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로자 씨의 말에 따르면 오전의 법회에는 자기도 참석했는데, <중관심론>이라는 티베트 경전을 4일째 강독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는 라디오와 유튜브로 생중계되는데 여러 나라 말로 실시간으로 동시통역된다. <중관심론>은 한국말로도 번역된 티베트의 경전이다.
로자 씨와 대화하면서 인도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힌두교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종교라고 한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근친상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있다고 한다. 인도의 시골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성이 봉변을 당했다는 기사도 가끔 보도가 된다.
2015년 기준 세계의 종교별 인구통계를 보면 기독교(천주교 포함)가 24억으로 1위, 무슬림이 17억으로 2위, 힌두교가 10억으로 3위, 불교가 5억으로 4위를 차지한다. 힌도교와 무슬림은 공통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종교라고 볼 수 있는데, 뜻밖에 지구상에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는 남녀평등이지만 관습으로는 여자가 차별을 받아왔는데, 상속법이 개정되고 호주제도가 폐지되면서 남녀는 거의 평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로자 씨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인도에서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가 최근에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모디 총리는 하위 계급인 상인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기차역에서 짜이를 팔았고 청년 시절에는 형제들과 함께 버스 터미널에서 노점상을 차리기도 했다고 한다.
모디 총리 자신이 하층민 출신이어서 그런지 집권 한 뒤 하층민을 보호하는 정책, 예를 들면 정부 보조금의 지급 등 혜택을 늘리자 상류층이 오히려 역차별 당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하층민들은 오랫동안 인구 비례에 따라 고용 및 입학 할당의 혜택을 받아왔는데, 얼마 전에 평민들이 하층민으로 신분을 낮춰달라고 시위까지 했다고 하니, 인도의 명물인 카스트 제도가 사라질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인도 농촌에서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바깥에서 대소변을 해결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인도 농촌의 독특한 냄새는 한마디로 변냄새라고 얘기한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종교적인 배경이 있다고 말한다. 로자 씨 말에 따르면 힌두 경전에 ‘건물 안에 화장실을 두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힌두신을 모시고 있는 공간에 불결한 화장실이 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까닭이다. 농촌에서 여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가 건물 내에 화장실이 있어서라고 하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후 화장실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구자라트 주 지사였던 모디는 ‘청결한 인도’를 제1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총리로 당선이 되었다. 모디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5년 임기 동안 200억 달러를 들여 화장실 1억 1,100만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정책을 추진한 초기에는 숲이나 철길, 강변 등에서 용변을 보는 데 익숙한 주민들이 새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두고도 종전의 생활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아 여러 가지 기발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는 빈민층 어린이들의 화장실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1루피(18원)씩 주었다.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는 학생들에게 호루라기를 지급해 누군가가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노상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발견하면 호루라기를 불도록 했다.
모디 총리는 2018년 11월 19일 ‘세계 화장실의 날’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면서 "인도 전역에 청결과 위생시설 수준을 드높인다는 우리의 맹세와 헌신을 거듭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모디 정부는 2014년 취임 후 2019년 2월까지 9,160만개의 화장실을 보급했다. 화장실 보급 정책은 대체로 성공하였다고 평가된다. 인도의 식수ㆍ위생부 장관은 “농촌 지역 가운데 위생시설이 보급된 지역의 비중이 2014년 39%에서 2019년에는 98%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나는 다람살라 방문기를 쓰면서 ‘세계 화장실의 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2013년 7월 24일 제67회 UN 총회에서 매년 11월 19일을 “세계 화장실의 날”로 정하였다고 나온다. 그런데 UN 총회에서 세계 화장실의 날을 정한 것은 세계화장실협회의 공이 크다고 한다.
그런 단체가 있었나? 다시 검색해보니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가 지난 2007년 11월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 빌딩에서 열렸는데, 심재덕 조직위원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심재덕 회장은 "인간은 누구나 화장실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나라를 돕고, 인류를 고통으로부터 구하고, 지구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화장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심재덕이라는 인물은 민선 수원시장을 두 번이나 했고 또 수원시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까지 했기 때문에 수원대에서 근무했던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온다. 심재덕 시장은 1997년부터 음악이 흐르고 그림이 걸려있고 꽃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심재덕 시장은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이 된다. 수원시의 화장실 개선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이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는데, 2007년에 심재덕 시장은 세계화장실협회 초대 회장이 된다. 외국 사람이 애칭으로 붙여준 심재덕 시장의 별명은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었다고 하니, 심재덕 시장이야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별스러운 한국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2007년 11월에 심재덕 시장은 30년 동안 살던 수원시 외곽의 집을 허물고 양변기 모양의 2층집을 지었다. 그는 2009년 1월에 암으로 숨졌는데, 유족들이 그의 유지를 받들어 그의 집과 토지를 모두 수원시에 기증하였다. 수원시는 심시장의 집을 개조해서 ‘해우재’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반인에게 공개하였다.
해우재란 불교 용어로서 화장실을 뜻하는 해우소(解憂所)의 해우에 큰 집이라는 뜻의 재(齎)를 붙여서 만든 화장실 박물관(쉽게 말해서 똥박물관)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손자 2명을 차에 태우고 수원시의 북쪽에 있는 해우재를 방문했는데, 손자들이 똥박물관을 보면서 매우 즐거워하였다.
요즘에 나라밖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절실히 느낄 것이다. 한국의 공중 화장실이 얼마나 편하고 깨끗한가! 심지어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화장실, 겨울에는 변기가 따뜻한 화장실까지 등장하였다. 이처럼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화장실은 심재덕 시장의 선견지명으로 실현된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추앙하였던 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유럽의 화장실은 찾기도 어렵지만 치사하게 돈까지 받는다. 로자 씨 말에 따르면 모디 총리의 화장실 건설 공약은 한국 화장실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과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 나라들의 위생 관련 공무원들이 우리나라의 최첨단 화장실을 견학하러 방문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세계인의 생활을 변화시킬 정도로 크게 이바지한 인물을 찾는다면, 내 견해로는 (고) 심재덕 시장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병산은 21세기 생명탈핵 실크로드를 따라 로마까지 성공적으로 걸은 뒤에 최종적으로는 종교인 주도의 세계원전감시기구를 발족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병산이 그의 원대한 꿈을 실현시킨다면, 그는 심재덕 시장보다 더 크게 세계인의 생활에 영향을 준 훌륭한 한국인이 될 것이다.
오늘은 오후에 로자 씨를 만나 인도에 관한 재미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