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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달 –누나에게

[연변조선족문학창 42]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누나!

우리의 달은 마을 뒤 재 너머 할아버지산소로 가는 휘우듬한 언덕마루에서 고무뽈처럼 튕겨 올랐는데 여기 도시에서는 높은 아파트와 커다란 빌딩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떠오르고 있습니다.

 

누나!

우리의 달은 조잘거리는 도랑물소리와 벌끝 논두렁위에서 은은하게 울려오는 단소소리에 둥둥 떠있었는데 여기 도시에서는 가로등불빛이 희미한 네거리에서 목메게 흐느끼는 색소폰의 부르스와 비발치듯(빗발치듯) 커피색 창유리를 두드리는 나이트클럽의 디스코에 박자를 맞추지 못한 채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누나!

우리의 달은 고래등 같이 덩실한 기와집 추녀 끝에 보름달로 걸터앉아서 토끼와 계수나무의 꿈이 되고 옛 구리거울의 그리움이 되고 은쟁반에 흘러넘치는 서러움이 되고 하였는데 여기 도시에서는 색 바래고 구겨진 광고종이 한 조각처럼 깜박거리는 네온등의 오색불빛에 파리해져버린 밤하늘 저켠에 겨우 붙어있습니다

 

누나!

도시의 달은 이젠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 채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멀건 흔적 한 점을 남길까 말까하며 밤하늘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조금씩 지워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꿈과 우리의 그리움과 우리의 서러움도 정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우리의 가슴속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을까요

 

                                                                                      - <연변일보>, 1993년 7월 16일

 

 

 

 

< 해설 1 >

 

시인은 아름다워야만 할 무욕의 세계가 파탄되어 감에 하소연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시는 도시문명이 생태환경에 대한 파괴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인의 이러한 지향세계는 시 “도시의 달”에서 더욱 재치 있게 전달된다. 시인은 도시인들의 피폐한 삶의 양상을 처량하기만 한 달의 상징적 영상을 통하여 제시하고 있다.

 

시인 석화는 생명시학에 대한 진지한 추구로부터 인간을 자연속의 생명체로 관찰하였다. 하기에 그는 자연의 모든 생명에서 인간생명의 연속과 참뜻을 확인하였는바 푸르른 하늘과 출렁이는 바다와 강물, 무성한 숲과 한그루의 꽃과 나무, 해와 달과 별과 산과 돌, 나는 새와 바람과 구름 등등 모든 자연의 물상들을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보았고 그 속에서 인간생명의 의의를 확인하였다. [김병민 <“버림”의 시학>에서]

 

< 해설 2 >

 

이 작품에서 “도시”의 의미는 비유적 언어들로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도시 경험은 “도시/시골(고향)”, “도시(자본주의) 문화/조선족공동체문화”와 같은 다분히 이분법적인 대립적 관계 속에서 인식되고 그 시적 의미가 부여된다. 화자는 “도시”를 시골과의 관계 속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시골(고향, 조선족 공동체)에서의 기억을 회상한다. 인용시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화자는 이 과정을 통해 기억 속에서의 이 공동체문화 상실에 대한 불안과 그 문화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 시의 화자(시인)가 시장경제 이후의 자본주의적인 도시문화 전체를 전적으로 부정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시가 도시적 충격경험에 대하여 비판적 거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시인의 이런 태도는 도시가 순기능도 있지만 그 이면에 물질주의, 개인주의, 퇴폐, 인간성의 상실, 전통적 공동체 문화의 상실 등의 역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석화의 시가 1990년대 이후의 사회적으로 확산된 이 도시화 바람에 대하여 적극적 수용이 아니라 소극적 대응으로 대처하고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일 것이다. 도시적 화려함은 시인 자신의 것도 조선족 공동체의 것도 아니었고 따라서 시인의 소외감과 불안은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의 큰 흐름은 인용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도시와 과정 속에서 사라지는 고향적인 것, 공동체문화, 인간다움 등에 대한 그리움이다.

 

인용시에 나타난 “우리”는 이 이야기 시에 공감하는 농경사회의 전통적 공동체로서 그 속에는 조선족 문화공동체, 느낌의 공동체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시인의 “누나”로 대변되는 가족, 이웃들이고 조선족 문학 독자들, 그리고 이에 공감하는 독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가 도시화와 시장경제 속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가치관에 불안과 과거의 공동체의 기억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는 점은 음미할 만하다.

 

석화의 1990년대 작품들은 그 내부에 “시골/도시”의 이분법을 간직하고 있다. 이 이분법은 당시의 급격한 사회변동에 따른 도시화, 자본주의화 붐을 시작품 속에 수용하면서 생성된 것이다. 석화 시에 나타나는 문화적 충격 경험은 개혁개방이 그가 속한 조선족 사회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도시화가 가져온 도시문화는 자본주의 도시문화이며 그 급속한 확산은 토착적인 공동체의 문화의 상실과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도시화 확산 속에서는 공동체 문화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문화란 원래 공동체의 기억, 공동체의 가치관, 공동의 윤리와 결부되어 있다. 공동체 문화의 위기와 불안은 가치관, 윤리관의 위기를 자아낸다. 가치판단이 공동체의 문화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때, 그 문화의 혼란, 위기는 곧 가치관, 가치 판단의 위기로 이어진다.

 

석화의 도시경험 시가 보여주는 여러 혼란과 비판적 거리두기 가치판단은 모두 그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 전통과 관계가 깊다. 문화란 공동체에 주어진 삶의 가치 전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그의 시에 나타나는 도시의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도시 문화, 도시의 개인주의적 소비문화에 나타난 그의 태도는 비판적인데 그것은 당시 중국 사회에 확산된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그의 시에 등장하는 용어) 물화에 대한 그 나름의 비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 공동체 문화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 석화 시가 조선족 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시가 조선족 사회의 당대적 느낌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준섭(한국 강원대학) <중국 조선족 시인 석화 시의 서정성과 지역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