같이 쓴다.”라고 풀이를 해 주는 것을 보면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배우는 아이들을 헤아려 주는 듯한 낱말과 월(문장)이 참 반갑고 좋습니다.

 

셋째 줄에 ‘하나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 보시는 말일 것이고 보신 적이 있는 분들도 참 오랜만에 보실 테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옛배움책에서는 ‘하나치(단위)’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홉째 줄에 ‘견주어 보아라.’도 제 눈에는 쏙 들어 옵니다. 이렇게 잘 썼던 말을 누가 무슨 까닭으로 바꾸었는지 참 알고 싶습니다.

 

45쪽 첫째 줄에는 반갑고 고마운 말이 이어서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 나오는 말이 묶음표 안에 나오기 때문에 여러분도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배움책에 ‘약분’으로 나오는 말을 옛배움책에서는 ‘맞줄임’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약분’을 가르친 뒤에 ‘약분’이 무엇인지 물으면 그 뜻을 똑똑히 말하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약분’을 할 줄 알지만 그것을 말로 풀이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약분’은 ‘분모와 분자를 똑같이 맞줄이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아이들은 훨씬 쉽게 알아차리고 또 오랫동안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나오는 ‘분모를 같게 함’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말입니다. ‘통분’이라는 말을 배우고 그 뜻을 아는 아이들은 ‘통분’을 어렵지 않게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다음 분수를 통분하시오.”라는 풀거리(문제)를 풀지 못 하기도 합니다. “다음 분수의 분모를 같게 하시오.”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짐을 하나 들어 주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지난 경남교육박람회 때 토박이말 놀배움 자리에 오셔서 옛배움책을 눈으로 보신 분들은 한결같이 옛배움책에서 썼던 말이 쉬운 말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보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배우는 아이들한테 어떤 말이 쉬운 말인지는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된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일에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십사 거듭 말씀드립니다.

 

 

4352해 한밝달 아흐레 삿날(2019년 1월 9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