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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포스터 영어로 도배된 공연을 추천

제나라 말글보다 영어 사랑에 빠진 문화부를 꾸짖는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문화광장 – 문화예술공연’ 누리집이 있습니다. 첫화면에는 “오늘의 공연”이 소개되는데 날마다 3개의 공연이 추천되어 먼저 대표로 선보입니다. 그런데 6월 23일 치를 보니까 3개의 공연 포스터가 모두 영어로 도배된 것입니다. “HEKLLO”와 “A Grand Day Out”, “Stories & Dreams”가 그것입니다. 특히 “Stories & Dreams”는 한글은 한 글자도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묻습니다. 정말 이 3개의 공연이 6월 23일 공연을 대표할만한 우수한 것인지 아니면 담당자가 영어에 빠져서 영어로 도배된 포스터 공연이 좋게 보인 것인지 말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공연들도 영어를 많이 쓰는 것이 유행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기관이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과 글은 한 나라의 뿌리입니다. 10여 년 전 한국에 왔던 중국 연변대학교 총장은 “만주족은 말에서 내렸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총장이 말한 “말”이란 중의법으로 쓰인 것인데 만주족이 즐겨 타던 ‘말’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만주족은 자신들이 쓰는 말을 버렸기에 현대 세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과 글은 한 나라 또는 한 겨레의 운명을 결정하는 아주 종요로운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직을 보면 말과 글을 다루는 부서로 “국어정책과”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실국은커녕 담당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국립국어원”이라는 소속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그 “국립국어원”의 장은 차관급도 아닌 1급 공무원에 불과하며, 그 안에서도 《표준국어대사전》을 책임지는 사전실의 정규직이 4명, 그나마 표제어 관리나 오류 정정 등 실질적으로 사전을 사전답게 유지하여 그 사전을 국민으로 하여금 우리말의 표준으로 삼도록 하는 직원은 오직 한 명뿐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놀랄 뿐입니다.

 

어제는 평생 우리말 살려 쓰기를 몸소 실천하신 위대한 국어학자 빗방울 김수업 선생의 1주기 기림굿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본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김수업 선생께서 25살 때 석사학위 논문을 한글로만 써서 지도교수가 심사를 거부했다는 일화는 선생이 얼마나 우리말 사랑에 온 마음으로 정성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우리나라에 몇몇 국어사전이 있지만 배달말을 풀이한 제대로 된 배달말집(국어사전)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겨 겨레말 속살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말집(사전)을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다 세상을 뜨셨습니다. 이런 빗방울 선생의 1주기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신없는 행위를 우리는 크게 꾸짖어야 합니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나라가 내리면 말도 내린다.”라고 했습니다. 한류의 인기가 오르면서 전 세계에서 우리말을 배우려는 열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작 제나라 정부는 우리말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게 과연 제 정신인가 묻고 싶습니다. 주시경 선생이 지하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