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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에 자살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거미줄’

[맛있는 일본 이야기 509]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이름은 칸다타. 이 남자가 불지옥에서 허둥대고 있을 때 지상에서 부처님은 이 남자를 응시하고 있다. 부처님이 연꽃 향이 물씬 풍기는 연못 밑을 우연히 내려다보니 발아래 저 멀리 지옥이 훤히 보였다. 지옥은 아비규환 이었다. 서로 물어 할퀴고 뜯고 난리도 아닌 가운데 어디서 낯이 익은 남자 칸다타를 발견했다.

 

가만있자 이 남자를 어디서 보았더라. 그렇지 이 남자가 지상에서 거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일 뻔한 상황에서 이를 살려준 것을 부처님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불쌍한 지옥의 칸다타를 위해 부처님은 은실로 된 거미줄 같이 가는 줄을 지옥으로 내려 보냈다. 칸다타는 기쁜 나머지 이 줄을 잡고 지상으로 오를 꿈에 젖어 잠시 행복했다. 있는 힘을 다해 줄을 움켜쥐다가 힘이 빠져 잠시 발아래를 보니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죄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한결같이 칸다타가 움켜쥔 거미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간 칸다타는 기겁을 했다. 이 많은 인간들이 거미줄에 매달리면 줄은 곧 끊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영영 지옥에서 허덕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그리하여 몰려드는 죄인들을 향해 고래고래 악을 썼다. 제발 다가서지 말라고. 너희들은 이 줄을 당길 자격이 없다고 말이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만 칸다타가 쥐고 있던 거미줄이 뚜두둑 하고 끊어지고 말았다.”

 

 

이는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892-1927)가 쓴 《거미줄(蜘蛛の糸)》이란 단편 소설의 줄거리다. 35살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태어난 뒤 8달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미쳐 버려 외삼촌 집에 양자로 들어갔다. 외삼촌 집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문예를 사랑하는 집안으로 아쿠타가와는 어린 시절부터 책이나 그림, 골동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도쿄제국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여 재학 중, 기쿠치 간(菊池寬)과 같은 작가들과 동인잡지 《신사조(新思潮)》를 펴내면서 단편소설 〈코[鼻]〉를 연재하여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격찬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코〉를 비롯하여 〈라쇼몬(羅生門)〉, 〈고구마죽[芋粥]〉, 〈지옥변[地獄變]〉 등은 헤이안시대(794-1185) 말기의 설화집인 《곤자쿠모노가타리슈(今昔物語集)》 등에서 소재를 구한 것으로 인생에 대한 회의와 체념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정시대(大正時代,1912-1926)를 대표하는 작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친구였던 기쿠치 칸이 1935년에 아쿠타가와상(芥川龍之介賞)을 만들어 2019년 현재까지 161회째 수상작을 내고 있다. 이 상은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신인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