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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우에노 미야코 씨는 왜 《백범일지》 감수를 했을까?

《백범일지》 일본어판 감수자 우에노 미야코 씨의 속마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가 지난 3월 8일, 도서출판 하우(대표 박영호)에서 일본어판으로 나왔다.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람은 류의석(柳義錫:1933~2014) 선생이다. 류의석 선생 집안은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시절 3.1만세운동에 앞장서던 이기준 선생이 외할아버지이고 아버지 류규동 선생 역시 독립운동에 참여한 분이다. 특히 아버지 류규동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당할 위기를 간신히 넘긴 뒤 일본 선생님의 추천과 소개로 일본으로 건너가 삶을 일궜는데 나가노 기소후쿠시마가 그곳이다.

 

 

 

그러나 류규동 선생은 그곳에 발을 내디딘 조선인 징용자들과 함께 일을 하다 폭파 작업 중 양쪽 눈을 잃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러한 인연으로 1933년 일본에서 태어난 류의석 선생은 초등학교 6학년까지 살았던 산골 나가노현 기소후쿠시마를 평생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해방 뒤 조국에 건너와서도 일본 문학을 사랑하며 일본어 실력을 키워갔다.

 

그러던 류의석 선생이 《백범일지》를 일본어판으로 출판하고자 마음먹고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70살이 넘은 시기였다. 번역에 몰두하길 여러 해, 드디어 국내최초의 《백범일지》가 완성되었지만 그러나 이 책의 출판을 해주겠다는 일본의 출판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몇 해를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국내 출판사를 섭외했을 때는 이미 류의석 선생은 고인이 된 뒤였다. 다행스럽게도 류의석 선생의 딸 류리수 박사는 일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 만인 올해 일본어판 《백범일지》을 펴냈다. 아버지가 쓰고 딸이 완성시킨 실로 2대에 걸친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덧붙여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일본어판을 감수한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이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은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한 분으로 40년 이상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분이다. 우에노 시인은 고등학교시절 윤동주의 시에 크게 감동하여 40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해 오고 있으며 그가 완역하여 2015년 도쿄에서 출간한 윤동주의 일본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가장 잘 번역된 책으로 일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책이다.

 

일본어판 《백범일지》 완간에 맞춰 기자는 교토의 우에노 시인과 우리편지(메일)로 대담을 하였다. 우에노 시인은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해왔다. 가감 없이 대담내용을 싣는다.

 

 

《백범일지》는 일본인도 읽어야 한다

[대담] 일본어판 《백범일지》를 감수한 시인 우에노 미야코

 

- 《백범일지》를 감수하게 된 계기는?

 

“지인인 이윤옥 선생을 통해서 감수 제의를 받았을 때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백범일지》를 통해 한국인의 시각으로 일제강점의 역사를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이 책을 감수 맡아 일본인으로서 일본의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 《백범일지》 감수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특히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의 시대와 일본어 번역자인 류의석 선생이 활동하던 시대가 다르다는 점, 원문이 쓰인 무대가 중국이라는 점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처음에는 아득한 심정이었으나 번역문을 충실히 읽어 내려가면서 번역자의 마음이 느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김구 선생의 인격을 이해하게 되면서 감수 작업이 술술 풀려나갔다.

 

감수 작업이란 번역자가 해놓은 원고를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을 독자(일본인)들에게 원작자가 의도하는 바가 잘 전달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작업이라 단어 하나에도 많은 신경이 쓰이는 작업이었다. 내 경우에는 김구 선생에 대한 이해와 번역자인 류의석 선생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해야 하는 작업이라 더욱 신중하고 어려웠다.“

 

- 백범 김구 선생은 어떠한 분이라고 생각하나?

 

“이 책 한 권을 감수한 경험으로 김구 선생을 어떠한 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강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인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성격이었기에 목숨을 걸고 나라의 앞길을 결정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맡은 일에 대한 긍적적인 사명감으로 사람을 신뢰하는 모습도 김구 선생의 매력이라고 본다. 아울러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 《백범일지》를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면?

 

“류의석 선생의 이번 번역본은 일본에서 《백범일지》 초판이 처음으로 번역되어 출판된 지 46년만이다. 첫 일본어 번역본은 1973년 일본의 평범사(平凡社)에서 나온 카지무라 히데키(梶村秀樹) 씨의 작은 문고판 책이다. 그때 나도 그 책을 읽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나는 《백범일지》를 ‘한국의 역사적인 책’으로 인식했었다.

 

그러나 이 책의 밑바탕에는 근대 일본의 침략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았고 또한 일제국주의의 침략의 역사는 끝난 게 아니라 오늘 이 순간에도 ‘김창수(김구의 이름)’가 되어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았다. 이 책이야말로 일본인들이 알아야할 역사책이며 감수자로서 큰 깨달음과 함께 반성하는 마음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