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1950년 12월 20일 북한 동해안의 가장 큰 항구인 흥남항의 부두는 10만의 미군들과 장비들, 그보다 더 많은 북한주민이 뒤섞여 큰 혼란이 벌어졌다.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간신히 흥남으로 온 미군들의 남쪽으로의 철수가 최대의 과제였다. 당시 동해안 지역을 관할 하는 제10군단의 에드워드 아몬드 (Edward Almond) 군단장은 모든 가용 군함을 동원해 적군의 포화가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에서 미군들의 철수작전을 펼쳤다. 미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은 북한주민은 마을마다 집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무작정 남쪽으로 흥남부두로 향했다. 이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곧 참혹한 현실 혹은 죽음이었다. 이같은 사정을 본 맥아더 사령부의 민사고문인 현봉학 박사는 미군 군함에 피난민을 함께 실어달라고 아몬드 군단장에게 긴급 요청했으나 당장 군인들의 생명을 구해야 할 상황에서 피난민을 수송할 수는 없었다. 현봉학 박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미 10군단 참모부장겸 탑재참모였던 미 해병대의 포니(Edward S. Forney) 대령을 통해 다시 간절히 요청한다. 결국 그의 진심과 간절함에 아몬드 중장이 결단을 내려 피난민들의 수송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웃나라 일본의 연말은 대표공영방송인 NHK의 홍백가합전이란 프로그램으로 떠들석하다. 1953년 NHK-TV가 개국하면서 시작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대형 호화 프로그램으로 남녀 가수들이 홍팀(여성)과 백팀(남성)으로 나누어 경연하는, 가수들의 편 먹기 가요대항전이다. 일본인 가수들이 여기에 출연하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였다는 이 프로그램의 연속 출전기록은 엔카 가수 이츠키 히로시(五木ひろし)로 50회다. 여성 가수들이 속한 홍팀에서는 엔카의 여왕이며 일본의 국민가수로 존경을 받는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가 13회 연속출장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이 전설적인 미소라 히바리의 기록을 뛰어넘어 20회 연속 출연한 여성 가수가 있으니 바로 미야코 하루미(都 はるみ)다. 미소라를 능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오랜 인기를 누렸던 이 여성가수는 1948년 생으로 미소라보다도 11살이 아래이기에 올해로 77살인데 이 여성가수 아버지가 한국인, 곧 그녀도 한국인이란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일본 언론에 공개된 그의 부친은 이종택(李鐘澤 1904~1987)으로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일본 비단의 직포공장에서 기술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첫눈이 기상예보대로 왔다. "저녁 6시에 대설경보입니다. 8시까지 5~10센티가 내리는 곳도 있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인데 저녁 6시가 되니 정말 놀랍게도 눈이 내린다. 그것도 싸라기눈이 아니라 작은 아기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어깨로, 머리로 내려 곧 행인들을 할아버지로 만든다. 거리에 눈이 쌓이고 차량들이 엉금엉금. 사람들은 조심조심... 도시에는 그렇게 눈이 내렸고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조용히 소복소복 눈이 내렸다. 눈앞의 창틀에서부터 건너편 아파트 집과 창문, 그 옆의 나무들이 차례로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들의 놀이터 놀이기구도 눈을 뒤집어쓴다, 올겨울 첫눈으로는 너무도 황공할 정도로 깨끗한 세계를 만들어준다. 모든 먼지를 덮는 것은 물론 세속이익을 위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씻어주고 덮어준다.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敍情詩)는 백설(白雪),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强雪)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탈(脫)하고 현란한 백의(白衣)를 갈아입을 때, 눈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