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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이상의 <오감도>, 까마귀가 내려다본 세상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4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의 시 “오감도(烏瞰圖), 1934”란 시입니다. 1910년 오늘은 그 이상 시인이 태어난 날입니다.(어떤 자료에는 9월 23일로 나오기도 함) 이 오감도란 시는 대체로 이해하기 힘든데 읽다 보면 문득 조금은 두려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그냥 뜻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30회를 목표로 시작한 연재가 "미친놈의 잠꼬대냐?", "그게 무슨 시란 말인가", "당장 집어치워라" 등 비난하는 독자들의 투서가 빗발쳐 연재를 중단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그만큼 난해하면서 기존의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작품이라는 얘기인데 연재가 중단된 직후 이에 대해 이상은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을 남깁니다. “왜 미쳤다고들 그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보아야 아니 하느냐. 여남은 개쯤 써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2천 점에서 30 점을 고르는 데 땀을 흘렸다. 31년 32년 일에서 용대가리를 떡 꺼내어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 꼬랑지커녕 쥐 꼬랑지도 못 달고 그만두니 서운하다.“

 

오감도라는 시 제목은 조감도(鳥瞰圖)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조감도는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모양을 그린 그림 곧 새의 시선을 좇아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새 조(鳥) 대신 까마귀 오(烏)를 썼는데 까마귀가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관찰한 세상의 모습을 기록한 시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이 시는 시에 대한 틀과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생각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큰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 보면 새로운 시의 범주를 개척한 것으로 보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것입니다.