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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본 내나라” 전시에는 무슨 꽃이 있었을까?

진용옥 교수의 통일생각 5

[그린경제/얼레빗=진용옥 명예교수]  2004년 6월15일 평양에서는 남북 공동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꽃으론 본 내나라”라는 주제로 남 북녘 작가 40여명이 평양문화상품전시관에다 200여점을 올린 것이다. 8년 전 "렌즈로 본 조국" 그리고 2001년 “백두에서 한라까지”전 이후 세 번째로, 6 15 공동선언 4주년에 맞추어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6월 15일자 4,5면에 이례적인 기사를 실었다.

 

   
▲ 안승일 작 – 백두산 2014년 전시회 출품작 그는 2002년 '렌즈로 본 조국'에서 북의 작가와 함께 별도의 코너에 백두산 사진을 전시했다.


“불멸의 꽃 김정일 화, 김일성 화, 우리(조선인공)의 국화인 목란꽃, 백두산의 만병초, 묘향산 불영대의 두봉화, 금산산 도라지꽃과 해금강의 나리꽃, 명사십리 해당화와 백두대지에도 한나(한라)에도 붉게붉게 피어나는 진달래……. (중략).

사진동맹 최경국 위원장은 “우리민족은 남달리 꽃을 사랑하고 꽃놀이를 흥취 나게 벌여온다.”고 강조하고 “통일의 대화원을 가꾸는 좋은 계기가 되려는 것을 확신한다.” 고 말했다. 이어서 류경선 남측 단장은 “가장 큰 통일의 꽃을 피워야 할 것이다. 모두가 통일의 한길로 달려 나가자‘고 지적하였다“(이상 노동신문의 원래 표현)

다른 지면에는 일반 관람객 사진이 실렸으며 전날에는 남녘 대표단의 도착 사진도 실린 바 있다. 그러나 무궁화를 비롯한 남녘의 꽃들도 수많이 전시되었지만, 노동신문 어디에도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아직도 상호 균형보다는 자기과시가 우선한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이것이 박힌 돌이요 통일의 걸림돌인 것이다.

무궁화는 남녘의 나라꽃이다. 평양 이북에는 잘 자라지 못하는데, 이런 꽃이 통일 조국의 꽃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은 묘향산 중턱에서 자생 품종이 목격되면서 많이 수그러들었다. 왜냐하면 묘향산은 정확히 북위 40도에 위치하고 있어 이 정도면 거의 한반도 전역에 자생한다 해도 대과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연성에도 우리의 의식 속에는 나라꽃이라는 의식이 깊이 박혀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는 유행성 각막염(도라홈)을 옮긴다는 악 선전 때문에 기피화(忌避花)로 전락했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어린이들 셈 가림 구절이 되면서 아이들에게도 친숙해졌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마다 영국국화 장미덩굴이 흐드러지게 넘쳐나지만, 무궁화는 이제 더 이상 정원수도 못 된다는 사실은 식민지 때 기피관습이 말끔히 가셔진 것은 아닌 듯 하다. 나라꽃은 이제 한적한 시골집 한 구석을 차지할 뿐이며, 저 혼자 피다가 지치면, 저 홀로 지고 마는 나팔꽃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남녘의 국화가 무궁화라면 북녘은 목란 꽃이다. 그런데 남녘사람 대부분은 진달래를 꼽는다. 마치 일본의 공식 나라꽃은 국화(菊花)이지만 일본 국민이 벚꽃을 좋아하여 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북녘에서는 김정일화와 김일성화가 분명 목란 꽃보다 더 상위의 꽃이었다. 둘 다 열대성 화본과 식물로서 자생은 물론이고, 야외에서는 자라지 못해 수많은 온실과 인공 재배지를 조성하고 있었다.

남녘대표들이 가본 중앙식물원에서는 맹아조절이라는 새로운 조직 배양법이 시도되고 있었고 또한 6,19 40주년 기념에는 북녘의 427개 단위 기관 모두가 김정일 화를 출품하여 갖가지 형태로 가꾸어 놓았다. 제3산업국(컴퓨터 전문으로 만경대 구역소재)과 수매양정성(농업부) 등 이채로운 기관의 이름도 있었다. 과연 그 노력과 비용이 얼마나 들까? 여성 해설원의 달아빠진 음성이 반복되면서 그러나 목란꽁 같은 북녘 국화는 없고 같은 꽃만 보자니 지겹다는 평가가 우세하였다.

 

   
▲ 호접란 계통의 인도네시아 산 열대화(스카르노 기증), 기형적으로 큰 베고니아 계통의 꽃(일본인 기증)인데 북에서 사시사철 피는 유일한 꽃들이다.


누가 그랬던가? 자신들이 버린 꽃은 나라꽃이 될 수 없다고. 그렇다면 통일의 나라꽃은 과연 어떤 꽃이 되어야 할까? 혹자는 반도전역에서 붉게 붉게 물드는 진달래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붉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지만, 월드컵을 기화로 남녘에서도 레드 컴플랙스를 화끈히 밀쳐 내고야 말았으니, 나라꽃 영순위 후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치고 새롭게 정하는 것보다는 점진적 진화와 화합의 정신을 살려나간다면 아무래도 목란꽃과 무궁화를 유전자 결합으로 접합시켜야 할 것 같다. 류 단장이 지적한 통일의 가장 큰 꽃은 남근북란(南槿北欄)이 아니겠는가?

 

   
▲ 북에서는 무궁화를 보기 힘들지만 구월산에서 자생하는 무궁화를 직접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