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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병'을 말하는 일본말 '뗑깡'을 꼭 써야 했나?

공당의 원내대표, 말 하나하나 가려서 써야한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일수록 순화된 언어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거친 말들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1일 저녁, 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를 파탄 내놓고는 아직도 '잘못한 것 없다'고 뗑깡(땡깡)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빠루(쇠지렛대)”라는 일본말을 써서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뗑깡’이란 일본말로 시청자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뗑깡은 간질을 뜻하는 “전간(癲癇,てんかん, tenkan)”의 일본말이다. 아마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는 ‘억지부리다’, ‘생떼부리다, .막무가내다.와 같은 말을 하려고 이 말을 쓴 것 같으나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뗑깡(전간)에 대해 1926년 11월 18일치 동아일보에서는 질알병(지랄병)이라고 쓰고 있다. 내용도 무시무시하다. 장단군에 사는 한 남자가 간질(지랄병)에 여자아이 국부(局部)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웃집 여자아이가 죽어 장사 지내자 몰래 무덤을 파내 국부를 도려 아들에게 먹인 사건이다. 이처럼 당시에도 지랄병(전간,  뗑깡)은 잘 낫지 않는 병이라 흉흉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서로 상대를 물고 뜯는 현 상황도 곱지 않지만 공당 대표의 입에서 ‘지랄병(간질)’을 뜻하는 ‘뗑깡(전간, 癲癇,てんかん, tenkan)’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같은 말이라도 순화된 우리말을 골라 써서 품위를 높일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