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수원화성박물관은 21일 다목적강당에서 ‘을묘년, 8일간의 수원행차’ 학술대회를 열고 정조대왕의 화성행차와 관련한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특별기획전 ‘천년효행, 그 8일’ 전시와 연계해 개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사학·한국학·문화예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정해득 한신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김문식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정조의 화성 행차와 행차로’를 주제로 연구 성과를 소개했고, 김지영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토론했다. 송혜진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봉수당 진찬의 공연화 과정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숙희 전 국립국악원 연구관이 토론에 참여해 공연 복원의 의미를 짚었다.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예술학부 교수는 ‘화성원행도병 연구의 쟁점과 의미’를 설명했다. 제송희 가회고문서연구소 연구원이 토론에서 작품 해석의 관점과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수원화성박물관 관계자는 “올해는 정조대왕이 1795년 을묘년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으로 행차해 회갑 잔치를 베풀어 드린 지 230돌이 되는 해”라며 “특별기획전시와 연계해 수원행차길과 의례, 그리고 기록에 담긴 역사적 가치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2월 4일 저녁 7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17. ‘정조테마공연장’에서는 <칼검(劍)ㆍ춤무(舞)> 화성행궁(華城行宮) 봉수당(奉壽堂) 검무(劍舞) 찾기 그 두 번째 걸음 공연이 열린다. 진짜 조선 정조의 꿈이 깃든 춤. 230년 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해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진찬'이라 불린 큰 잔치를 열었다. 그날 무대에 처음 오른 춤이 바로 검무(劍武)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칼춤을 추는 두 여인의 그림과 함께 검劍무舞'라는 이름이 또렷이 남아있다. 조선 왕실 공식 기록에 이렇게 명확히 남은 검무'는 이때가 유일하다. 이 춤은 단순한 칼춤이 아니라, 정조가 효심ㆍ무예ㆍ왕권ㆍ민심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무대였다. '검무'는 곧 정조가 꿈꿨던 새로운 시대의 지도력 선언이었다. 또 정조에게 화성은 각별한 도시였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옮긴 곳이자, 새로운 정치 중심지로 삼고자 한 자급자족의 도시였다. 화성행궁에서 열린 진찬과 검무 공연은 왕실과 백성, 상인, 유생, 군사들이 함께한 통합의 무대였다. 정조는 실용적 통치를 추구한 군주로, 《무예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1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60 명륜프라자. 지구인아트홀에서는 연극 <인간탈피>가 열린다. 2021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인간탈피>가 강렬한 그림자와 빛, 다채로운 안무와 음악, 괴기한 분장과 의상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인간탈피>는 인간성을 상실한 이들이 인간으로 남고 인간성을 지켜낸 자들이 개구리가 되는, 역설적이고 기묘한 세계를 ‘변신 동기’로 그려낸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어떤 비극과 마주하게 되는가. 모티브는 섬뜩한 알레고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개구리가 될 것인가,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질문과 대답 모두 우리 시대의 우화이자 은유이며 실재다. 룽연진은 유정 역에 박혜림, 재희 역에 조새연, 오빠 역에 황인덕, 엄마 역에 안꽃님, 아빠 역에 임형택, 사장 역에 오현우, 팀장 역에 정빈, 주민센터 직원 역에 강우정, 민원인 역에 양해광, 후배 역에 조성준, 개구리 역에 민정은ㆍ조수인이 무대에 오른다. 제작진은 작에 지강숙, 연출에 남동훈, 음악감독에 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강 포도주농장 산빛 물빛 달빛으로 빚은 술 (빛) 눈 속 꽃핀 달콤한 붉은 향기 (돌) 제비들 집을 짓는 와이너리 (달) 옛 민족 회한의 맛 서려있나 (초) ... 24. 11. 10. 불한시사 합작시 백두산 기슭에 야장쿠(鴨江谷) 포도주농장(와이너리)가 2012년에 생겼다. 집안시(集安市)에서 한 시간쯤 압록강변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댐으로 생긴 넓은 호숫가의 거북머리 같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양지가 발라 여름엔 햇볕이 따갑고 겨울엔 눈 덮인 호수의 바람이 차가운 곳이다. 이곳에 공자의 후손 공경삼(孔慶森) 씨가 새 품종의 포도밭을 일구고 비달 아이스와인(Vidal Icewine)을 주조하였다. 자랑스럽게도 2018년과 2023년에 세계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등 상을 받았다. 2024년에 불한시사의 시벗들이 방문했을 때 공사장은 외출하여 만나지 못했지만, 포도주농장에서 환대해 주어 백두산의 추억이 담긴 와인의 깊은 맛을 시음하였다. 그때의 감동을 담아 쓴 시를 한시 작가 윤병일 시인이 칠언절구로 번역해 주었다. 다음 기회에 보자는 전언에 붓글씨로 써서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나, 아직도 짬을 못 잡아 서가에서 맴돌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틀 뒤 K 교수는 야간 강의가 끝난 뒤에 미녀식당을 방문하였다. 미녀식당은 점심시간에는 붐벼도 막상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 미스 K를 보려고 점심시간에는 S대 교수들이 많이 오지만 저녁 5시만 되면 교수들은 서울에 있는 집에 가기에 바쁘다. 저녁 8시가 넘으면 미녀식당은 대체로 한산하다. 미녀식당에서는 간단한 차와 음류수를 팔지만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서는 적당하지 않다. 야간 강의가 끝나면 9시 30분쯤 되고, K 교수가 그 시간에 방문하면 대개는 미스 K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빈 식당을 지키고 있다. 그날도 K 교수가 방문하자 미스 K는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스파게티 팔아서 부자가 되려면 아무래도 식당을 알리는 광고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네요.” “그래서 이왕 제가 미녀식당의 홍보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무슨 정보를요?” 학교 후문으로 나오면 슈퍼가 하나 있고, 그 앞에 주간 광고신문인 ‘벼룩시장’이 무인 전시대에 진열되어 있다. 아무나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면 된다. 거기에는 구직광고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서울우리소리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 분관)은 향토민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노래로 소개하는 <민요프로젝트 : 내일의 소리를 찾아서>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첫 시리즈를 시작으로 해마다 새로운 예술가와 협업해 모두 9곡의 현대 민요를 공개하였으며, 주로 아이들이 불렀던 전래동요 위주로 편곡하여 2024년에 ‘나무로다’ 곡이 초등 국정 통합교과 본문에 수록되는 성과를 낳았다. 이번 네 번째 시리즈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들의 삶과 정서를 담은 민요를 새롭게 조명하며, MZ세대에서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민요로 확장한다. 올해는 퓨전국악그룹 그리샤와 협업하여 ‘달넘세’, ‘엄마타령’, ‘고사소리’ 3곡을 새롭게 편곡했다. 그리샤는 전통음악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대중음악의 감성과 음향를 융합하는 젊은 국악 그룹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따듯한 울림을 담았다. ‘달넘세’는 우연히 마주친 남녀의 사랑을 대화체로 풀어낸 연정가로서, 반복되는 후렴이 강한 중독성을 지닌 곡이다. 생황과 피아노의 하이톤 리듬을 중심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구성했다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오는 11월 29일 밤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는 장린의 <더블베이스 독주회>가 열린다. 콘트라베이스(영어: double bass, 이탈리아어: contrabbasso)는 서양 음악에 쓰이는 활을 사용하는 악기 가운데서는 가장 크기가 크고 가장 낮은 음역을 가진 현악기로 그 특별한 소리는 클래식 음악에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콘트라베이스는 다른 현악기와 마찬가지로 오른손은 활을 이용해 연주하거나 줄을 튕겨 소리를 내고(피치카토), 왼손은 지판을 짚어 음정을 잡는 데 사용하고, 주로 선 자세로 연주한다. 더블 베이스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단순한 형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블 베이스는 점점 더 발전하고 다양한 기법과 연주 스타일이 등장하였다. 초기에는 단순한 박자와 화음으로만 연주되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블 베이스의 역할과 기능이 확장되었는데 이제는 더블 베이스가 주요 주제를 연주하거나 화음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호소력 짙은 음색과 탄탄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감명 깊은 음악을 선사하는 더블베이시스트 장린은 계원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음악대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11월 23일부터 11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827. ‘코리아나미술관’에서는 이완 개인전 <가발과 짚신>이 열린다. 코리아나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이완 개인전 <Made in Korea: 가발과 짚신>은 작가가 2015년부터 이어온 <Made in Korea>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발, 짚신, 한지, 먹, 활, 소금> 등 다큐멘터리 영상 6편과 함께 수집, 조각, 설치작품들로 구성된다. 작가가 직접 전통적 기술을 찾아 배우며 <메이드 인> 시리즈의 맥을 이어가고, 한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계승되어 온 기술과 노동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단절된 전통이 어떻게 서구적 기준과 시선을 통해 해체되고 다시 복원되는지를 주목하며, '전통'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변화된 값어치가 현재 어떻게 작동되고 있으며 전통이 지닌 잠재성의 회복 가능성을 조명한다. 또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방대한 정보와 데이터의 전달을 핵심 값어치로 부상시키는 오늘, 이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져 온 가장 원초적인 기술과 정보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프랑스의 천문학자 마랑(Mairan)은 18세기 초에 미모사(콩과의 한해살이풀)를 키우다가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창가에 둔 미모사가 늘 같은 시간에 태양을 향해 잎을 여는 것이었다. 빛의 영향일까? 마랑은 미모사를 캄캄한 방안에 갖다 놓았지만, 여전히 미모사는 아침마다 잎을 열고 저녁에는 닫았다. 그는 1729년에 파리 과학아카데미에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처럼 식물도 밤낮을 느끼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것 같다.” 마랑의 생체시계 발견은 다른 식물에서도 관찰되었고, 동물에서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되었다. 인간의 몸에도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60년대에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시도한 실험을 통해서였다. 사람을 어두운 지하 창고에 살게 하고 행동을 조사한 결과, 밤낮을 모르는데도 거의 24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어나기를 반복한 것이다. 외부 빛과 상관없이 우리 몸에서는 자발적으로 생체시계가 작동해 우리 몸을 조절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두 눈의 뒤쪽 뇌 가운데에 자리 잡은 시신경 ‘교차상핵(SCN)’이라 불리는 곳에 있다. 생체시계는 약 2만 개의 신경세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한 ‘지워지는 볼펜’은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답안을 수정할 수 있도록 연필 사용을 권장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지요. 연필은 틀린 부분을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유연함과 닮아있습니다.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랫말처럼, 잘못된 것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는 연필의 장점은 매력적입니다. 삶이 연필처럼 수정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연필을 고를 때면 예쁜 외피에 눈길이 갑니다. 사각 연필, 삼각 연필 등 독특한 디자인은 소유욕을 자극하지요. 하지만 연필의 진정한 값어치는 외피가 아닌 심에 있습니다. 아무리 예쁜 외피를 가진 연필이라도 심이 뭉개지거나 끊어진다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니까요. 연필과 같이, 우리도 겉모습보다는 내면이 중요합니다. 화려한 옷이나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하는 것보다, 따뜻하고, 정직하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지요. 삶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하고, 후회하며,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합니다. 연필이 지우개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듯, 우리의 삶도 언제든지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집착하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