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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꽃 중의 왕ㆍ부귀영화의 상징, 모란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26]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모란[학명: Paeonia suffruticosa ANDR.]은 미나리아재비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을 가진 키가 작은나무’다. 목단(牧丹), 목작약(木芍藥), 화왕(花王), 백화왕(百花王), 부귀화(富貴花), 부귀초(富貴草), 천향국색(天香國色), 낙양화(洛陽花), 상객(賞客), 귀객(貴客), 화신(花神), 화사(花師), 화사부(花師傅) 등 많은 다른 이름이 있다. 모란의 다른 이름인 목작약은 작약과 비슷한 나무란 뜻이다. 모란과 작약은 다 같이 그 꽃 모양이 크고 화려하며 잎 모양이 단정하여 모든 꽃 가운데 뛰어나다고 일컬어져 왔다.

 

그래서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란 말도 생겨났다. 중국 사람은 이 두 가지 꽃을 다 같이 사랑하여 나무에 속하는 모란과 풀에 속하는 작약을 접목과 교배 등을 해서 친족 관계에서 혈족 관계로까지 발전시켰다. 그리하여 모란을 목작약이라 하고 작약을 초목단(草牧丹)이라고 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한방에서는 목단피(牧丹皮), 단피(丹皮), 목단화(牧丹花)란 한약재로 이용하고 관상용, 식용으로도 사랑을 받는 유용한 식물이다. 꽃말은 부귀, 영화, 왕자의 품격, 행복한 결혼이다.

 

 

 

모란을 소재로 한 모란도(牧丹圖)는 옛사람들이 즐겨 그린 그림 가운데 하나였는데, 모란만을 홀로 그린 것도 있지만 괴석과 같이 그려서 석모란(石牡丹)을 만들거나 소나무ㆍ난ㆍ대나무 등과 조화시켜 그리기도 했다. 괴석(塊石)과 함께 그려진 모란은 부귀장수(富貴長壽), 새 한 쌍과 함께 그려진 모란은 부부화합(夫婦和合)과 가내부귀(家內富貴), 꽃병에 꽂힌 모란은 부귀평안(富貴平安)을 기원한다.

 

그림 말고도 복식이나 자수공예품 등에 즐겨 사용되었는데 특히 신부의 예복이나 왕비, 공주의 옷, 병풍 등에 자주 보인다. 이때의 모란은 부귀영화(富貴榮華)와 함께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또한, 모란을 여러 그루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부귀영화를 누리며 화목하게 지내는 가정을 의미한다.

 

모란(牧丹)은 꽃이 화려하고 탐스러운 것은 물론 위엄과 품위를 갖춰서 부귀화(富貴花), 화중왕(花中王)이라고도 불린다. 송나라 청학자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에서 ‘모란은 꽃 중에서 부귀한 것이다(牡丹花之富貴者)’라 하였다.

 

 

 

 

「뜰 앞 작약은 요염하되 품격이 없고 / 연못 연꽃은 정갈하되 운치가 모자라지. 모란만이 천하에서 가장 빼어난 꽃 / 꽃 피는 시절이면 온 장안이 시끌벅적.(庭前芍藥妖無格, 池上芙蓉淨少情. 唯有牡丹眞傾色, 花開時節動京城.)」 ― ‘모란 감상(賞牡丹)’, 유우석(劉禹錫 · 772∼842)

 

옛사람들은 모란을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여겨 화려하고 풍성한 모란 송이를 곧잘 화폭에 담았다. 한자로는 모단(牡丹)으로 표기한다. 우리에게는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라는 김영랑 시인의 시구가 정작 꽃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당나라 때는 모란을 즐겨 구경하는 풍조가 널리 유행해서 장안 꽃시장은 당 말엽까지도 큰 호황을 누렸다. 황실에서는 장안 근교의 여산(驪山)에 모란만 재배하는 화원을 두기까지 했다. 화훼농가는 일반 농가와 견주어 소득이 월등하게 높아 대대손손 가업으로 이어졌고 심지어 조정의 부역을 면제받는 예도 있었다.

 

현종 때에 모란 값이 특히 비싸 한 그루에 수만 냥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쌀 한 말이 20∼30냥 남짓이었다고 한다. 이런 풍조를 풍자한 백거이의 시 ‘꽃 구입’을 보면 “불타듯 붉은 모란 백 송이, 겨우 흰 비단 다섯 묶음 값”이라 했다. ‘겨우’라는 말은 물론 비아냥이다. 같은 시에는 또 “한 더미 짙은 색 모란, 평민 열 가구의 세금에 해당한다.”라는 표현도 있다.

 

 

 

 

모란은 꽃 색깔이 짙을수록 더 귀중하게 여겨서 “흰 꽃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지만 이름만은 그래도 모란이라네”라는 백거이의 또 다른 시구도 있다. 또 요황위자(姚黃魏紫), 곧 ‘요씨 가문의 황색 모란과 위씨 가문의 자주색 모란’이라는 말까지 있다. 원래는 송나라 낙양의 두 가문에서 재배한 진귀한 모란을 가리켰는데 후일 ‘비싸고 진귀한 꽃’을 지칭하는 성어가 되었다.

 

모란은 중국이 원산이고, 함경북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국에서 재배하고 있다. 많은 재배품종이 있으며, 높이 2m며 가지는 굵고 털이 없다. 잎은 3겹으로 되어 있고 작은 잎은 달걀모양이며 2∼5개로 갈라진다. 잎 표면은 털이 없고 뒷면은 잔털이 있으며 흔히 흰빛이 돈다.

 

꽃은 양성으로 4월 하순에 붉은색이나 흰색으로 피고 지름 15cm 이상이며 꽃턱이 주머니처럼 되어 씨방을 둘러싼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꽃잎은 8개 이상이며 크기와 형태가 같지 않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서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게 깊이 패어 있는 모양이 있다. 수술은 많고 암술은 2∼6개로서 털이 있다. 열매는 9월에 익고 내봉선(內縫線)에서 터져 씨앗이 나오며, 씨앗은 둥글고 흑색이다.

 

뿌리껍질을 약재로 쓴다. 해열, 진통, 소염 효능이 있으며, 경련을 가라앉히고, 월경이 원활하도록 하고, 어혈(살 속에 멍이 들어 피가 맺혀 있는 것)을 풀어주기도 한다. 봄 또는 가을에 뿌리를 캐내 속의 딱딱한 부분을 제거한 다음 햇볕에 말린다. 쓰기에 앞서서 잘게 썬다. 때에 따라서는 썬 것을 볶아서 쓰기도 한다. 말린 약재를 1회에 2~4g씩 200cc의 물로 뭉근하게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달린 모란 줄기가 가득 찬 여러 폭의 화면으로 구성된 그림이다. 비슷한 형태의 도안화된 그림이 각 폭에 반복되고 있으며 장식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왕실에서는 부귀라는 본래의 상징 의미를 넘어 국태민안(國泰民安)과 태평성대(太平聖代)의 상징을 담은 모란 그림을 큰 규모의 병풍으로 만들어 중요한 의례에 사용하였다. 모란도병풍은 가례(嘉禮)와 같은 경사스러운 일뿐 아니라 국장(國葬)과 같은 흉례(凶禮) 때와 왕실 사당인 종묘(宗廟)에서 여러 가지 의례를 올릴 때, 그리고 진전(眞殿, 임금의 어진을 모셔두는 곳)에 왕의 어진(御眞)을 봉안할 때에도 사용되었다.

 

 

몸통에는 앞뒤로 모란이 한 줄기씩 장식되어 있다. 모란꽃은 잎맥까지도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몸체의 한 면마다 가득히 큼직한 무늬를 넣어 인상적이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유약의 느낌이나 항아리의 형태로 보아 12세기 무렵 작품으로 보이는 이 항아리는 꽃과 잎이 큼직하게 표현됨으로써 흑백의 대비가 강하여 시원한 느낌을 주며, 면상감기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상감기법의 높은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약초로 지키는 생활한방(김태정, 신재용, 이유)》,《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ㆍ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