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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정교회의 발도로메오 총대주교 접견

총대주교, 한국의 남북평화를 기원한다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4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이번 여행의 정점으로서 정교회의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를 친견하는 날이다. 친견시간은 저녁 4시 30분으로 잡혀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오전에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을 구경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돌마바흐체 궁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소개가 나온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 제국의 궁전이다. 원래 목조 건물이었으나 대화재로 소실되자 31대 술탄 압둘마지드 1세가 1859년에 석조 건축물로 재건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했으며 유럽에서 보낸 수많은 헌상품과 호화롭게 꾸며진 벽들을 보면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오스만 제국 후기 술탄 6명이 일부 사용했다. 세람르크는 술탄이 공무를 보고 각국 대사를 접견하던 장소로 남자만 출입할 수 있었다. 하렘은 왕실 가정으로 술탄과 가족이 살았다. 터키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도 이곳을 관저로 쓰다가 1938년 11월 10일 아침 9시 5분에 집무실에서 죽었다. 아직도 집무실과 침실의 모든 시계는 9시 5분을 가리키고 있다

 

 

궁전 정원에는 베고니아, 사르비아, 금잔화 등의 풀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장미와 목백일홍도 보였다. 궁전 건물에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북부까지를 호령했던 오스만 제국(1299~1922)의 영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배를 타고 오는 외국의 사신들이 배에서 내려 곧바로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600여 년 동안 이 문을 수많은 사신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궁전 구경을 마치고 전철을 타고 탁심 거리로 이동했다. 오늘 오후 우리가 총대주교님을 만날 때 통역을 해줄 이 글라라 여사(천주교 신자로서 글라라는 세례명임)를 미리 만나 점심을 같이하기로 병산이 약속해 두었다. 약속 장소는 탁심광장에 있는 최고급 식당이었다. 우리는 안내를 받아 2층 창가 자리로 올라갔는데,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려다보이고 전망이 아주 좋았다. 이 식당은 1901년에 개장한 이후 아타튀르크,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등 국빈급 손님들이 많이 다녀갔다고 한다.

 

글라라 여사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에 터키 외교관을 만나서 결혼하였는데, 이스탄불에서 30년 이상 살았다. 글라라 여사는 영어와 터키어에 능통하여 우리나라에서 거물급 정치인이 오면 통역사로 부른다고 한다. 그녀는 통역사 명함을 우리에게 주었다. 이명박 서울 시장이 이스탄불에 왔을 때도 통역을 했다고 한다.

 

글라라 여사의 설명에 따르면 2015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터키 곳곳에서 IS 테러 사건이 발생하여 관광객이 뚝 끊어지고 터키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2016년에는 쿠데타까지 일어나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관광객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터키 경제도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자 주: 최근에는 코로나19 창궐로 인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등 관광이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들의 경제적 타격이 매우 크다.)

 

 

근사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총대주교청으로 갔다. 검문대를 통과하고 비서실장을 만나 확인을 받고, 우리는 대기실에서 순번을 기다렸다. 저녁 4시 30분에 총대주교를 친견하러 들어갔다. 우리는 합장하며 인사를 드리고 의자에 앉았다. 제일 먼저 병산이 '지구생명헌장 2018 서울안' 족자를 총대주교님께 드렸다. 이 헌장은 2019년 2월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 성하께 드린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대화의 요점을 손말틀(휴대폰)로 기록하였는데, 약 30분 동안 진행된 대화 중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총대주교님이 말씀하셨다.

"여러분을 만나서 기쁘다. 나는 작년 2018년 가을에 한국을 4번째 방문하였다. 판문점에서 남북평화를 기원하였다. 늘 기도하고 있다. 당신의 순례단이 환경을 생각하는 인류애에 감사드린다. 나는 지금까지 9개의 환경 관련 회의를 주재하여 왔다. 당신이 내년에 제네바에서 국제회의를 하겠다는 계획을 알고 있다. WCC(World Church Council)는 당신의 제안을 환영할 것이다. 제네바에 여러 유엔기구도 있다. 당신의 탈핵운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

 

병산이 말했다.

"가정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듯이 지구촌에도 두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아버지 같은 유엔만 있고 어머니 역할이 없습니다. 종교계가 그 역할을 하기를 희망합니다."

 

총대주교님이 말씀하셨다.

"가톨릭의 프란체스코 교황께서 그 일을 주도하실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그의 추기경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다. 아마도 그가 기꺼이 그 일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병산이 다시 말했다.

"정교회와 총대주교님은 WCC를 주도하셨고 이슬람과도 교유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총대주교님께서 앞으로 그 일의 중심이 되실 수 있습니다. 내년 6월 제네바 회의에 함께 하셔서 회의를 인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총대주교님이 말씀하셨다.

"정교회는 1948년에 WCC를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그리고 35년 전부터 정교회와 무슬림은 학문적 대화를 계속해 오고 있다. 다음 달에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난다. 당신이 진행하는 일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 특히 젊은이와 함께 노력하기를 바라며, 이 일을 계속해서 추진하면 좋겠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총대주교는 매우 인자하고 소탈한 성격의 지도자인 것 같았다. 대화 중에 그분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때에 자기는 5살 어린아이였다고 말했다. 1945년에 5살이니 그렇다면 2019년에 그의 나이는 79세가 된다. 그는 우리가 인사를 하자마자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과자를 꺼내어 먹으라고 주었다. 병산의 예상을 벗어나 그는 터키어 대신 영어로 말하였다. 글라라 여사가 영어를 우리말로 통역하였다. 친견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딱딱하지 않고 무난히 진행되었다. 친견이 끝나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분은 우리에게 순례자 복장 그대로 사진을 찍자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총대주교를 친견한 다음 날 우리나라 연합뉴스에서 우리의 행사를 상세히 보도하였다.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교회 수장 바르톨로메오스 1세 "남북평화 위해 늘 기도해"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는 2019년 6월 29일 총대주교청을 방문한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 대표단을 맞은 자리에서 정교회의 3억 신자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기독교 동방정교회 '수장' "3억 신자에 한반도 평화 기도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