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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남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심는 주엽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6]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주엽나무[학명: Gleditsia japonica Miq.]는 콩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쥐엽나무, 쥐엽, 주염, 쥐엄나무, 비각수(卑角樹), ‘Korean-honey-locust’라고도 한다. 열매가 익으면 내피 속에 끈적끈적한 잼 같은 달콤한 물질이 들어 있어 이것을 ‘주엽’이라 해서 주엽나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런데 20~30년 되어야 열매가 달리므로 어렸을 때 가시가 없거나 빈약하다가 열매가 본격적으로 달리면 굵은 줄기에 큼지막한 가시가 생겨 열매를 보호하고 있다.

 

비슷한 것으로 가시가 없는 것을 민주엽나무(for. inarmata), 열매가 꼬이지 않고 약간 굽는 것을 아자비과즐(var. stenocarpa), 가시가 굵으며 그 단면이 둥글고 열매가 꼬이지 않는 것을 중국주엽나무라고 한다. 밀원식물, 약용, 가구재이다. 꽃말은 ‘소식’이다.

 

《탈무드》에는 주엽나무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와 있다.

 

“옛날 한 젊은이가 길을 가다 호호백발 노인이 주엽나무 씨를 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젊은이는 이 노인에게 ‘30년이 되어야 열매(주엽)가 달리는데 노인께서 지금 씨를 뿌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열매가 열릴 때쯤이면 당신은 이미 세상에 없을 텐데요.’라고 비웃듯 말을 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노인이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씨 뿌리는 게 아니고 내가 남이 심은 주엽나무 열매를 먹었으니 나도 남을 위해 주엽나무를 심어야지요. 훗날 내 자식 또는 그 자식의 자식들이 이 나무 열매를 먹으며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겠소?’라고 대답했다.”

 

세상을 살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자기가 살아오면서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이 이야기의 교훈을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함경북도를 뺀 온 나라 고산지에 분포한다. 높이 20m에 달하고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작은 가지는 녹색이고 갈라진 가시가 있다. 나무껍질은 흑갈색 또는 암회색으로 매끈하다. 홈이 나 있고 짧은 잔털이 있는 잎줄기에 길이 3~5.5㎝ 정도의 잎이 5~8장씩 가지에 어긋나게 달려 짝수로 난 깃털 또는 겹 깃털 모양이 된다. 끝이 무딘 찌그러진 타원형이고 좌우 크기가 다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고 둥그스름한 잔톱니가 있다. 만져보면 두껍고 앞면에 조금 윤기가 있다. 뒷면은 노란 녹색을 띤다.

 

 

 

 

 

꽃은 녹색으로 6월에 피며, 총상꽃차례로 꽃 전체가 하나의 꽃송이처럼 보인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5개씩이고 수술은 9∼10개이다. 열매는 협과(콩, 팥처럼 꼬투리로 맺히는 열매)로 비틀리며 길이 23cm, 나비 3cm로서 10월에 익는다.

 

씨앗을 조협자(皁莢子)라 하는데 가을에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서 한약재로 쓴다. 중풍으로 입이 돌아간 데 말린 것 1g을 가루 내어 먹는다. 심한 피부병에 열매껍질 말린 것을 식초에 삶아 붙인다. 독성이 있는 약재이므로 반드시 정량만 사용한다. 《동의보감》에 가시는 조각자(皁角刺) 또은 조협자(皁莢子)라고 하여 “부스럼을 터지게 하고 약 기운이 스며들어 빨리 아물게 한다. 이미 터진 때에는 약 기운을 끌고 가므로 모든 악창과 문둥병에 좋은 약이 된다.”라고 했으며, “열매는 가래를 없애거나 치질 치료에 쓰인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대나무 속껍질을 나무에 둘러놓으면 하룻밤 사이에 가시가 저절로 떨어진다.”라는 희한한 처방도 있다. 가시 떼기가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산림경제》에는 “갑작스런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위급상황이 닥치면 조각자 가루를 먹인다.”라고 하였으며, 책에 좀이 스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도 썼다. 그밖에 조각자를 땅속에 묻어두면 대나무가 뿌리를 뻗지 못하며, 조각자나 조협을 삶은 물로 빨래를 하면 때가 잘 빠진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흑갈색 또는 암회색으로 매끈하다. 1637년 무렵 중국의 송응성이란 이가 쓴 《천공개물(天工開物 )》에 보면 “소금을 만들 때 물이 잘 엉기지 않으면 주엽나무 껍질을 찧어서 조와 벼의 겨를 섞어 끓을 때 넣고 저으면 소금이 곧 엉기게 된다.”라고 했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