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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크리스마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그린경제/얼레빗=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몇 년 전 11월 중순. 한국의 한 사교단체와 이태리 대사관이 서울 중심가의 한 대형 호텔에서 유럽의 각국 대사와 가족들 그리고 한국의 인사들을 초대하여 이태리를 알리는 문화의 밤 행사를 했는데 우리 부부는 거기에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나와 아내는 음향 리허설을 위하여 3시간 일찍 도착하였는데 무대장치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설치에 분주한 틈을 이용하여 호텔 로비를 둘러보며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계단이 많은 로비 한 가운데에는 놀랍게도 20 미터 높이는 족히 될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이미 장식되어 있었고, 각 나라의 산타클로스 인형들도 수백여 개가 양쪽 벽면을 메우며 전시되어 있었다. 마구간처럼 보이는 집의 지붕 위에는 대형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굴뚝 옆에 누워있었다. 

   
▲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된 11월의 호텔에서 (팝페라부부 듀오아임)

 
11월 중순의 대한민국 서울 백화점과 호텔의 풍경이 이렇다.

11월에 크리스마스트리라니........

이건 아직 아닌데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다음 달이 12월 아기 예수가 오실 달이구나 하는 연말의 설렘도 잠시 생겼다.

대연회장으로 돌아와 보니 무대와 테이블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대사관에서 온 이태리 친구가 호텔 측 직원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가서 보니 호텔 측에서는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꽃을 테이블과 여러 귀퉁이의 장식으로 준비하였는데 이태리 친구는 아직 크리스마스 시기가 아니니 이 철모르는 장식들을 치우라는 것이었다. 호텔 직원들은 거의 장식을 끝마쳤는데 왜 치우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서있었다.


결국 크리스마스 꽃들은 다른 꽃들로 모두 바뀌어졌다. 뭔가 앞서가야 잘하는 것 같이 느끼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이 조금은 부끄러워 나는 이태리 사람에게 다가가 썰렁한 농담 한마디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태리와 한국의 시간차가 8시간인데 한국의 시간이 8시간 앞서가지요? 한국에는 아기 예수님도 8시간 더 먼저 태어나고, 그래서 성탄 미사도 교황청보다 8시간 먼저 하고, 새해도 한국이 8시간 먼저 시작돼요. 우리 한국 사람들이 시간을 좀 앞서가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네요. 이해해주셔요. ^^~…….’ 그러면서 우리 부부는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그 이태리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아차, 구제불능의 문제가 생겼다. 모든 하객들이 이태리 국기로 만든 나비넥타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것이 그만 색은 비슷하고 색상배열 순서가 다른 헝가리 국기로 나비넥타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제대로 잘 준비했어야 하는 건데 이번 실수는 정말 용납할 수 없어 창피하기가 그지없었다. 이미 시작 시간이 다 되었기에 그날 이태리 문화의 밤은 모든 하객이 헝가리 국기가 새겨진 나비넥타이를 목에 두르고 춤을 추는 이색적인 밤이 되었다.

그렇다. 기다림은 정말로 중요하다.
기다림은 준비, 설렘, 기대 그리고 희망 자체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농산물 수입도 개방되고 농업도 발달을 하다 보니 과일과 꽃들에 제철이라는 개념이 없어져서 그런가? 우리는 요즘 자연의 절기를 무시하고 사시사철에 피고 지는 과일과 꽃들에 대한 기다림을 잊고들 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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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의 크리스마스트리도 자연과 신앙인의 절기를 무시하고 그저 상업적인 절기를 따르다 보면 생기는 난센스가 아닐까.

그리스도 종교인들이 피우려는 신앙의 꽃은 다 피어 있는 화원의 철 잃은 꽃처럼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먼저 신앙의 씨를 뿌리고 정성스럽게 가꾸며 꽃이 피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대림, 성탄, 사순, 부활의 절기를 따르다 보면 인내심도 생기고 아름다운 것을 기다리는 설렘 그리고 아픔도 있으니 꽃은 희망이고 꽃이 피면 기쁨이 더 비할 데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제 곧 말구유와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어 집안과 거리를 장식하며 구세주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12월이 온다. 지난주 일산의 한 호텔에서 찍은 11월 중순의 크리스마스 사진을 정리하면서 문득 몇 년 전 헝가리 나비넥타이를 하고 춤췄던 이태리 문화의 밤 공연을 회상하며 잠시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올 희망의 아기예수가 가져올 선물을 기대해본다.
 
늘 이맘때면 새 희망 주시러 오시는 아기 예수님
올해도 푸짐한 사랑 선물 많이많이 가져다 주세요.
뒷줌에 가져오실 희망 보따리도 잊지 않으실 거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선물 보따리에 가득 채워주시되
올해는 무엇보다도 진실함을 더 채워주세요.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 주세페 김동규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국내유일의 팝페라부부로 김 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