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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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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재즈 곡 이난영 <다방의 푸른 꿈>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23]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한 나라의 문화수준은 특수한 몇몇 경우를 빼고 나면 대체적으로 국력과 궤를 같이하는데, 특수한 경우란 어느 한 민족의 고유문화가 선진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와 선진문물이 들어와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는 것으로, 다방은 그 후자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이른 바 “70,80 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청춘을 보냈던 음악다방을 회고하면서 다방이 흘러온 길을 따라가 본다. 차를 마시는 장소에 대한 기록은 ‘다연원(茶淵院)’이라 하여 통일신라 문헌에 이미 등장하고 있으니 천년이 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방(茶房)’이라는 용어는 고려 때의 기록에 나타나긴 하나 차를 마시는 곳은 아니고 차와 술, 과일 등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이었다 한다. 이 땅에서 차(茶)가 가장 많이 음용되던 시기는 요즘을 빼고 나면 고려 때이다. 이는 불교의 융성과 맞물려서 절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으로 말미암아 차 문화는 된서리를 맞게 된다. 조선사회에서 맥이 끊기다시피 한 차가 역사에 다시 등장

허무주의 예술의 극치 <킹 크림슨> ‘묘비명’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22]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이렇게 된 얘기라 한다. 어느 광역시에 있는 방송사의 송출직원이라니까 업무상으로도 음악과 그다지 관련이 있는 직책은 아니다. 또한 음반 유통업계나 음반 수집가나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존재는 전혀 알려진 게 없었다. 그런 그에게 이른바 "촉"이란 것이 있었는지 아니면 누가 귀 뜀을 해 주었는지, 그는 횡재와 명성을 한 손에 거머쥐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십 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가 근무하는 직장에는 "계륵"* 같은 골칫덩이가 하나 있었다. 사세의 확장으로 방송 기자재는 자꾸 늘어나는데 보관할 공간은 줄어만 갔다. 그러다보니 직원들 하나 둘 음반실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씨디(CD)도 구닥다리라고 안 트는 세상에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4만 여장의 엘피(LP)가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는 눈초리였다. 마침내 위에 계신분이 매각 형태의 처분결정을 내린다. 그냥 내다 버려도 아까울 게 없겠지만 혹시나 문제라도 생길까하여 판다고 해본 것이다. 우리나라 방송사의 간부치고 음악에 조예가 있거나 최소한의 애정이라도 있는 간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야한다. 그걸 그가 솜씨 있게

현경과 영애 <아름다운 사람>

수정처럼 맑은 어린 시절의 모습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21]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이고 아이들을 보면 세상이 보인다. 아이들 버릇없다고 혀 차지 마라. 저 밖에 모른다고 흘기지도 말고 감정이 메말랐다고 탄식도 하지마라. 하늘에서 떨어졌겠는가, 땅에서 솟았겠는가. 아이들이 거울이다, 잘 들여다보아라. 거울에 비친 저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다. 예절이 밥 먹여 주냐고 남 생각은 뭐하러 하냐고 돈 안 되는 일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 우리의 모습이며 내 새끼 귀하다며 호호 불기나 했지 좋은 학교가라며 학원으로만 돌렸지 더불어 살아가는 법과 사랑의 소중함과 지혜가 지식보다 위라는 것을 가르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다. 설명해보라.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을 망친다하면서도 게임 시장이 몇 십조 짜리라며 육성하는 현실을 몇이 하면 도박이고 카지노에서 하면 오락이 되는 현실을 필부의 거짓말은 왜 죄가 되고 위정자의 거짓말은 왜 기술이 되는지 설명해보라. 아직도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지구의 나이가 육천 살이라 우기는 자들이 여전히 세상을 움켜쥐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해보고 정직하면 가난하다는 공식에 대해서도 아이들 앞에 나서서 설명해보라. 요즘 아이들

끌로드 씨아리 <첫 발자국>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20]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1) 뭐가 자나갔을까? 눈 위에 뚜렷이 남은 이 자국은. 나무토막을 끌고 간 자리도 아니고 커다란 짐승이 지나간 자리는 더욱 아니니, 넓이로 보나 자국으로 보나 눈썰매 자리임이 틀림없다. 대설, 대한이 다 지나도록 눈 한 송이 구경할 수 없었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조바심이 났으랴. 분명 어린 자식의 보챔을 당해내지 못한 아비가 첫 눈이 내리자마자 동 트기를 기다려 이 솔밭에서 눈썰매를 끌었을 것이다. 첫 발자국을 찍지 못한 아쉬움도 잊은 채 썰매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가 본다. 그 자리엔 아비의 사랑이 남아있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남아있고 옛 기억의 아련함이 남아있다. 그래, 그런 것이다. 지나갔다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은 자국을 남긴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바람과 저 부드러운 새털구름조차도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기며 자나간다. (2)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찔렀다. 고향땅 해주에는 벌써 남풍이 불어와 봄 내음이 가득하겠지만 북국 만주의 사월은 봄이라도 봄이 아니었다. 중절모를 고쳐 쓰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나온 날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일사보국(一死報國, 한 목숨을 바쳐

장사익 <국밥집에서>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19]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1) 사방이 고요했다. 매미소리만 빼면 적막강산이었을 것이다. 어른들은 죄다 논밭으로 나가고 느티나무 숲을 가득 채우던 형아들의 웃음소리도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풀밭의 소도 더위에 지친 듯 다리를 펴고 앉아 되새김질만 하고 있었다. 강을 건너는 나그네조차 없어 사공은 주막 마루에서 졸고 있고 나룻배도 더운지 강물에 드러누워 등을 식히고 있었다. 먹을 거라곤 없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주전부리거리라곤 없었다. 강가로 나가 물억새 싹을 뽑아 씹어도 보고 말*을 건져 씹어 봤지만 역시 맛이 없었다. “아이스 께끼!” 형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느티나무 그늘에서 혼자 비석치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 보는 총각이 나무통을 둘러매고 널브러진 시간을 깨우며 마을을 훑고 다녔다. 처음 보는 사람에다 처음 듣는 물건을 팔러 다니는 모습이 하도 신기해 나는 까까머리 총각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그 총각은 “배텃거리”를 돌고 “배기미” 마을을 거의 다 돌도록 그 신기한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 “께끼”를 못 팔아 짜증이 났는지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내가 귀찮았는지 “께끼”장수는 발걸음을 돌렸다. 아이스 께끼가

십우도(十牛圖)와 퀸(Queen) 보헤미안 광시곡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18]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절집 구경을 다니다 보면 바깥벽에 십우도(十牛圖)를 그려 넣은 절을 자주 볼 수 있다. 견성(見性)의 과정을 열 단계로 나누어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그 열 폭의 그림이 지닌 뜻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 동자승이 소를 찾아 집을 나선다. 소의 어지러운 발자국을 쫒아 가다가 소를 발견하고 코뚜레를 꿰어 길을 들인 뒤 소잔등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동자승은 소도 잊고 자신도 잊는 공(空)의 세계를 깨닫는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된 동자승은 어느새 고승이 되어 중생구제를 위해 저자거리로 나간다는 게 십우도의 줄거리이다. 여기서 소는 인간본성의 상징이다. 불가에서는 인간 모두가 부처의 본성을 타고 났다고 본다. 하지만 중생들은 그걸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것을 자각하고 본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것을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라 하고 줄여서 ‘보리심’ 또는 ‘발심’이라 한다. 십우도의 철학적 사상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궤(軌)를 같이한다. 인간은 본디 착하게 태어났으나 살다보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악해 진다는 이론이다. 서양

미키 뉴베리 <인 더 뉴 에이지> 음반

Mickey Newbury Album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17]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무엇이 영혼인가? 과학의 범주인가, 그 밖의 영역인가? 육체의 존재로 존재하는가, 육체 없이도 존재하는가? “서울 물을 먹더니 신수가 훤해 졌소이다. 그려” 방송원고 준비에 골몰하고 있을 때였다. 찬바람이 불어와 <한일 월드컵>의 뒷예기 마저 식혀버려, 사람들의 입에서 월드컵 예기가 거의 사라진 시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때 나는 엘피(LP) 카페를 운영하랴, 방송 진행하랴, 원고 작성하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단하! 어떻게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형이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지. 낄낄” 그는 늘 자기가 신통력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가 정말로 신통술을 부렸는지, 십 년도 훨씬 넘은 지금 기별 한 번 없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깡마른 몰골에 땟국이 흐르는 건 그의 본 모습이니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흰 두루마기 차림에다 삿갓까지 보태고 나타났으니 내 눈은 얼음판에 자빠진 소 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엔 여전히 오죽대금이 들려져 있었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주유천하(周遊天下)하면서 산다고 했다. 강산이 변하도록 못 봤으니 궁금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았지만, 그날

이동원 <가을이 오기 전에는>

[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116]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아마 그는 걸어서 갔을 것이다. 사막보다 뜨거운 호수 바닥을, 진흙비늘이 이는 마른바닥을 먼지를 일으키며 걸었을 것이다. 화살 같은 햇살이 쏟아져도 소주 한 병 쯤은 허리춤에 차고 갔을 것이다. 사바세계의 끝에서 얼마나 망설였을까? 내가 꿈속을 걸어왔는가. 이제 꿈에서 깨려는가, 다시 긴 꿈을 꾸려는가. 그는 꿈에서 깨는 대신, 머릿속에 담아 두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평생 동안 술통 역할을 해준 육신을 남겨두고 긴 꿈의 세계로 건너가고 말았다. “반듯이 누어 편안히 갔더래. 심장마비겠지.” “건강검진도 안했나?” “일부러 안했겠지. 바라던 대로 됐지 뭐.” 그 때는 잘 몰랐다. 주위의 한숨소리에 같이 가라앉았고 가족들의 울음소리에 슬픈가보다 했다. 가끔 희뿌연 천장만 멀뚱히 쳐다볼 뿐, 나는 그렇게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그의 장례식을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갔다.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침침한 조명 사이로 (최)헌이 형도 보이고 (김)정호 형도 보였다. 드럼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는 종태 형이었다. 평소보다 얼굴이 화사하고 노래도 훨씬 좋았다. “아, 참! 종태 형은 죽었지!” 내 꿈에 그가 온 것인가, 내가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