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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움, 작고 소박하고 순수한 것

중국과 한국의 ‘아름다움’ 견주기
[석화 시인의 수필산책 1]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그동안 석화시인은 [석화대표시 감상과 해설] 1편 “나의 장례식”으로 시작하여 57편 “껑충하고 휘우듬한 륙촌형 뒷잔등”까지 연재해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제 시 연재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수필로 독자들에게 다가섭니다. 수필은 우선 “한국의 아름다움, 작은 것이 아름답다” 곧 ‘중국과 한국의 아름다움 견주기’란 깊이 있는 문화비평이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이후 석화 시인의 문학적 아름다움이 분출하는 수필들로 이어갈 예정입니다.(편집자 말)

 

 

중국과 한국은 5천년을 이웃나라로 서로 마주보며 살아오면서 역사, 종교,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한 두 나라는 각기 자기의 땅에서 자기의 문명과 문화를 이루어오면서 생각이나 느낌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이다. 중한 두 나라의 자전이나 옥편에서는 모두 "아름다울 미(美)"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한국의 모든 사전들은 한국어의 "아름답다"는 뜻을 중국어 "미(美)"로 쓰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어 "미(美)"를 한국어의 "아름답다"로 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산동우의출판사(山东友谊出版社)에서 2002년 2월에 발간한 《최신중한한중쌍용사전(最新中韩韩中双用词典)》에서도 중국어 "美(미)"자의 한국어해석을 "①아름답다 ②곱게 하다 ③좋다 ④맛이 있다 ⑤즐겁다…" 등으로 쓰고 있으며 한국어 "아름답다"의 중국어대응단어를 "美(미), 美麗(미려), 好看(호간), 漂亮(표량) …"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어 "미(美)"와 한국어 "아름답다"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사전에서의 해석처럼 글자그대로 같은 것이 아니다. 뜻글자(표의자)인 중국어 "미(美)"는 사람의 정면을 그린 "클 대(大)"자와 "양 양(羊)"자가 어울려 구성되었다. 곧 큰 양이라는 의미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제사에 올리는 희생으로 양을 잡아 바쳤는데 이중에도 작고 여윈 양이 아니라 크고 살진 양일수록 좋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요컨대 살찌고 큰 양일수록 정성이 많이 깃들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크고 살이 찔수록 좋은 먹거리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 “미(美)”자를 이루는 한 부분인 클 대(大)자가 사람의 정면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임을 미루어 "양가죽을 덮어 쓴 큰 사람"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것이 야생의 양을 붙잡기 위한 것이라면 당시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양을 잡아서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훌륭하고 멋있는 사람 곧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여긴 것이다.

 

따라서 축제에서 양가죽을 뒤집어쓰고 춤추는 것도 희생과 제물로서 양이 지닌 효용성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여 중국어 "미(美)"자는 양이란 동물의 효용성 특히 먹는 것과 관련된 효용성에 기반하여 인식한 것이며 여기에서의 기본 계기(모멘트)는 "클 대(大)"자의 의미이다. 곧 "큰 양이어야 좋고 나아가 큰 것이어야 아름답다"는 말이다.

 

한국어에서의 "아름답다"는 어휘는 "아름+답다"라는 단어구성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아름"은 두 팔을 벌려 한품에 들어오는 것 곧 "한 아름(안음 一抱)"으로 우리가 한품에 안을 수 있는 "아름"안의 것이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이다. "-답다"는 "사나이답다", "신사답다" 등으로 "무엇을 닮아 있다"는 말로서 "그것이 이것과 닮아 있기에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아름다움"이란 "앎" 곧 "아는 대상 다웁다"는 뜻이라는 말과도 통하게 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아름답다"고 여길 수 없으며 우리가 아는 대상은 손이 닿지 않는 저기 멀리에 있는 큰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자신이 한 품에 안고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아는 것이어야만 비로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한 아름에 안기는 아는 대상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한국의 유명한 언어학자 천소영 박사는 "아름다움은 작은 것이고 소박한 것이며 순수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행복으로 연결된다."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민족은 본래 작고 연약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모양이다. 예로부터 미인은 키뿐만 아니라 몸집도 작아서 두 팔을 벌려 한아름에 꼬옥 껴안을 수 있는 체구의 소유자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중국어 “미(美)”자로 표현되는 크기지향의 중국식아름다움과는 전혀 상반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끝 간 데 없는 드넓은 중원 땅에서 곤륜, 태산과 같은 높은 산과 황하, 장강과 같은 큰 강을 끼고 살아오면서 수천 년 동안 키워온 대륙문화는 모든 것을 크게 더 크게 지향해 나갔다.

 

중국인들의 이런 미학적 추구는 자금성과 같이 살아있을 때의 궁궐도 그러하였고 명 13능과 같은 죽은 다음의 무덤도 그러하였다. 음악도 큰북과 꽹과리의 "하늘을 울리고 지축을 뒤흔드는 큰 소리"로 크고 세차게 들리는 것을 즐겼고 색깔마저도 대홍(大紅), 대황(大黃)이라 이름하여 짙은 색채를 선호하였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한민족을 키워온 한반도의 산수처럼 작고 아기자기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땅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또는 호남선철로를 따라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 바라보면 파노라마처럼 안겨오고 밀려가는 풍경들, 그 야트막한 야산과 아늑한 들녘 그리고 그 들녘 한 가운데를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은 볼수록 정겨운 한국의 풍경이다.

 

더욱이 남해의 푸른 바다에 널려있는 보석같은 작은 섬들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숨이 넘어갈 듯이 아름다워 지상의 말을 잊어버리게 한다. 한국적인 심미감과 정서를 살펴보아도 한국음악에서 사물놀이와 같은 드높은 격정도 있지만 그래도 판소리나 민요가락의 휘늘어짐과 고요한 달빛아래의 단소소리에 더욱 감동하며 시각적인 미감도 한옥과 한복에서 연출되는 부드러운 곡선과 은은하고 아늑한 색깔을 더욱 선호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처럼 한반도를 만들어준 한국의 땅과 하늘과 바다가 선물한 한국만의 소중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중국식미적감각이 큰 것을 쫓아가는 것이었다면 한민족의 아름다움은 작은데 눈길을 돌려 그 작은 것에서 찾아가는 아름다움이었다. 큰 것은 큰 것으로서의 리유가 있겠지만 그것이 결코 작은 것을 대신 할수 없으며 작은 것은 작은 것으로서의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오늘의 세계를 이끌어 가는 경쟁력의 핵심은 이미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바이오기술(BT)과 문화산업(CT)으로 모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작은 것의 아름다움은 그로서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극단적인 례를 들지 않더라도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미생물)와 한눈에 보이는 생명체(거생물)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인 세균의 무게가 0.000000000001 그램에 불과하고 가장 무거운 포유동물인 고래는 1억 그램이나 되지만 이 작은 세균이 그처럼 거대한 고래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아름답다"라는 말은 크기지향의 중국어 “미(美)”와 뉘앙스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한국의 아름다운 산천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인의 얼굴과 움직임에서 피어나는 작은 미소, 작은 친절의 아름다움과 사람들 사이에 서로 나누는 작은 도움, 작은 정성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하나의 작은 수확, 작은 성취에도 보람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의 눈을 뜨면서 비로소 보이고 이루어지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다.

 

이처럼 오늘은 서로 이웃한 중한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의미를 새롭게 새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