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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영화 <말모이>에서 깨닫는 공훈기록의 우리말화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기록물에 쓴소리 (5)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말모이'(엄유나 감독, 유해진ㆍ윤계상 주연)라는 영화가 장안의 화제다. 처음에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말에게 주는 먹이?’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순간 ‘모이’는 닭이나 새 따위 날짐승의 먹이인데 싶어 알아보니 ‘사전’의 우리말임을 알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사전’이라는 말에 절어 ‘말모이’라는 말이 사전이라는 뜻임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영화 ‘말모이’의 핵심은, 일제강점기 조선말 말살에 눈이 벌겋던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을 ‘사전’으로 지켜내려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실제로는 주시경 선생 등이 1910년 무렵에 조선 광문회에서 편찬하다 끝내지 못한 우리말 사전을 주제로 만든 영화로 새삼 우리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영화다. 지금 쓰고 있는 우리말글은 그렇게 해서 지켜진 것이라 그 소중함이 크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토박이 우리말의 다양한 표기를 말모이(사전)에 넣으려는 노력이 돋보일 뿐, 쓰라린 일제침략기를 겪으면서 우리말 속에 유입된 일본말 찌꺼기라든지 그 이전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어려운 한자말이 우리 고유의 말을 몰아낸 사례 등도 말모이를 만드는 학자들은 머리속에 두었을텐데 그 부분까지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

 

기자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록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국가보훈처 기록물을 자주 참고한다. 이 기록물은 국가가 관리하는 독립운동가 관련 유일한 자료로 우리 국민이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어려운 한자말이 수두룩하다. 구태여 쉬운 우리말을 두고 어려운 한자말을 고집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한 예로 남에는 유관순, 북에는 동풍신이라 일컫던 여성독립운동가 동풍신 (1904~1921) 지사의 기록을 보자. (국가보훈처 누리집 → 공훈전자사료관 → 독립유공자공적조서)

 

“1919. 4. 15 전일의 명천군 하가면 花台 장날에 모여든 5,000여 명이 독립만세를 고창하며 시가행진할 때 적헌병들의 야만적인 발포로 부친 董敏秀가 순국한 소식을 전해 듣고「花台장터」로 달려가서 대한독립만세를 고창하고 면사무소로 돌입하여「불」을 지르고 또한 면장 집에 방화하는 등 복수를 하다가 피체되어 무수한 고문을 받다가 옥중사 순국한 사실이 확인됨.”

 

이 설명문 가운데 어려운 한자말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는가? 기자에게 고치라면 다음과 같이 고치겠다.

 

만세를 고창하다→만세를 부르다,  부친 → 아버지,  董敏秀→동민수,  花台장터→화대장터,

면사무소로 돌입하여 → 면사무소로 쳐들어가,  집에 방화하다→ 집을 불태우다,  피체되어→ 붙잡혀...

 

그런데 더 심한 부분도 있다.  남자현 지사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공적조서는 온통 한자 투성이다. 어찌 이것을 광복 73년이 되도록 손을 안보고 있었을까? 이는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조항을 어기는 위법행위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에 질의를 했더니 "원문을 함부로 한글화 할 수 없다"라고 했다. 원문이 소중하여 위법행위도 서슴치 않는다는 논리인가? 이런 원문은 연구자들이 연구용으로 읽고 국민을 위해서는 우리말화(한글화와 다름)해주는 것이 최상의 서비스고 법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인지, 국가보훈처는 누리집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여놓고 있다.

 

“ 「독립유공자 공적조서」는 1949년부터 시작된 정부포상 결정문으로, 최소 70여 년 전의 일제강점기 판결문 등 근거자료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여 한자가 많이 쓰여 있습니다. 이에, ‘한글(한자)’ 표기로 개선된 별도의 공적조서를 2019년 5월까지 단계적(이름순)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작업 중이라는 말이니까 기다려 볼일이다. 다만 단순한 ‘한글화’가 능사는 아니다. 기자가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한글화’와 ‘우리말화’는 다른 것이다. 한글로 쓴다고 해서 모두 우리말은 아니다.

 

피체되다, 만세를 고창하다, 독립자금을 수합하다. 독립정신을 고취하다...라는 표기는 모두 한글이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 한글화가 아니라 ‘우리말(한자말이 아닌 알기 쉬운 우리말)’를 원하는 것이다.

 

피체되다→붙잡히다. 고창하다→부르다, 수합하다→ 모으다, 고취하다→ 드높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가보훈처의 한글화는 반쪽자리 작업일뿐이다. 그리고 단계적(이름순)이라고 했는데 5월에 일부 ‘한글화 된 작업’을 공개할 때는 가나다 성씨 가운데 어느 성씨 까지를 한글화 했는지도 밝혀주길 바란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독립유공자공적조서> 와 <독립유공자공훈록> 작성자들을 실명화 해달라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과자를 만들어도 라면을 만들어도 봉투에 다 작업자 이름이 나온다. 왜 중요한 공훈록 기록에 작성자 이름이 없는가! 공훈록을 읽다보면 주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거나, 정확하지 않는 기술이 종종 눈에 띈다. 작성자를 두루뭉술 국가보훈처로 하지 말고 명확한 책임 소재를 위해 누가 기술했는지도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기록물에 쓴소리 (6)> 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