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위는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 권문해(權文海, 1534~1591)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글인데 상강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있습니다. 내일은 24절기의 18째 “상강(霜降)”인데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날이란 뜻으로 날씨가 추워져 첫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입니다. 옛사람들은 상강 초후에는 승냥이(갯과의 짐승)가 짐승을 잡으러 다니고, 중후에는 풀과 나무가 누렇게 떨어지는 낙엽의 때라고 보았으며, 입동이 되기 5일 전(말후)에 벌레들이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맑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곳을 떠다니는 구름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맑은 하늘이지만 곳곳에 구름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하늘에 떴다가 우리 마음에도 살며시 떠오르는 말, '뜬구름'을 모셔왔습니다. 우리가 '뜬구름'이라 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말을 어떻게 풀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볼까요? 첫째 뜻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입니다. 다음과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한 조각의 뜬구름. 《표준국어대사전》 뜬구름이 떠다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둘째 뜻은 '덧없는 세상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다음과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세상사 뜬구름과 같다.(표준국어대사전) 그에게는 부귀영화와 공명도 모두 뜬구름으로 여겨졌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말집(사전) 모두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과, '덧없고 허무한 일'이라는 마음속 느낌을 똑같이 담고 있지요. 비슷한 뜻을 가진 한자말(한자에서 온 말)로 '부운(浮雲)'이나 '유운(流雲)'이 있지만, '뜬구름'만큼 그 모습과 느낌을 잘 나타내는 말도 드문 듯합니다. "뜬구름 잡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신세계(대표이사 박주형)와 협력하여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우리나라의 명승과 전통조경 등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더욱 깊고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현장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의 전통적 공간 값어치가 담겨 있는 자연유산(명승ㆍ전통조경)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기존의 단순한 현장 답사를 넘어 자연유산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체험하고 향유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신세계의 여행프로그램 ‘로컬이 신세계’와 연계하여 진행되며, 오는 10월 27일 사전 모집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예비 교육(오리엔테이션)한 뒤 11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 동안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전라남도 소재의 명승지 「담양 소쇄원」과 「강진 만덕산 백련사와 다산초당 일원」, 「진도 운림산방」을 답사하며 다양한 볼거리와 지역의 먹거리 등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특히, 「담양 소쇄원」에서는 판소리, 가야금병창, 대금산조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소공연도 감상할 수 있어, 빼어난 역사ㆍ경관ㆍ학술적 값어치를 보유한 가을 명승지를 배경으로 문화ㆍ자연ㆍ무형적 요소를 풍성하게 즐길 기회가 될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이재필)는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과 함께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하루 2회(낮 11시, 낮 2시) 경복궁(서울 종로구) 흥례문 광장에서 「2025년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疊鐘)’」 행사를 연다. 「궁궐 호위군 사열의식 ‘첩종’」은 《경국대전》 「병전」의 ‘첩종’과 《국조오례의》 「군례」의 ‘대열의(大閱儀)’ 기록을 바탕으로 임금이 직접 행차하여 호위군의 진법(陣法)과 연무(鍊武)를 사열(査閱)하는 모습을 극 형식으로 재현하는 행사이다. * 대열의: 군사들의 무예 대결 등이 이루어지는 군사 의례로, 임금이 직접 지휘함. * 진법: 전투를 수행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태로 군대를 배치하는 방법 * 연무: 무예 시연 * 사열: 부대의 훈련 정도, 사기 따위를 살피는 일 ‘첩종’은 종을 연달아 치는 것으로, 조선시대 임금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호위군을 직접 살피는 군사 의식이다. ‘첩종’이 시행되면 궁궐에 입직한 군사를 포함하여 문무백관과 오위(五衛)의 병사들까지 모두 집합하여 어전사열(御前査閱)을 받는다. 이는 군율을 다스려 국가의 근본을 유지하고, 임금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를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희섭)은 ‘코리안메모리*’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신규 콘텐츠 ‘민화, 그림에 삶의 소망을 담다’를 10월 22일(수) 선보인다. *코리안메모리: 한국과 관련된 디지털 지식문화자원을 아카이빙하고 큐레이션하는 플랫폼(koreanmemory.nl.go.kr)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 ‘더피’와 ‘서씨’는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 그림에 삶의 소망을 담다’는 이러한 문화적 모티프의 원형을 보여주는 콘텐츠이며, △액운을 막고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호작도를 비롯해 △행복과 사랑의 소망을 담은 화조도와 화접도, △무병장수의 꿈을 담은 십장생도, △글자에 깃든 길운을 기원하거나 유교적 교훈을 표현한 문자도 등 한국의 대표 민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민화의 개념과 특징, 역사적 배경 및 미술사적 의의를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알기 쉽게 풀어내며 나아가,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던 민화가 오늘날 다양한 디자인·상품·예술로 다시 태어나 K-컬처의 매력적 콘텐츠로 확장되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민화, 그림에 삶의 소망을 담다’는 코리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서울대공원 2025년 가을단풍축제 ‘가을빛대공원’이 10월 25일(토)부터 11월 2일(일)까지 서울대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공원 전체를 가을빛으로 물들인 형형색색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서울대공원은 이른바 ‘단풍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심에서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호숫가 둘레길, 동물원 관리도로, 동물원 낙엽의 거리 등 각 구간마다 특색있는 가을 단풍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계저수지 호숫가에 비치는 적갈색 메타세쿼이어, 동물원 관리도로 계수나무와 버즘나무, 동물원 하마사에서 남미관으로 이어지는 산책길 느티나무 등 알록달록 저마다 개성있는 단풍이 가을빛을 드러낸다. 서울대공원은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다 많은 시민들이 눈에 담아 갈 수 있도록, 2025년 가을단풍축제 ‘가을빛대공원’을 새롭게 개최한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가을빛 물든 대공원을 거닐며 마음의 여유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낮에는 단풍 아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조성되고,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및 현장 이벤트, 다양한 장르의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밤이 되면 형형색색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바깥 여행을 할수 없었던 조선 시대 여성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시대에 14살 소녀의 몸으로 모험 여행은 떠난 김금원은 누구였을까? 어떻게 그게 가능했으며 그 기분은 어떠했을까? 첫걸음의 행색과 여정은? 그녀의 육성을 직접 들어 보자 .“마음에 계획을 정하고 부모님께 여러 번 간절히 청하니 한참 뒤에야 겨우 허락하셨다. 그러자 가슴이 트이며 마치 새가 새장을 나와 저 푸른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고, 천리마가 재갈을 벗어 던지고 천리를 내닫는 듯한 기분이다. 그날로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 짐을 꾸려 먼저 네 고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때는 경인년(1830년) 봄 삼월 내 나이 바야흐로 열네 살을 넘겼을 무렵이었다. 남자아이처럼 머리를 땋은 뒤 가마에 앉아 푸른 실 휘장을 두르되 앞은 보이게 하고 제천의 의림지를 찾았다. 예쁜 꽃들이 웃음을 터뜨릴 듯하고, 아지랑이같이 피어난 향기로운 풀에서는 초록빛 이파리가 막 펼쳐지고 있다. 푸른 산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어 마치 수가 놓인 비단 장막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가슴 속이 시원해지니 폐부를 씻어내고 때와 먼지를 닦아내는 듯 하다. 의림지(義林池: 충북 제천의 못) 에 도착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리 강대금)은 ‘춘향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을 오는 11월 14일(금)부터 16(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무용단 정기공연으로 선보인다. 그에 앞서 어제(10월 22일) 낮 2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춘향단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향단의 시선으로 다시 쓴 ‘춘향전’, 고전을 새롭게 ‘춘향단전’은 지금까지의 ‘춘향전’과 달리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지켜보던 ‘향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기존 이야기에서 주변 인물로 머물던 향단은 이번 무대에서 사랑과 질투, 욕망에 흔들리는 입체적 인물로 재탄생한다. 몽룡의 오해로 춘향 대신 입맞춤을 받게 된 향단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며 광기로 무너져간다. 춘향을 향한 몽룡의 일편단심, 학도의 일방적 집착, 향단의 왜곡된 사랑이 맞물리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향단의 시선으로 각색한 서사는 관객에게 새로운 춘향전을 경험하게 한다. 김충한 예술감독 연출로 선보이는 무용극, 6년 만의 도전 이번 공연은 2019년 무용극 <처용> 이후 6년 만에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이는 무용극이다. 연출과 안무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579돌 한글날을 맞아,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는 '4358해 아름다운 토박이말 이름 뽑기'의 열매로 주식회사 '참빛'을 뽑았고 지난 17일 보람(패)를 달아주었다고 밝혔다. '참빛'은 '참된 빛'이라는 깊은 뜻을 담아 아이들과 아픈 사람들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름이라는 점에서 높은 값을 받았다. '참빛'이라는 이름은 1988년, 최선미 대표가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을 열면서 비롯되었다. 온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참된 빛으로 자라도록 돕는 곳'이라는 소망을 담았다. 아이들이 뛰놀던 유치원은 '빛들의 놀이터'라는 또이름(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제 유치원은 문을 닫았지만, 그 이름에 담긴 따뜻한 얼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주식회사 '참빛'으로 이어졌다. 최선미 대표는 "장애를 가진 분 한 분 한 분이 저마다의 빛을 내는 '참빛'이 되도록 돕고 싶었다"라며, 스무 분의 일꾼들과 함께 그들의 홀로서기와 자아실현을 돕는 뜻깊은 일터로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참빛'의 토박이말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농업으로 기른 푸성귀(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평생을 나무와 벗하며 한 길을 걸어온 작가 인간문화재 소목장 박명배의 특별기획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나무결에 길상을 새긴 예술, 한국의 반닫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전국 팔도의 반닫이 34여 점을 비롯해 세월의 흔적이 깃든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작품 모두 40여 점을 선보인다. 나무가 해마다 새겨온 나이테처럼, 박명배 작가는 나무의 숨결에 자신의 삶을 새기며 수십 년 동안 오롯이 나무와 함께해왔다. 박명배 작가는 “나무는 나의 자체고, 나의 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나무와 날마다 대화를 나누며,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나무의 숨결을 느끼고 다독이며, 그 속에 인간의 온기와 정신을 담아낸다. 그의 반닫이는 단순한 목가구를 넘어 예술과 장인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는다. 정제된 선과 절제된 면의 비례 속에서 드러나는 단아함은, 우리 전통미의 본질이자 한국적 미감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걸어온 인생의 궤적을 통해 전통이 지닌 미학적 값어치와 현대적 의미를 동시에 조망하고자 기획됐다.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전통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