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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당신은 산타클로스 같은 신을 믿는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고, 자연이 신이다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4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시아나 비행기가 출발하려면 6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공항 안에서 점심도 사먹고, 손말틀(휴대폰)로 궁금한 한국 소식도 알아보고 등등 시간을 보냈다. 포노 사피엔스는 손말틀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가 있다. 공항에는 손말틀을 충전하는 시설까지 있으므로 배터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나는 탈핵이라는 단어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하였다.

 

세계의 이름 있는 기업들이 ‘RE100’이라는 이름의 재생에너지 사용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RE100을 처음 들어보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이다. 2014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은 다국적기업들이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선언이다. 2019년 현재 170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애플, 구글, BMW, GM, 이케아 등 유럽과 미국의 기업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삼성과 LG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동참하고 있지 않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에서 나오는 전력만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RE100 운동이 생소할 것이다. 더욱이 외국의 RE100 기업들은 부품과 소재 협력업체들에게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라고 요구하는 추세라고 한다.

 

RE100 운동이 계속되면 재생에너지 사용은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원전을 탈피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은 모든 기업과 모든 나라에게 이제는 선택 사항이 아니고 필수가 되었다. 아직도 원전을 옹호하는 정치인과 학자와 기업인과 일부 국민은 눈을 크게 뜨고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아시아나 비행기는 10시간 동안 동쪽으로 날아갔다. 기내식을 2번이나 먹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8월 11일 아침 9시 30분이다.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인구 1,000만이 북적대며 살아가는 서울은 기온이 30도로 한여름이었다. 서울역에서 KTX 기차를 타고 평창으로 왔다.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우리집은 해발 550m이므로 서울에 견주어 기온이 5도나 낮아서 그리 덥지가 않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집에 돌아오니 편안했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나는 지금까지 지구의 반쪽만을 보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 남산 근처 한남동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슬람은 지극히 왜곡된 이슬람이었다. 지구촌에 사는 인류 가운데 무려 16억 명이 믿고 있는 이슬람은 칼과 코란의 종교가 아니고 친절과 관용의 종교였다.

 

그런데 기독교인이 믿는 신과 무슬림이 믿는 신은 같은가 다른가?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기 전 단계의 질문으로서 신은 존재할까? 이 질문은 내가 평생 품어왔던 질문이며 수많은 인류가 품고 있는 질문일 것이다. 집에 돌아온 뒤에 나는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그 책의 제13장 제목은 ‘신: 신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인데,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나온다.

 

“신은 존재하는가? 답은 머릿속에 어떤 신을 떠올리느냐에 달렸다. 우주의 신비? 아니면 세상의 입법자?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묻는 말을 들으면, 먼저 우주의 신비와 같이 인간 이해력의 한계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이들은 “과학은 빅뱅을 설명할 수 없다”라고 운을 뗀 뒤 ‘그래서 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마치 마술사가 카드 한 장을 다른 카드와 감쪽같이 바꿔치기하여 관객을 속이는 것처럼, 우주의 신비를 재빨리 세상의 입법자로 대체한다. 알 수 없는 우주의 비밀에 ‘신’의 이름을 붙이고 그다음에는 그것을 어떻게든 비키니와 동성연애를 비난하는 데 활용한다. 모든 것을 생각하면 결국 신의 존재는 의미론의 문제이다.“

 

위와 같은 하라리의 주장을 나는 다음과 같이 이해하였다.

 

‘신의 존재는 의미론의 문제’라는 뜻은 당신이 신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 무슨 의미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신의 이름이 달라지며 의미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우주의 신비는 신과는 아무 상관 없이 우리에게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일 뿐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신의 이름을 빌려 얼마나 많은 전쟁과 살육과 처형이 이루어졌는가? 사원이나 교회를 찾아간 사람들이 평화를 추구하고 친절해진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종교가 사람들 사이에 분쟁과 폭력을 일으킨다면 종교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우리가 윤리적인 삶을 살고 도덕적인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굳이 신의 이름을 불러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싶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신은 존재하는가?”

 

나는 많은 종교인이 믿는 신은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산타클로스가 사라진다. 산타는 인간이 생각해 낸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도 어른들은 산타를 버리지 않는다. 어른이 된 아이는 자기가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산타 이야기를 자기 아이에게 해준다. 산타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반복된다. 신의 존재도 그러하지 않을까?

 

(끝)

 

< 연재를 끝내며 >

이렇게 묻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무신론자인가?"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다. 질문하는 독자가 사용하는 '무신론자'라는 용어에서 '신'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이 단순히 이름뿐인 개념(예를 들어 산타클로스)이 아니고 실체가 있는 존재라면, 나는 신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은 개념이 아니고 우리 눈앞에 실재하는 존재다. 굳이 분류한다면, 나는 무신론자라기보다는 자연을 신으로 믿는 유신론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태어난 이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의식과 나의 몸은 자연에서 온 것이다. 자연은 내게 생명을 주었고, 내가 죽으면 나는 원소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자연의 일부다. 또 자연이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