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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홍구 시인의 사람이야기

하나님께 드리는 시인의 시 편지

[허홍구 시인의 사람이야기 34]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하나님 전상서

 

   하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오늘 긴히 아뢰고자 하는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가능하시면 저를 짐승으로 좀 만들어 주시옵소서!

   사람의 몸을 하고는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을 수가 없고

   또 죄짓지 않고는 정말이지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하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사 부디 짐승으로 만들어 주시되

   눈만큼은 사악하지 않게 순한 짐승이 되게 하옵소서.

 

남재만 시인이 하나님께 쓴 시로 된 편지 일부다.

 

평소에 멋진 글과 웃음으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셨던 시인!

비뇨기과 전문의로 자신의 이름으로 환자를 맞이한 원장!

이제 노후의 몸을 재활 운동으로 다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투 운동이나 성범죄를 미리 예감하고 자신을 다스렸을까?

차라리 짐승으로 살고 싶다던 그가

눈만큼은 사악하지 않고 순하게 만들어 달라는 했으니

그가 얼마나 순수한 시인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누구나 읽고 들으면 알기 쉬운 시(詩)로 사랑을 받았던

비뇨기과 전문의였던 남재만 시인의 이야기다.

 

 

  

                       남 재 만*

 

성의학(性醫學) 상식을 담아 <성(性) 판도라의 상자>라는

맛깔 나는 문장으로 신문과 잡지에 연재하여

독자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비뇨기과 의사

그의 시를 들으면서 ‘맞아 맞아’ 하며 손뼉을 쳤다.

 

<하나님 전상서>라는 시인의 시 편지에는

사람의 몸으로는 죄짓지 않고 살기는 어려우니

차라리 짐승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었다

 

서로가 경쟁하며 속고 속이는 야속한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했었다

 

그는 늑대 하이에나도 안 무섭고

사자와 곰, 호랑이마저도 무섭지 않다고 하였다

속이고 날 잡아먹으려 할 때 미소 짓는 사람이

짐승보다 훨씬 더 무섭다고 하였던 의사 시인!

 

싸우지 않고 속이지만 않아도 우리 사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천국이라 믿고 있다.

 

 

 * 남재만 :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비뇨기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