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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 소녀의 살을 벤 일본인

[맛있는 일본이야기 529]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제강점기 조선땅에서 일본인이 조선인을 학대한 글을 읽다가 한마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건이 있어 이번 주 일본이야기 소재로 삼아본다. 때는 1927년 6월 26일, 강원도 철원읍 중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6월이면 검붉은 오디(뽕)가 한참 맛있는 계절인데 8살짜리 오순덕과 동무는 오디 밭 옆을 지나다 탐스런 오디를 보고는 그만 먹고싶은 마음에 오디 몇 개를 따먹었다. 문제는 이 오디 밭주인이 일본인이었던 것이다.

 

운 나쁘게도 마침 그 시각 오디밭주인 후지사와(藤澤暢太郞)는 오디밭 쪽으로 걸어가다가 순덕과 그 친구를 발견했다. 놀란 아이들이 도망치자 후지사와는 쫓아가 순덕을 잡아서 넓적다리 살을 도려내는 악행을 저질렀다. 철없는 아이가 오디 몇 개 따먹었다고 살을 도려낸 이 극악한 사건이 바로 ‘철원사형사건(鐵原私刑事件)’이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순덕이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오자 부모는 기겁하여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다. 그러자 철원경찰서에서 순사 2명과 협성의원 의사가 순덕이네 집으로 와서 상처를 조사했다. 결론은 후지사와가 나뭇가지 치는 전정가위로 순덕의 살점을 베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재는 게 편’이라고 순사들은 조사만 하고 돌아갔을 뿐 상처를 입은 순덕이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치료를 받기 위해 순덕이는 어머니와 부랴부랴 경성(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다행히 치료는 되었지만, 이번에는 입원치료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때 도움을 준 이는 오디밭주인 후지사와가 아니라 입원해 있던 최영재 병원의 간호사(당시, 간호부)였다. 그의 이름은 이경자 씨로 그는 입원치료비가 없어서 퇴원을 못 하는 순덕 양을 위해 입원비를 부담한 뒤 순덕이와 어머니가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정거장까지 바래다주었다. 이 고마운 간호사의 훈훈한 마음에 두 모녀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중외일보> 8월 4일치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악랄한 일본인 오디밭 주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순덕이가 피를 철철 흘리고 귀가한 날 저녁에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오디밭 주인 집으로 몰려가 “이놈을 죽여버리겠다.”라고 하자 경찰이 달려와 주민들을 해산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날은 더 많은 군중이 모여 오디밭 주인인 후지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경찰은 조선인 소요사건으로 번질까 봐 집회를 엄금하고 여론을 통제하였으며 후지사와 재판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결과 후지사와는 불기소 처리되었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딱한 처지의 순덕이를 돕기 위한 뜻있는 조선인들이 후원금 모금을 했는데 경찰은 이러한 조선인들을 횡령죄로 잡아들였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요, 분개하고도 남을 사건이다.

 

어찌 이 사건만 잔혹한 사건이랴. 일본 순사와 경찰의 비호를 받던 철원의 오디밭 주인 후지사와는 그 뒤에도 조선에 남아 조선인의 피를 쪽쪽 빨았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