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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떡으로 친숙한 청미래덩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57]

[우리문화신문=글ㆍ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청미래덩굴[학명: Smilax china L.]은 백합과의 ‘덩굴성 가을에 잎이 누렇게 단풍이 들었다가 잎이 떨어지지 아니하고 이듬해 봄에 다시 푸르러지는 키 작은 나무[半常綠 灌木]’다. 한글명 청미래덩굴은 덜 익은 푸른(靑) 열매의 덩굴이라는 의미로 한자와 우리말이 섞여 있는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명감, 망개나무, 매발톱가시, 종가시나무, 청열매덤불, 좀청미래, 팟청미래, 좀명감나무, 섬명감나무, 망개, 팥청미래덩굴, 좀청미래덩굴, 칡멀개덩굴, 팔청미래 등이 있다.

 

영명은 ‘Chinaroot, Berchemia-Tree’다. 일본명 사루도리이바라(猿捕茨)는 원숭이(猿)를 잡아챌 정도로 아주 험악한 갈고리 가시(茨)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불규칙하게 나 있는 힘센 가시는 사람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과수원의 생울타리나 정원의 칸막이 장식용으로 아주 훌륭하다. 줄기가 곧고 가지가 많으며 잎이 작은 것을 좀청미래(var. microphylla)라고 한다. 꽃말은 ‘장난’이다.

 

 

 

청미래덩굴은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에 부인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매독에 걸려 소생할 가망이 없게 된 남편를 그 아내가 너무 미워서 업어다 산에 버리고 돌아왔다. 버려진 남자는 모진 목숨을 이어가다 허기져 풀밭을 헤집는데 청미래덩굴의 덩이뿌리가 나오므로 배고픈 김에 씹어 먹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허기를 잊게 되자 자꾸 그 풀뿌리만 캐 먹었더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독이 완쾌되어 산에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는 못된 짓을 안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상히 여긴 마을 사람들이 사연을 물어와 사실대로 일러주게 되었고 그 후부터 이 나무를 산에서 돌아오게 한 풀이라 하여 산귀래((山歸來))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설은 옛날 강원도 고을에 착하고 일 잘하는 복동이라는 머슴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웃 고을에 갔다가 단오놀이를 구경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꿈속의 여인상이었던 순녀를 보았다. 순녀는 갑부의 무남독녀였는데, 복동이와 똑같은 환상을 보아온 터인지라 이상한 일이라 생각해 복동이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순녀의 아버지는 복동이를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버지는 지난 20년 전 산골 외딴집에서 빨간 열매를 입에 물고 다정스럽게 속삭이는 두 남녀를 죽였었는데, 그때 죽은 남자가 복동이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순녀 역시 딸이지만 그때 죽은 여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순녀의 아버지는 곧 "하늘에서 내린 벌이로구나. 순녀의 원수를 갚고자 태어난 그 여인이다"라고 생각해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순녀와 복동이는 아버지를 묻고 외딴집 양지쪽에 앉아 쉬고 있다가 빨간 열매를 보았다. 복동이는 곧장 열매를 따서 순녀에게 "맛있는 열매를 줄 테니 눈을 감고 입을 벌려 봐"라고 말했다. 순녀가 눈을 감고 입술을 살포시 여는 순간 그 열매 대신 자기의 입술을 가져갔다. 이 열매가 토복령(土茯苓)이었다고 한다.

 

우여량(禹餘糧)이라는 이름은 옛날 우(禹)씨 성을 가진 사람이 먹을 것을 얻으려고 산으로 가서 청미래덩굴을 뿌리를 캤다. 그런데 식량을 하고도 남아 이것을 산에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우여량'은 곧 우 씨가 먹다 남은 양식을 상징한다. 또 선유량(仙遺糧)이라 해서 신선이 남겨놓은 양식이라는 의미도 있다.

 

사람들은 삼천리금수강산, 산 넘고 물 건너 평평한 땅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오순도순 모여 살았다. 시집가고 장가가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서로 주고받아야 하니 더우나 추우나 산길을 수없이 넘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청미래덩굴은 사람들이 잘 다니는 산속 오솔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하디흔한 우리 산의 덩굴나무다. 청미래덩굴은 공식적인 이름이고,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 혹은 명감나무라 부른다. 이 중에서도 망개나무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충북 및 경북 일부 지방에서 자라는 희귀수종인 진짜 망개나무와 혼동하기 쉽다.

 

청미래덩굴의 잎은 젖살 오른 돌잡이 아이의 얼굴처럼 둥글납작하고, 표면에는 윤기가 자르르하다. 기다란 잎자루의 가운데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한 쌍의 덩굴손은 손끝에 닿는 대로 나무며 풀이며 닥치는 대로 붙잡고 ‘성님! 나도 같이 좀 삽시다’ 하고 달라붙는다. 잡을 것이 없으면 끝이 도르르 말린다. 덩굴줄기를 이리저리 뻗기 시작하면 고약한 버릇이 생긴다. 갈고리 같은 작은 가시를 여기저기 내밀어 자기 옆으로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다니는 것을 훼방 놓는다.

 

 

나무꾼의 바짓가랑이를 찢어놓고 그도 모자라 속살에 생채기를 만들어놓는가 하면, 친정나들이를 하는 아낙의 치맛자락을 갈기갈기 벌려 놓는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화가 난 사람들이 낫으로 싹둑싹둑 잘라 놓아도 되돌아서면 ‘약 오르지?’를 외치듯 새 덩굴을 잔뜩 펼쳐놓는다. 청미래덩굴의 가시는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산속의 날쌘돌이 원숭이도 꼼짝 못 한다는 뜻으로 일본인들은 아예 ‘원숭이 잡는 덩굴’이라고 한다.

 

그러나 청미래덩굴은 이처럼 몹쓸 식물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일도 많이 한다. 어린잎을 따다가 나물로 먹기도 하며, 다 펼쳐진 잎은 특별한 용도가 있다. 잎으로 떡을 싸서 찌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오랫동안 쉬지 않으며, 잎의 향기가 배어 독특한 맛이 난다.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시골장터에서 흔히 듣던 떡장수의 ‘망개~ 떠억’ 하는 외침은 지나간 세대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싼 떡을 말한다. 먹을 것이 없던 옛 시골 아이들은 ‘망개 열매’가 시고 떫은 초록일 때부터 눈독을 들인다. 익은 열매는 달콤한 맛을 보려고 오가며 가끔 입속에 넣어보곤 한다. 항상 조금 더 맛있고 씹히는 부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유년을 보낸 기억이 새롭다.

 

중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산기슭의 양지에서 자란다. 굵은 뿌리가 옆으로 꾸불꾸불 벋고, 줄기는 마디에서 이리저리 굽으며 길이 3m 정도로 자라고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다. 어긋나는 잎은 길이 4~12cm, 너비 2~10cm 정도의 넓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기부에서 5~7맥이 나오고 다시 그물맥으로 되며 윤기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7~20mm 정도이고 턱잎은 덩굴손으로 된다.

 

꽃은 단성화로 황록색이며 5월에 꽃대 끝에 다시 부챗살 모양으로 갈라져 피는 꽃차례를 이룬다. 꽃줄기는 길이 15∼30mm이고 작은꽃줄기는 길이 1cm 정도이다. 화피갈래조각은 6개이며 뒤로 말리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씨방은 긴 타원형으로서 3심이며 끝이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둥글며 지름 1cm 정도이고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으며, 명감 또는 망개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청미래덩굴의 전체를 산귀래(山歸來), 토비해(土萆薢), 과산룡(過山龍), 금강과(金剛果), 발계(菝葜), 비해(萆薢), 우여량(禹余粮), 토복령(土茯苓), 황우근(黃牛根)이란 약재명으로 약용한다. 뿌리에 이뇨, 해독, 거풍 등의 효능이 있어 관절염, 요통, 종기 등에 사용하고 뿌리 부분에는 어떤 원인인지 명확지 않으나 가끔 굵다란 혹이 생기는데, 이것을 ‘토복령(土茯岺)’이라고 한다. 속에는 흰 가루 같은 전분이 들어 있어서 흉년에 대용식으로 먹기도 했다.

 

그 밖에 주요 쓰임새는 약재다. 옛사람들이 문란한 성생활로 매독에 걸리면 먼저 토복령 처방부터 시작했다. 또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해독작용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열매는 식용하며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Daumㆍ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