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황과 이이. 우리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학자이자 관료였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동시대 인물이었다. 물론 이황이 서른다섯 살 연상으로 아버지뻘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며 교유했다. 정춘수가 쓴 이 책, 《이황과 이이의 공부 대결》은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을 보여주며 서로 비슷했던 점과 달랐던 점을 톺아낸다. 수백 년이 지나 후손들이 쓰는 지폐의 주인공이 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자랑하는 이황과 이이, 두 사람이 추구했던 삶의 지향과 행적을 견줘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둘의 공통점은, 공부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양반들의 진로가 ‘과거 합격’으로 정해져 있던 조선시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거에 합격해서 조정에 출사한 이들은 모두 수재였지만, ‘합격을 위한 공부’만 했던 이들은 출사한 뒤에는 공부와 멀어졌다. 그들이 위대한 학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정에 출사한 뒤에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학문을 연마한 덕분이다. 학문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그 바탕이 되었다. 사실 벼슬이 더 적성에 맞지 않았던 쪽은 이이보다 이황이었다. 이황이 1536년, 벼슬살이를 위해 한양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환상적 탁족 - 복효근 한여름 염천을 피해 지리산 뱀사골 계곡에 발을 담갔다 물에 잠긴 발을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쯤으로 보셨을까 이동순 시인께서 '환상적 탁족'이라 댓글을 달았다 기쁨의 상한선을 탁족에 두셨다니 시인이 누릴 수 있는 환상이 거기까지라는 듯 거기를 벗어나면 환상이 아닐 수 있다는 갓끈을 씻거나 발을 씻거나 그 어름까지가 시인이라는 뜻이었을까 지난 7월 7일은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한다는 소서(小暑)였으며, 오는 7월 20일은 초복(初伏), 7월 30일 중복이 다가온다. 삼복 때는 한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로 이를 '삼복더위'라 하는데 찬바람틀(에어컨)도 없고,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도 없는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가마솥더위를 견뎠을까? 우선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하였다. 또한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하고 복날에 고기 따위로 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 내기도 하였다. 한편, 여인들은 계곡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하면 풍이 없어지고 부스럼이 낫는다고 생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40억 년의 시간 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런데 왜 고작 수십만 년 전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정점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들은 그 이유를 ‘예지력’에서 찾는다. 예지력이란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초능력이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상상력을 의미한다. 이른바 ‘멘탈 타임머신’이라는 이 시간여행 능력으로 인간의 문명은 빠르게 진화해 왔고, 과학적 사고를 통해 더욱 강화된 예측력으로 인간은 시간을 지배하게 되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실험과 연구 결과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인간의 산업활동과 환경 파괴가 ‘인류세’라는 새롭고도 위태로운 시대를 열어놓은 지금,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 고유의 정신이 진화해 온 과정과 그 과학적 증거, 그리고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옥순 교수가 얼마 전에 낸 책 《최소한의 인도수업》을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교수는 저와 같은 <나눔문화> 회원으로, 예전에 <나눔문화>에서 중동 여행을 할 때 같은 여행단 일원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여행 중에도 계속 책을 가까이하던 것을 기억하고 책을 보내주셨네요. 이옥순 교수는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도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그동안에도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 현대사》, 《인도는 힘이 세다》 등의 책을 낸 그야말로 인도 전문가지요. 책 제목이 《최소한의 인도수업》인 것으로 보아 우리가 ‘교양인으로서 인도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내용을 담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교수는 2013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삼성경제연구소가 시작한 SERI CEO에서 ‘나마스테 인디아’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의 강의 내용 가운데 우리가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을 골라 이 책에 담은 것입니다. 강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 책 제목에도 ‘인도 수업’이라 했겠군요. 인도는 땅덩어리로 보나, 역사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지도자. 어떤 무리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이든 선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를 앞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앞날을 대비해야 하며, 이끄는 무리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지도자다움’을 갖추기까지는 각고의 인내와 단련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까지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군 장성 출신으로 동티모르 대사를 지낸 지은이 서경석이 쓴 이 책,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지도자다움의 유형을 ‘현명한’, ‘강물 같은’, ‘어진’, ‘뜨거운’, ‘엄격한’으로 나눈다.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장자(將者) 지신인용엄야(智信仁勇嚴)’를 동서고금 지도자의 발자취와 연결해 재해석한 것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손자가 말한 덕목들을 겸비하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아끼는 마음, 민족과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 가운데는 서양 지도자의 사례도 많지만, 한국 역사 속 인물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 고장. 참 정겨운 단어다. 내가 살고있는 고장의 역사를 아는 것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까지 높이는 길이다. 길 가다 무심코 지나친 비석이 어떤 것이었는지, 소풍 때 갔던 초가집이 어떤 곳이었는지 알고 나면 한층 더 정감있게 느껴진다. 이 책, 《알려줘 강원도 위인!》은 강원도 지역의 위인 열두 명을 다루고 있다. ‘알려줘 위인!’은 사회 교과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한 지역 위인전 시리즈로,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지역별로 다양한 종류가 출간되었다. 강원도는 고조선 시대에는 예맥족이 살았고, 예맥족이 세운 나라가 ‘동예’와 ‘옥저’였다. 광개토대왕 때 고구려에 정복되었고, 신라 진흥왕 때부터는 신라 땅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도시였던 강릉과 원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강원도’라 부르기 시작했다. 책에 실린 이사부, 의상, 원천석, 신사임당, 허균, 임윤지당, 윤희순, 남궁억, 한용운, 이효석, 김유정, 박수근 가운데 잘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거의 처음 들어봤을 법한 인물도 있다. 특히 원천석과 윤희순은 모두에게 생소할 듯하다. 운곡 원천석은 원주 지역의 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격몽(擊蒙). 말 그대로 ‘몽매함을 물리친다’라는 뜻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로 이름 드높은 율곡 이이가 ‘몽매한 자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비결’을 담아 펴낸 책이 바로 《격몽요결》이다. 요즘으로 치면 올바르게 살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정리한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한학 전문가인 지은이 이민수가 풀이한 이 책,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문의 풀이도 잘 되어있지만, 다른 고전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을 많이 인용해 풍부한 해설을 덧붙였다. 500여 년 전의 자기계발서인데도 워낙 기본적인 자기관리 태도를 담고 있어서인지 크게 이질감이 없다. 이이는 격몽요결 머리글에서 ‘어쨌든 학문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막히고 소견이 어둡기 마련’이라며 ‘사람은 반드시 글을 읽고 이치를 궁리해서 자기 자신이 행해야 할 길을 밝혀야 한다’라고 썼다. 바다 남쪽에 집을 정하고 살 때 학도 한두 사람이 와서 배움을 청했는데, 스승이 되지 못할 상황이라 대신 책 한 권을 쓴 것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런 향방 없이 헤매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책으로 자기 마음을 세우는 법, 부모 섬기는 법
[우리문화신문=김현명 칼럼니스트] 2022년 3월 10일,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하루였다. 반대로, 2025년 6월 4일은 가장 기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3년 3개월 동안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견디기 힘들었을 때를 지나왔을 것이다. 그 고통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선 정말로 "역사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2022년 대선을 지켜보며 나는 확신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는 망할 것이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는 살아날 것이라고. 그래서 윤석열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후 현실은 내 예감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날마다 확인시켜 주었다. 더욱 괴로웠던 건, 나라가 무너져 가는 상황 속에서도 많은 언론과 기득권, 그리고 배운 사람들이 침묵하거나 오히려 옹호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질수록 내 고통은 더 깊어졌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한 2024년 1월 1일. 지인 몇 명과 남산에 올라 해돋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올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사자성어가 좋을까?” 해돋이를 본 뒤, 우리는 옥수역 1번 출구 근처의 미타사를 찾았다. 이 절은 신라 진성여왕 2년(888년)에 창건되었고, 고려 예종 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천지를 영접한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짜릿하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 첫 소절에 나오는 그곳이다. 그 천지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그곳! 하늘이 허락한 순간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것도 '광복절에 천지라니', 연길파옥투쟁과 15만 원 쟁취, 창동학교 등 한인민족학교, 봉오동ㆍ청산리 대첩의 수많은 영웅이 떠올랐다. 그들이 꿈꾸었던 해방된 조국, 통일된 조국을 기원하며 백두산 천지와 북녘 하늘을 가슴에 담았다.” 이는 이진 작가가 쓴 《만주에서 길을 묻다》(북랩.2025.5.) 속에 나오는 ‘광복절에 오른 백두산 천지와 장백폭포’에 관한 글 일부다. 흔히 ‘천지를 보았다, 천지에 올랐다. 천지에 갔다’라고 쓰는 데 이진 작가는 ‘천지를 영접했다’라고 썼다. 그리고 작가는 천지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뛴 수많은 선열을 떠올렸으며 (과거), 희망으로 통일된 조국을 염원(미래)했다’라고 했다. 천지에서 과거의 독립운동가들, 현재의 자신, 그리고 미래의 통일된 조국을 꿈꾸는 작가의 마음에 완전히 공감한다. 글쓴이는 이 구절을 읽으며 지난해 광복절을 앞두고 (사)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 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얼마 전 광복회로부터 한 장의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장 내용은 <광복회보 500호 발간 기념식>을 ‘2025년 6월 12일(목) 11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의정홀’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날은 마침 일이 있어 부득이 참석이 어려웠지만 나는 내심 마음속으로 ‘크고 아름다운 꽃다발’ 하나를 보냈다. 당일 행사에 가지 못하고 있던 차 행사에 직접 참석했던 지인으로부터 사진 몇 장과 ‘광복회보 500주년 관련 내용’을 전해 받았다. 읽어 보니 광복회보 500회의 의미가 간략히 적혀있었다. 요약해보자면, “《광복회보》는 기본적으로 독립운동 선열과 그 후손으로 구성된 광복회원들의 소식지로써 선열들의 얼과 정신 및 험난한 여정 그리고 회원들의 소식과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대일항전의 유산인 광복회의 정신과 실천의 기록으로 1969년 창간 이래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구현해 오면서 친일잔재 청산 및 역사왜곡과 정체성의 훼손을 최전선에서 꾸짖고 민족정기 선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국내 17개 보훈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발간되고 있는 <회보>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냈으며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한 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