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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주취감경, 판사가 피고에게 술을 먹이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1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예전 재판에서 판사들이 많이 한 ‘주취감경’이 생각납니다. ‘주취감경(酒醉減輕)’이란 술에 너무 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렀다고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은 술 먹고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제가 형사재판장을 할 당시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술 먹고 발생하는 범죄 가운데 많은 범죄가 폭행입니다. 그런데 당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여 남을 폭행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고(3조 1항), 특히 야간에 이런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3조 2항). 그런데 술집에서 시비가 벌어지면 술병을 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대개의 술집 시비라는 것이 야간에 일어나는 것이니까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술집에서 일어난 폭행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야 할 만큼 죄질이 안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평소 교도소라고는 가 본 적이 없는 소시민이 술집에 갔다가 이런 경우에 휘말리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자신은 위험한 물건을 든 적이 없다고 하여도 일행 중 한 사람이라도 위험한 물건을 들면 같이 공범으로 3조 2항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격히 하면 심신미약에 이를 정도로 술에 취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너무 가혹한데, 작량감경(정상참작)만으로는 부족하여 심신미약 감경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걸 판사들은 우스갯소리로 피고인에게 술을 먹인다고 하였지요. 물론 다 술은 마셨지만 심신미약에 이를 정도로 판사가 술을 더 먹인다는 것이지요. ^^ 그런데 이러다보니 법정에서 웃지 못 할 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판사가 주취감경을 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당시 술을 좀 마셨네요?”라고 묻는데, 사정을 잘 모르는 피고인이 술을 마셨다고 하면 불리해지는 줄 알고, “아닙니다. 저는 술자리에는 있었지만, 그 때 ~~~해서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라고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럼 판사는 속으로는 “저 자식! 자기한테 유리하게 해주려고 하는 건데, 속도 모르고...”하면서, “수사기록 00에 보니 술을 마신 것으로 나옵니다.”하며 피고인에게 더 딴소리하지 못하게 하고 넘어갑니다.

 

요새는 법이 개정되어 위 조항들이 삭제되었기에, 예전처럼 판사들이 피고인에게 술을 먹이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여튼 사회 분위기가 술을 마시고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더 엄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혹시 술자리에 가더라도 너무 과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