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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프랑스인, 탈핵 찬성한다며 밥값을 내다

동방정교회가 카톨릭교회와 다른 점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1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타슈켄트에서 산 쌀이 남아 있어서 아침 식사로 밥을 해서 먹었다. 달걀후라이를 만들고 반찬은 내가 가져온 고추장과 멸치, 그리고 매실 반찬을 먹었다. 식후에 믹스커피까지 타서 먹으니 순례자의 식단으로서는 매우 훌륭한 식사이었다. 오늘은 트빌리시 관광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일찍 숙소를 나서서 성곽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걸어서 갔다. 쿠라강을 가로지르는 고풍스런 다리를 지나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데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모터보트를 타라고 선전한다. 원래 모터보트 관광은 일정에 없었다. 보트를 30분 타는데 40라리(우리돈으로 1만5,000원)라고 한다. 병산과 나의 공통점은 미인계에 약하다는 것. 결국, 우리는 조지아 미인에게 넘어가 모터보트를 타고 말았다. 배를 타고 가며 트빌리시의 시가지와 옛 성터 등을 볼 수 있었다.

 

 

배에서 내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숙소에서 보이는 성곽으로 올라갔다. 트빌리시 사방이 내려다보이고 전망이 좋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능선을 따라 조금 걸으니 작은 성당이 나타났다. 들어가 보니 정교회 성당이다. 정교회 성당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서울의 명동 성당이나 전주의 전동 성당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엄숙함이 느껴졌다.

 

정교회는 미사 예식이나 성직자의 복장 등은 가톨릭과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인터넷으로 정교회에 대해서 검색하여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동방정교회 또는 동방교회라고도 부른다. 동방교회란 서방교회와 대비되는 말로서 서방교회는 로마 카톨릭교회를 말한다. 로마 제국이 395년에 동서로 양분된 후 서로마제국에서는 교황이 로마 교구를 이끌고, 동로마 제국에서는 대주교가 콘스탄티노플 교구를 이끌었다.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마지막으로 나뉘게 된 것은 두 가지 교리상의 쟁점 때문이었다. 첫째는 콘스탄티노플 교회가 로마 교황의 수장권(首長權)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었고, 둘째는 삼위일체 교리에서 성자 곧 예수의 신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었다. 콘스탄티노플 교회가 교황의 수장권과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자 1054년에 양 교회는 상대를 파문하면서 종교적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두 교회가 회복할 수 없이 갈라지게 된 것은 1204년에 로마 교황의 주도로 결성된 제4차 십자군 원정대가 이슬람을 공격하지 않고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여 동로마제국을 무너뜨린 사건 때문이었다. 십자군이 적군인 이슬람을 공격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같은 편인 정교회를 공격한 것이다. 그 뒤 800년 세월이 흘러 2004년에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사건에 대해 정교회 신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십자군이 죽인 콘스탄티노플의 정교회 신도들에게 800년 지난 후의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교회는 로마 교황의 절대적인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서 민족 교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재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를 비롯하여 그리스 정교회, 불가리아 정교회, 조지아 정교회, 세르비아 정교회, 루마니아 정교회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정교회 신자는 약 3억 명이라고 하니 결코 적지 않은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탄불에 있는 정교회 총대주교는 상징적인 존재이며 각국의 정교회에 큰 권한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그밖에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와의 세세한 차이점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가톨릭은 정ㆍ교 분리를 하지만 정교회는 정ㆍ교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있다. 둘째, 가톨릭은 미사를 의자에 앉아서 드리지만, 정교회는 마루에 서서 드린다. 셋째, 가톨릭은 오르간 반주를 하지만 정교회는 반주 없이 성가를 부른다. 넷째, 가톨릭 성당에는 성모상이나 예수상이 있지만, 정교회 성당에는 동상이 없이 단지 그림만 있다. 다섯째, 가톨릭 신부와 주교는 모두 독신이지만 정교회는 신부가 결혼할 수 있다. 다만 주교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만 될 수 있다고 한다.

 

정교회 성당을 구경하고 성곽을 따라서 조금 걸었다. 성곽은 온전히 보전되지는 않고 군데군데가 무너져 있었다.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다. 관광객에게는 대체로 영어가 통한다. 우리는 여러 나라 관광객에게 실크로드 유인물을 나눠주고 탈핵에 대해서 설명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우리는 성곽에서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성곽에서 걸어 내려와 가까운 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마침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여 병산이 유인물을 주고 탈핵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프랑스는 전기의 75%를 원자력으로 공급하는 세계 제1의 원전 국가이다.

 

그렇지만 프랑스에서도 2011년에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서 여론이 바뀌었다. 올랑드 정부는 “원전의 국가 에너지 공급 비율을 75%에서 2025년까지 50%로 낮추고 이를 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라고 2012년에 발표했다. 그 후 2018년에 마크롱 대통령은 “현실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라면서 목표치는 그대로 두고 목표년도를 2035년까지로 10년 연장했다.

 

우리가 만난 프랑스인은 탈핵에 대해서 전폭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하면서 유인물을 받았다. 그는 유인물에 표시된 생명탈핵 누리집에도 들어가 보겠다고 말하였다. 그는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한다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탈핵을 지지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힘이 난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병산이 계산하려고 갔는데, 식당 주인이 말하기를 프랑스인이 우리의 식사비를 이미 냈다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마침 그 프랑스인이 식당 안에 있었다. 우리는 고맙다고 그 프랑스 사람과 악수한 후에 사진을 찍었다.

 

 

오후에 우리는 국립박물관을 구경하고 가까이에 있는 풍물 시장을 구경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조지아는 유럽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피부도 자세히 보니 하얗다.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는 곳곳에 이슬람 모스크가 있었는데, 트빌리시는 곳곳에 정교회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트빌리시에서 히잡을 쓴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곳곳에서 이곳은 유럽에 속하는 기독교 국가라는 느낌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