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새해가 되어 봄이 돌아오자 만물이 새로운데, 성명께서 즉위하여 나라를 다스리신 지 큰 나라인 경우 천하에 호령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인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 세월은 위에서 흘러 하늘의 운수가 바뀌었으며, 백성은 아래에서 곤궁하여 사람의 일이 극에 도달하였습니다." 1663년 새해가 되자 교리 이민서(李敏敍) 등이 당시의 왕인 현종에게 올린 차자(箚子:왕에게 올리는 간단한 서식의 상소문)의 시작은 이렇게 한다. 효종을 이은 새 임금이 즉위한 지도 5년이 지났는데, 이 정도면 정사를 다 파악해서 나라가 편안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지금 전하께서는 ....왕위에 계신 기간이 적은 것이 아닌데 세도가 나쁜 쪽으로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심이 벌써 떠나갔으니 대업을 보장할 수 없으며, 국가의 형세가 이미 기울었으니 나이가 한창때인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명께서는 위로 선왕께서 부여하신 막중한 사업을 생각하시고 아래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상황을 살피시며, 계절이 바뀐 데에 느낌이 일고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데 슬퍼하시며,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생각하고 안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무리 겨울이 실종되었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나이가 들어 눈 앞에서 날아갈 듯이 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고는 하지만 한 해를 보내고 새로 맞는 마음에는 늘 비장함이 파고든다. 새해를 맞으며 지난해 가졌던 찬란한 꿈과 희망이 결국에는 또 후회의 반복이라는 파도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밤의 어둠을 깨고 나오는 새벽, 새해의 첫 해를 정성껏 맞이했다. 예전에는 첫 해에 자신에 관한 소망을 담았다면 이제는 내가 아니라 우리 자식 손주들,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이 달라진 것이긴 하지만. 한 해를 바꾸는 때를 세(歲)라고 한다. 세모(歲暮)라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해가 바뀌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은 당연히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다. 중국 고대의 역사에서 교훈을 알려주는 경전인 《서경(書經)》의 홍범(洪範) 부분을 보면 "임금은 해(歲)를 살펴야 하고, 귀족과 관리들은 달(月)을, 낮은 관리들은 날(日)을 살펴야 한다(王省惟歲 卿士惟月 師尹惟日)"라는 구절이 나온다. 세상이 잘 돌아가고 못 하고는 일 년을 단위로 나타나기 때문에 임금은 크게 전체를 보아야 하고 그다음 신하들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세월 빠르다. 시간 빨리 지나간다는 말은 하면 바보인 것 같다. 엄연히 뻔한 진리인데 새삼 읊조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터. 그래도 현실인 것을 어떻게 하나. 누구처럼 새해가 되었다고 희망을 노래한 것이 언제던가, 벌써 일 년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새해를 맞아하려고 했던 몇 가지 일들은 반의반도 시작도 못 하고 또 어영부영 살다가 다 써버렸으니, 여름 장미꽃잎처럼 팽팽하고 빛나던 나의 꿈은 어느새 시들었고 다시 찬 바람에 가시마저도 숨구멍을 닫아야 하는 때가 되었다. 내일모레가 섣달그믐이다. 우리가 양력을 쇠니 양력으로 따져볼밖에. 섣달그믐이 어떤 밤인가? 해가 바뀌는 밤이다. 절서(節序)의 빠름은 전광석화와 같고, 시간의 흐름은 달리는 말이 문틈을 스쳐 가거나 뱀이 골짜기를 지나가는 것과 같단다. 시인은 해가 저물어 간다고 자신의 감회를 부쳐 읊고, 공자(孔子)는 세월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음을 탄식하며 한숨을 쉬었다. 평생을 내 집으로 생각하며 살던 회사를 나온 지도 벌써 해로 보면 두 자릿수에 가까워진다. 그전에는 선배들이 하던 대로 여행도 가고 놀기도 놀고 또 선배들의 도움으로 개인적으로 좋은 일도 없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